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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이주 May 14. 2021

대중화에 성공한 스포츠당구, 선진화는?

룰과 매너 등을 지키는 문화적 인프라가 구축돼야

명지대 미래교육원 스포츠당구 지도자 과정 9주 차인 5월 11일. 게임에서의 공격과 수비에 관해 설명하는 PBA 심판 전진호 교수.

보통 사람들 아무나 직접 불러서 즐겁고 그냥 듣기만 해도 흥겨운 것이 대중가요. 마찬가지로 본인이 직접 경기를 해도 재미있고 관전만 해도 신나는 것이 대중스포츠다. 축구 야구 테니스 골프 등을 예로 들면 일반인들의 참여도가 비교적 높기 때문에 대중스포츠의 범주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직접 경기를 하려면 공간이나 인원, 갖춰야 할 장비 등에 제약이 많이 따른다. 진정한 의미의 ‘대중’이라는 접두어가 붙으려면 언제 어디서든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할 것 아닌가. 이러한 관점에서 한국적 여건만 따진다면 당구만큼 대중적인 스포츠 종목도 손에 꼽기 어려울 것이다.

최근 인터넷에서 본 인류의 진화과정. 결국엔 당구대에 엎드리는 모습인데 한국적 상황을 묘사한 듯하기도.

스포츠란 본래 ‘인간 생존의 몸부림’인 육상과 격투기를 빼면 태동부터가 가진 자들의 놀이였을 것으로 짐작된다. 하루하루 먹고살기에 급급한 하층민들이 놀이를 창안해내고 거기에 할애할 시간이 어디 있었을까. 신분제도가 있던 시절 상류계급이 여유를 어떻게 즐길까 궁리하다 체계화된 것이 상당수일 것이다. 유럽에서 탄생한 당구 역시 특정 계층의 전유물인 전형적인 ‘귀족스포츠’였다. 개인의 단순한 취미활동을 떠나 사교활동의 도구 역할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당구 중 영국이 원조 격인 스누커 종목의 경우는 아무나 범접하지 못하도록 귀족들이 룰을 까다롭게 만들었다는 설도 있다.

당구의 기초인 원쿠션 연습을 하는 스포츠당구 지도자 과정 수강생들. 원쿠션 지점을 정확히 타격하는 게 고수로 가는 첫걸음.

어쨌거나, 오늘날 대한민국의 당구는 대중화를 이루는 데 성공했다. 전국 당구장과 동호인 수는 공식 집계조차 어려울 정도로 많고도 많다. 향후 과제는 품격을 높이는 선진화인데, 당구에 임하는 문화적 인프라부터 바뀌어야 한다. 룰과 매너를 중시하는 대중적 의식 개선이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 같다. 당구를 전공한 스포츠 관련 학과의 교수가 전하는 일례는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넥타이를 맨 점잖은 차림의 대기업 임원도 당구장에 가 큐대만 잡으면 언행이 거칠어지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당구를 처음 접했을 당시부터 친구 등과 어울리면서 오랜 시간 몸에 젖은 습성이 그랬으니까.

이날 수업 후 실습장인 YB당구클럽 대표와 친선게임. 23점을 놓고 22점 지수인 대표와 두 차례 겨뤄 1승1패. 결승은 추후로 미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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