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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세희 Jan 30. 2024

공감받고 싶었던 여자, 인정받고 싶었던 남자

이렇게 다른 사람들이 만나서 가족이 되는 과정

다 큰 성인인 내가,
내 문제를 누군가 해결해 줬으면 하는 마음으로 결혼을 한 게 아니었다...
.
생각해 보면 우리가 지난 결혼생활 중 지독하게 싸운 이유도
다른 사람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정말 사소한 것들부터 시작된 감정낭비였다...
.
내 사람들에게는 쉬지 않고 떠들고 싶어 하는 나.
그리고 여자친구들만큼이나 내 이야길 잘 들어주던 남자,
.
그래서 결혼을 결심했고
결혼했다...
.
전 남자 친구가 현남편이 되는 순간,
그는 내가 알던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공감력 제로에,
내 이야길 하나부터 열까지 제대로 듣는 게 1도 없는 것 같은 느낌...
.
말하다 보면 한숨 나오고, 싸우고, 그게 반복되니 그냥 입을 다무는 게 최선이라 생각하고 최소한의 대화만을 하며 지낸 적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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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는 공감욕구 vs 인정욕구의 싸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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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 오늘 제품사진 찍고 있는데 애들 둘이 주스 서로 먹는다고 뺏고 싸우고 울고불고하다가 주스를 제품에 다 쏟아버렸어 뒷걸음질 치다가 카메라도 넘어트려서 다 부서졌고... 진짜 너무 화가 나 소리쳤어.. 나 정말 미쳐버릴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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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증짜증 개 짜증을 부리며 이야길 하는 여자에게,
.
남편 : 애들이 다 그렇지 뭐, 제품사진을 꼭 애들 있었을 때 찍었어야 했어? 그 일을 꼭 해야 돼? 그냥 애들만 볼순 없어? 애들도 얼마나 놀랐겠어...
.
.
맞는 말만 골라하며
결국은 자기가 일하는걸 더 늘리고 돈을 더 벌어올 테니 애들이나 잘 케어하라는 해결사 같은 답변은...
정말이지... 나에게 조금의 위안도 되지 않을 뿐
아니...
그냥 날 더 분노하게 만드는 답변이었다...
.
그리고 며칠 후 새 카메라를 다시 사들고 오는 남편...
나에겐 그 모든 게 전혀 감동이 아니었다
.
뭘 해줘도 시큰둥한 나에게 남편은 지쳐가고 실망했다
.
.
그 모든 건
남자와 여자의 차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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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야기에 한 번만 공감해 주길 바라는 여자의 마음과,
그 일을 해결해 줌으로써 인정받고 싶어 하는 남자의 마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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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일 집에서 일어난 일과 아이들에게 생긴 일을 신랑에게 조잘조잘 대는 것만으로도 난 기분이 한결 나아지는데,
가만히 들어주기만 해도 중간은 갈 것을..
이 남자는 결혼 후 내 모든 이야기의 해결사가 되고 싶어했다...
.
정확히 말하면,
그렇게 해결을 해주고 인정을 받고 싶은 것 같았다...
.
.
여자가 듣고 싶은 말은,
해결방법이 아니다..
잘잘못을 따져달라는 게 아니다...
.
그냥..
그랬구나.... 힘들었겠네... 토닥토닥....
.
그거 한마디를 바란거였다...
.
분명 연애시절엔 그토록 공감을 잘해주던 남자였는데..
가장이 됨과 동시에 공감력은 어디 상실해 버리고 해결사를 자처한 남편...
.
지나고 보니 여자도, 남자도,
잘못이 없다...
.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고 이해하고 배려하며 대화로 풀면 되는 일을
서로의 칼날을 날카롭게 세우고 서로를 아프게 베어서 상처 내기에만 급급했던 지난 10년...
.
.
10년 차에 애둘 엄마아빠가 된 지금 우리.
.
많은 대화끝에,
.
남편은 내 모든 말에 공감해 주기 바쁘고,
난 남편의 모든 행동을 인정해 주기 바빠졌다...
.
결국은 부부사이에도 노력만이 답이라는 걸 절실히 깨닫는 결혼10년차..
.
.
20년 차에는 어떻게 변해있으려나.....
.
#늙어있겠지 뭐
#더 잘살자
#우리가만들어낸두생명체와함께
.
.
사실..... 누구에게나 신랑은 로또다!!!
.
(맞는 게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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