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기진 사랑

또 어머니 생각

by 유혜진

시리고 시린 속살을 내어주고

가슴 한 켠에 묻어 둔 설움마저 싸매더니

기어이 백년 묵은 한을 토해놓는다

아비 어미 먼저 떠난 하늘가엔

별빛마저 처량하고 쓸쓸한데

눈물 한 방울 흘리지 못했던 처녀의 가슴엔 시퍼런 독기만이 가득하누나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암소의 눈과 같이

당신의 눈은 허기진 사랑이 흘러내리고

숨겨놓았던 삶의 무게만이 촛농처럼 뚝뚝 떨어진다

누가 당신에게 죄를 물어 돌덩이를 던지겠는가

세상 어디에 당신만큼 고결한 가슴이 있겠는가


젖 한 방울 없는 젖가슴을 눈물로 짜내더니

자식 목구멍 꿀떡꿀떡 생존의 광경으로

하루 품삯을 받아내던 당신에게


어느 누가 손가락을 가리키겠는가

어느 누가 감히

당신의 젖가슴을 짓밟을 수 있겠는가

이 세월도

저 세상도

그리하지 못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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