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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하는 SUN
May 15. 2023
전업주부의 루틴
오늘이 내일인 하루지만 소소한 일상속에 행복이 있습니다.
"당신은 내가 힘들면 좋아하더라~"
언젠가 집안일을 도와주던 남편이 한 말입니다.
그때는 왜 그리 그 말에 화가 났었는지.
아마 나는 매일 해야 하는 그 일들을 본인은 힘드니까 하기 싫다는 말로 들렸었나 봅니다.
어제저녁에 산책을 하다가 그 말이 떠올라 남편에게 말했습니다.
"나, 당신이 힘들면 좋아하는 게 맞더라. 내가 할 힘든 일을 당신이 해주는 거니까."
.
.
.
남편은 나가서 본인도 힘들게 일을 하니 내가 하는 힘든 일은 내가 감내하라는 식으로 말을 합니다.
그 말이 왜 또 그리 서운 할까요.
남편이 힘들길 바라서 했던 말은 아닌데 말이죠.
아침 6시가 되면 어김없이 하루가 시작됩니다.
아이들이 일어났는지 확인하고 혹시 못 일어난 아이가 있으면 방문을 열어두거나 침대 옆자리에 누워 안아주거나 뽀뽀세례를 합니다.
그럼 또 아이들은 기분 좋게 일어나 줍니다.
아이들이 아침루틴을 이어가면 저는 아침식사를 준비합니다.
남들은 빵을 먹으면 간단하다고 하는데 사실 우리 집 아침은 빵이나 밥이나 손이 많이 가기는 매한가지입니다.
오늘 아침엔 두부스팸조림을 했네요.
어제저녁에 예약해 둔 밥은 제시간에 완료되었음을 알려 줍니다.
7시가 되면 식사가 시작됩니다.
밥을 먹기 시작하면 저는 운동을 시작합니다.
병원 정기검진에서 콜레스테롤 수치가 올라 경계에 있다고 다이어트를 하라고 하더군요.
나이가 들면서 갑자기 살이 찌기 쉬워진다며 관리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간헐적 단식을 시작한 지 한 달 반이 지난 저는 아침식사를 거르고 그 시간에 TV방에서 홈트를 합니다.
아침이라 간단한 요가 스트레칭을 30분 정도하고 빈야사요가를 30분 하는데 하고 나면 땀이 제법 흐릅니다.
식사를 마친 아이들은 식탁정리는 깔끔하게 잘해줍니다.
잘 키웠습니다.
8시가 되면 하나 둘 학교로, 직장으로 갑니다.
저는 전업이니까 집이 직장이기도 하네요.
요즘 유일하게 빠져 있는 TV프로그램이 있는데 바로 '펜텀싱어 4'입니다.
모두들 가고 나면 펜텀싱어에 나왔던 곡들을 크게 틀고 집안일을 시작합니다.
먼저 아이들 방에 창문을 살짝 열어두고 로봇청소기가 돌 수 있도록 바닥을 정리해 줍니다.
충전기 줄이나 의자들을 치워주고 고무줄이나 기타 바닥에 걸릴만한 것들을 정리하고 부직청소포로 침대헤드 위나 피아노, 책장들을 한 번씩 훑어 줍니다.
집에 화장실이 두 개 있는데 안방 화장실은 제가 쓰는 곳이라 보이면 바로바로 치우는데 아이들 화장실은 그러지 않아서 아침에 매일 청소를 합니다.
형제가 쓰는 화장실인데 앉아서 일을 보다 보니 변기는 그래도 깔끔한 편인데 사춘기 외모에 관심이 가는 시기라 그런지 바닥에 머리카락이 늘 가득이네요.
워터건으로 온 화장실을 적시고 변기와 모서리들에 뿌리는 락스를 뿌려주고 화장실 문을 닫아 둡니다.
물
때
가 불으면 워터건만으로도 바닥청소가 쉽기 때문에 설거지를 다 고 화장실 청소를 마무리하는 편입니다.
설거지는 식기세척기를 쓰지만 전적으로 믿지를 못해서 깔끔하게 애벌 해서 넣어줍니다.
헹굼 기능을 한 번 더 추가해서 돌려주고 인덕션이며 아침준비하며 어질러진 상판을 정리합니다.
오늘은 월요일이라 우리 집에 하나 있는 작은 화분에 물을 주는 날이네요.
잎사귀에 묻은 먼지들까지 물로 닦아주며 예쁜 말들을 해 줍니다.
예쁜 꽃 피워주기를 바라면서요.
깔끔한 남편덕에 우리 집엔 빨래가 참 많습니다.
매일 수건이 최소 8장은 나오고 티셔츠 속옷...
베개커버는 2~3일에 한 번씩 빱니다.
그나마 요즘은 덥지는 않아서 아이들 체육복 바지는 매일 빨지 않지만 거의 매일 체육복을 빠는 편입니다.
남편과 매일 저녁운동을 다니고 있어서 빨래가 더 많이 나오기도 합니다.
그래서 세탁기도 하루 두 번 돌아가지요.
빨래를 모두 건조기에 넣으면 좋을 테지만 줄어들거나 상하는 옷들이 있어서 분류해서 널것은 널고 건조기 돌릴 수 있는 옷들은 건조기에 넣어줍니다.
건조기의
먼지망
은 한 번 돌릴 때마다 먼지를 치워주는 편입니다.
로봇청소기의 먼지통은 매일 갈아주고 센서와 바퀴도 매일 닦아줍니다.
물걸레까지 장착하고 열심히 청소하는 로봇청소기는 저의 최애 도우미
입니다.
보통 11시 전에 모든 상황이 정리되고 깔끔한 집이 됩니다.
12시쯤 점심을 먹는데 혼자 먹을 때는 샐러드를 먹거나 최대한 간단하게 먹습니다.
월요일만 빼고요.
남편 회사가 집에서 5분 거리인데 회사 직원들이 주말에 많이 먹었다고 점심을 거르는 경우가 많아서 함께 밥 먹을 사람이 없다네요.
그래서 집으로 올 때가 많습니다.
가끔은 제가 사무실 앞으로 가서 밖에서 점심을 먹기도 합니다.
오늘은 지인분이 주고 가신 상추가 많아서 상추쌈으로 집에서 점심을 먹고 갔네요.
보통은 이때부터 아이들이 오는 4시까지 자유시간입니다.
그 시간에 책을 읽거나 글을 씁니다.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저도 지인을 만납니다.
그럴 때는 오전에 만나고 오후시간에 집안일을 합니다.
아이들이 오면 간단한 간식을 주고 학교 이야기를 듣습니다.
아이들이 공부를 시작하면 저는 저녁을 준비합니다.
식사준비시간은 한 시간 정도이고 매일 새로운 메뉴를 생각하는 게 고민이기도 합니다.
6시 칼퇴근하는 남편 덕분에 보통 6시 반 전에 저녁식사를 합니다.
대충 정리하고 7시 반부터 동네 스포츠센터에서 한 시간 반 정도 운동을 하고 동네 산책을 합니다.
집에 오면 9시 반정도이네요.
작은 아들은 이때쯤 잠자리에
들
고 이제 고1인
큰아들은
과외숙제로
바쁩니다.
일찍 잠들던 아이가 요즘은 거의 12시가 다 되어야 잠이 듭니다.
너무 안타까워서 어떻게든 빨리 자게 하고 싶은데 마음처럼 되지를 않습니다.
씻고 화장실정리까지 다 하고 아이가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책도 읽고 인터넷도 합니다.
이렇게 하루가 끝이 나네요.
사실 이건 매일의 루틴이고요,
집안일은 끝이 없지요.
구석구석 매일 청소할 곳이 생기고 신경 써야 할 일들이 생기지요.
전업으로 이런 매일 해도 표시 안 나는 살림들 말고도
누구나 그렇지만 엄마로서 아내로서, 딸로, 며느리로의 일은 예고 없이 큰일이 되기도 합니다.
매일 소소한 글이라도 쓰자고 다짐하고선 마무리 짓지 못한 글이 몇 개 인지...
어쩌면 다른 주부님들과 같지만 또 다른 전업주부의 루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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