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어도 한 번만 더

판도라의 상자가 열릴 때 가장 나중에 나온 건 희망이다

by ZHTU

원글: 8월 26일


살다 보면 너무 힘들어질 때

그럴 땐 그냥 둔해지고 느려진다.

너무 힘이 들어서 생각은 멈추고 행동도 느려진다.

휴식을 취하는 게 아닌 그냥 멈춰있다.

존재는 하지만 존재하지 못하고 있음을 느끼고 있을 때.

나는 이 순간 모순이다.


내 귀에 들려오는 노래는 더 이상 노래가 아니게 된다.

그저 흘러가는 음에 불과하다.

마치 누가 옆에서 대화를 하면 그걸 소음으로 인지하며 들릴뿐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




습도는 90퍼센트,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 결국 밖에선 비가 내린다.

공기가 무거워 시작하기도 전에 지쳐버릴 것 같다.

그런 날 난 근력운동하고 인터벌 달리기를 시작했다.

남들에겐 평범한 하루가 될 수 있는 그런 날이겠지만

나에겐 최근 10년 동안 가장 힘들게 운동한 날인 것 같다.


아직 글을 쓰는 것 보니 그래도 힘은 남아 있나 보다.

물론 내일 돼 봐야 알 수 있겠지만,

일단은 움직일 수 있고, 글을 쓰는 활동을 하는 걸 보니 그저 이 모든 게 신기할 나름이다.


그런데 스콰트부터 시작해서 오늘 근력운동이 전부 하체에 관한 운동이다.

바벨 스콰트, 고블린 스콰트.

물론 아직은 초보자라 높은 중량보다는 15회씩 총 4세트를 각각 해냈다.

다리에 힘이 꽉 들어갔다.

나머지 근력운동을 마치고 일을 하는 동안 내 다리를 휴식을 시켰다.


다른 사람들은 맨날 하는 거다. 힘들다고 징징대지 말고 버티자.


스스로를 다그치며 결국 일을 마치고

기념비가 될 수 있는 그런 운동을 시작했다.

난 이것을 계속할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의심이 간다.





나름 새로운 종류의 러닝을 한다고 생각하니 조금 신나 있던 것 같다.

그 이름도 인. 터. 벌.

생각보다 쉽게 느껴졌다.

일단 인터벌이란 건 3분 뛰고 1분 천천히 걷는 평소보다 오히려 쉬는 구간이 생기는 그런 러닝 방법이다.

물론 그 뛰는 3분은 평소보단 더 빠르게 달려야 한다.

그래서 이게 체력을 엄청 올려준다 한다.

뭐 얼마나 어렵기아 하겠냐는 생각도 들었다.


처음 1킬로는 그래도 가볍게 몸을 푸는 워밍업을 하는데

습도가 엄청 높아서 그냥 물에서 뛰는 수준처럼 느껴졌다.


시작은 가볍게 1킬로 달리며 워밍업을 시작한다.


남들에겐 1킬로는 워밍업이지만

나에겐 이런 날씨 1킬로는 워밍업이 더 이상 아니다.

이건 벌써 시작도 하기 전에 시작한 운동이었다.


폭풍 치기 전 고요함이랄까?

워밍업이 끝나고 들었던 생각.


"이거 괜찮은데?"


미친 듯 힘들어야 할 텐데,

첫 인터벌 그 3분을 빠르게 뛰는 그 순간

괜찮음을 느꼈다.

그러니 첫 3분이 지나 다소 숨이 올라는 왔지만

그래도 1분 동안 천천히 걷는 게 다시 나에게 안정을 시켜줬다.


지금 동안 난 달릴 때 거리를 위주로 달렸지만

이 인터벌 달리기는 거리보단 시간을 기준으로 달리기에 바로미터는 중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쳐가는 날 보면서 침묵하는 핸드폰에 내 믿음을 시험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 구간도 쉬웠다.

오히려 힘이 넘쳤다.

다리도 더 들고뛰고 팔짝팔짝 뛰면서 진짜 마라톤 선수들이 달리는 방법을 모방도 하면서 달렸다.


그리고 3세트째.

너무 저번 세트 때 오버했나?

그다음 1분은 나에게 너무 짧았고 3세트를 뛰라는 소리가 들려온다.

이때 사실 난 고비가 한번 왔다.


"아 실수했다. 진짜 죽을 것 같다"


너무 힘이 들어서 드디어 모든 걸 멈추고 싶었다.

체력 배분의 실패다.

거기에 날씨까지.

마지막으로 하체 근력운동까지.


그래도 속도는 평소 달리는 것을 유지만 했다.

그리고 4세트 뛰라는 종이 내 귀를 통과했을 때 들리던 나 마음 목소리.

그래 다시 한번만 더.


마지막 4세트는 사실 속도는 못 냈지만

그래도 좋다.

이 구간은 경사도 있으니

그냥 버티고 올라가는 것만 해도 좋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마치고 쿨 다운으로 한 400 미터 갇다가

난 아무런 생각이 없었구나고 느껴진 마지막 400 미터 걷기 었다.


그냥 멍 하다.

아직 할 게 많이 남아 있지만

아무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저 젖어버린 성냥은 아직 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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