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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이주 Feb 23. 2021

뻐꾸기가 전해 준 반려견 책 선물

탁란 내용이 애견 교육훈련 책자에 왜?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브에 느닷없이 날아든 이메일 한 통. 내 블로그에 실린 뻐꾸기 탁란 사진과 관련해 도움을 구한다는 내용이었다. 짤막하지만 정중한 어투에 이끌려 이메일 말미에 남긴 스마트폰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20년 경력 애견 훈련사의 배우자라고 밝힌 전화 속 여성은 남편이 반려견 교육 관련 책을 내려 하는데 인터넷 검색을 하다 내 블로그를 보고 이메일을 보냈다고 했다. 견공 관련 책자에 새 사진이 왜 필요한지 의아해하는 내게 돌아온 답변은 간단명료했다. “개의 본능 설명에 앞서 기타 동물의 다양한 생태학적 본능을 설명하는 데 뻐꾸기 탁란 내용도 꼭 필요합니다. 사진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사실 이 사진의 저작권은 엄밀히 말하면 건축사이자 생태 전문 사진가로 활동 중인 친형 박웅 씨 소유. 지난 2013년 충남 금산에 시골집을 두고 서울서 오갈 당시 딱새 둥지의 뻐꾸기 알을 발견해 제보하자 황급히 내려와 여러 날 머물며 촬영한 것들이었다. 누구나 손쉽게 촬영할 수 있는 사진은 아니었지만 난 동생으로서의 직권(?)으로 블로그 사진 사용을 즉각 허락했다. 본인들 신분과 사진 사용 목적도 명확히 밝혔고, 무엇보다 ‘소량의 출판’이라고 해 뭔가 큰 상업적 이익을 보려는 의도는 없어 보였기 때문이었다.

전화를 끊으면서 남이 탐낼 콘텐츠가 적잖은 내 블로그에 대해 일순 뿌듯함을 느낀 것과 동시에 탁란 사진 건은 까맣게 잊고 지냈는데…. 두 달이 채 안 된 최근 또다시 연락이 왔다. 앞서 언급했던 애견 교육 책이 ‘선생님 덕분에 무사히’ 출간돼 원하는 수량을 보내겠다는 취지였다. “귀한 책 잘 간직하겠다“며 두 권을 요청했는데 정중한 어투만큼이나 정갈하게 포장돼 나흘 후 택배로 도착했다. 표지 안쪽에 적힌, 또박또박한 필치의 저자 말씀 : “박광주 님께서 지원해주신 사진 자료 덕분에 책 출판을 잘할 수 있었습니다. 다시 한 번 도움에 감사드립니다. -- 변00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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