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무엇을 해내야만 인정을 받는 것 같다며 불안을 호소했던 30대 여성이 있었다. 그녀는 불안지수가 매우 높아서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관계에 여러 문제들을 안고 있었다. 자기도 모르게 불안이 올라온다고 하였다. “저 사람이 날 멀리하면 어쩌지” “저 분이 날 싫어하는 것 같아” “왠지 날 인정하지 않는 것 같아” “결국 그만두어야 할지도 몰라” 이런 불안이 생각을 점령하고 그녀를 힘들게 하였다. 관계에서도 이런 불안이 나타나 그녀는 홀로 이 힘든 싸움을 하고 있었다.
사실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정서적 지지를 거의 받은 적이 없이 자라왔다. 그녀의 아동 시절 히스토리는 따돌림으로 인한 외로움과 아픔으로 얼룩져 있었다. 언제나 자신은 무언가를 해내야 하는 부담이 있었기에 쉼이 없이 살아왔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런 그녀를 진실로 안아주고 수용해준 따뜻한 대상을 잘 만나지 못했다. 어쩌면 있는 모습 그대로의 그녀를 받아주는 경험을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었기에 그녀는 어른이 되어서도 끊임없이 자기 속에 올라오는 불안과 매번 싸우고 있었다.
나라는 존재만으로 소중하다는 느낌을 갖는 것. 아무것도 해내지 않아도 그저 괜찮다는 느낌을 갖는 것. 어떤 모습이든지 상관없이 나 자체로 소중하다는 것. 이러한 존재적 수용과 받아들여지는 경험은 우리 존재를 이 세상에서 살아갈 만하게 만드는 커다란 힘이 된다.
내가 딱히 잘 하는 것이 없어보여도 괜찮고, 내가 잘 생기거나 멋진 모습이 아니어도 괜찮고, 내가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지라도 괜찮고, 내가 오늘 실패하고 외로웠을지라도 괜찮은 것. 그 이유는, ‘나’라는 존재 자체로 소중하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 나와 지문이 같은 사람은 없다. 아무리 얼굴이 똑같은 쌍둥이라 할지라도 다 다르다. 나와 같은 사람은 이 지구상에 아무도 없다. 나는 나 뿐이다. 나 자체로 고유하며 특별하며 오직 하나다. 그것이 우리의 가치다.
나는 오늘도 상담실에서 만난 분들에게 그렇게 이야기한다. “당신은 당신 존재만으로 이미 충분합니다” “당신은 그 어떤 것과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존재에요” “당신은 그런 존재에요. 그러니 무언가를 증명하기 위해 너무 애쓰지 않아도 돼요” 그렇게 이야기하는 동안 이 말은 내게도 울림이 되어 내 가슴으로도 들어온다. 나 스스로에게도 이야기하게 된다. 스스로를 좀 받아주라고. 너무 애쓰고 살다가도 조금 쉬어도 된다고. 너라는 존재 자체로 의미롭다고. 넘치도록 충분하고 사랑스럽다고.
누군가의 인정을 받기 위해 고군분투하지 않아도 된다. 매일의 전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때로 얼굴에 철판도 깔줄 알아야 하고 대충 넘어가는 법도 익혀야겠지만, 그보다 더 소중한 것은 내 마음을 잃지 않는 것이다. 진정한 나, 진짜 나로 사는 것. 가면을 벗고 거짓된 틀을 벗고 나의 모습을 찾아가는 것. 그럴 수 있는 안전하고 편안한 시간이 단 5분이어도 좋겠다. 그러한 공간이 단 2미터여도 좋겠다. 그러한 관계가 두사람이어도 좋겠다. 간질거리고 닭살이지만 그렇게 이야기해주련다. "너로 충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