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췄지만 침몰하지 않은 자아
길을 잃은 것이 아니라,
대서양 한가운데 오직 나와 내 범선 한 척만이 길을 만들고 있다는 믿음.
나침반은 길을 가르치지만 음식은 더 이상 없다.
운동이라는 나침반을 믿고
10킬로 마라톤이라는 도착점으로 향하면서
건강이라는 음식은 이제 없어서
괴혈병을 앓다시피 난
샤워를 하던 중 빨간 피 한 방울이 인중을 타고 내려왔다.
내 입술에 닿을 때까지, 난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하얀 샴푸거품사이로 빨간 피는
별 예고 없이 그 사이에 끼어 들어온다.
내 입술에 닿을 때 그를 막아섰지만
이미 내 샤워부스 안은 핑크색으로 물들여졌다.
겨우 멈추고, 급하게 그 흔적을 지운다.
거울도 다시 닦고, 세면대, 샤워부스 모두 깨끗이 닦는다.
그 순간 붉은 흔적들은 금세 사라진다.
지금 며칠째 코피가 난다.
이 관계를 끊어야 했기에 병원으로 향한다.
의사 선생님은 내 코를 들여다보며 말했다.
"아니, 왜 이제 오셨어요?"
그와의 흔적은 이미 내 몸에 남아있었다.
잠시 후
"이미 많이 커졌어요."
그리고 바로 시작된 시술 이것은 짧았다.
더 이상 뜨겁지도, 아프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가 남긴 상처는 일주일 운동 금지라는 상처로 내게 남았다.
집에서 나는 멍하니 컴퓨터 화면을 바라봤다..
텅 빈 집, 그리고 멈춘 심장.
마라톤까지 이제 한 달...
그의 부재는 고요했고, 그의 고요 속에 나는 다시 뛰길 바라며 조용히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