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는 플레이 기법보다 타인 배려하는 매너부터 가르쳐야
인생 처음으로 당구장을 찾았을 때 당신을 지도한 사람은 누구였나. 이 질문에 대한 중고참 당구인들의 답변은 십중팔구 친구 아니면 선후배일 것이다. 특별한 장비나 옷차림새가 필요한 놀이가 아니기 때문에 어느 날 문득 유경험자에게 이끌려 한 수 지도를 받는 게 보통이다. 그러면 탱글탱글한 당구공을 접하면서 ‘스승’을 자처한 그들에게 처음 배운 건 무엇이었을까. 당연히 큐를 잡는 법과 공을 맞히는 요령이었을 것이다. 모든 스포츠가 그렇듯 지도자나 입문자 공히 해당 종목의 플레이하는 방법이 가르침과 배움의 첫걸음인 것은 명약관화하다. 그럼 바로 그 다음은?
스포츠의 사전적 의미는 ‘일정한 규칙에 따라 기능 따위를 겨루는 일’이다. 이 겨루기를 하는 데 있어 프로든 아마추어든 플레이어에게 중요한 덕목이 매너(예절)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특히 승리 쟁취를 지상과제로 삼는 프로가 아닌, 취미로 즐기는 아마추어 동호인이라면 더더욱 타인을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나만의 즐거움을 위해 상대방이나 주변 타인들의 불쾌감을 아랑곳하지 않는다면, 저급한 비문화인이라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그런데 스포츠로 발돋움한 우리나라 당구 문화에 이러한 후진국형 요소가 아직도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게 사실이다.
자기 이닝 후 사용한 초크를 그냥 놓고 나온다거나 초크 가루를 테이블 위에 날리는 건 초심자 애교 수준이다. 까다로운 공 배치를 받고 큐대로 당구대를 툭툭 치며 투덜대는 건 절친 사이라면 그럴 수 있다고 치자. 그러나 다른 내장객들을 투명인간 취급하는 취객들의 괴성, 내기꾼들의 고성 말다툼 등은 ‘당구 한류’를 주도한다는 대한민국 내 당구장에 영 어울리지 않는 추태들이다. 이건 모두 우리들을 처음 가르친 ‘스승’들의 잘못이다. 그들도 배웠을 리 만무한 매너를 누구에게 뭘 가르쳤겠는가. 당구도 이제 생활스포츠로 정착된 골프나 테니스처럼 적정 수준의 유자격자나 실력자가 매너부터 가르쳐야 한다. 세계 당구 문화를 선도하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