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의 마지막 출근..이제 온전히 ’너‘를 위해 살아라

by 선심화

오늘(13일)은 동생의 마지막 출근길이다. 나와 동생은 같은 곳은 아니어도 직종(공무원)이 같다. 동생은 33년, 나는 35년 둘 다 정년을 여러 해 남기고 명예퇴직을 선택했다. 길었던 직장 생활을 마치는 퇴직이라는 문을 먼저 들어서 본 내가 동생의 마지막 출근길인 오늘 아침 더 긴장되고 차분해지는 건 왜일까, 아마도 지난 33년 동생이 공직자로 짊어졌을 무게를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일 거다.


아버지는 나와 동생의 학창 시절 늘 이렇게 말했다. ‘여자도 직장을 다녀야 한다. 이왕이면 공무원 해라. 돈을 벌려면 장사를 해야 하고 국가를 위해 열심히 일할 수 있는 공무원이 의미 있는 직업이다‘ 아버지는 군청 급사에서 시작해 독학으로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40년을 공직자로 근무했다. 그래서였을까 나와 동생은 다른 고민 없이 공직자의 길이 천직이라 생각하고 그 길에 합류했다. 아버지의 강직함과 성실함을 그대로 물려받아 타협 없는 원칙을 지키는 지난 세월을 버틸 수 있었다고 우리는 말한다.


직장을 다니면서 걱정거리가 생길 때면 서로에게 자문하고 의견을 듣고 판단하곤 했다. 그동안 각자 일을 하면서 겪은 경험치가 다르니 조언할 수 있었다. 내가 직급이 높아 업무 강도가 센 걸 누구보다 잘 아는 동생은 늘’언니야 페이스 조절해. 지금이 전부가 아니야. 나가서 쓸 에너지도 있어야 해‘


시골이 고향인 우리가 부모 품을 떠나 도시에서 탈 없이 퇴직이라는 관문까지 오기까지는 같은 직종에서 서로에게 해준 조언, 걱정과 염려가 한몫했다. 내가 근무하는 곳에서 동생의 전문 지식이 필요한 일이 있으면 연결해 주곤 했다. 연결해 줘 업무적으로 도움받고 나면 고마움을 전하는 인사는 되레 내가 받았다. ‘동생이 너무 똑 부러져요. 너무 큰 도움이 됐어요‘ 칭찬하는 동료들의 인사에 동생이 자랑스러웠던 적이 여러 번이다.


241102 엄마와자매셋(1).jpg 24.11.2. 양평밭에서 같은 꿈을 꾸는 네여자(엄마와 동생들)

명예퇴직은 스스로 용기 있는 선택이 필요하다. 정년까지 남은 여러 해를 다니면 호봉이 늘어나 월급이 금융 치료가 될 수 있다. 매월 정해진 날짜에 입금되는 월급과 오랜 시간 익숙한 업무를 접고 선택하기엔 현실적인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동생과 내가 명예퇴직을 선택한 이유는 같다. 공직자라는 직종이 주는 무게감, 강직함과 성실함으로 버틴 각자의 시간을 뒤로 하고 이제는 내 인생의 주인공으로 살기 위한 선택이다. 흔히들 공무원이라는 직종이 9시 출근 6시퇴근 안정적이기만 하다고 보는 경향이 있다.


매월 입금되는 녹봉(나라의 일을 하는 공직자에게 주던 급료를 뜻하는 월급)의 무게는 절대 가볍지 않았다. 예전보다 업무 범위가 무한 확장되고 있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본연의 업무를 넘어서 업무가 되고 있다. 일반 행정의 범위에 재난(각종 사건·사고) 대응, 폭우 폭설 관리, 선거 업무, 악성 민원 해결도 있다. 시대가 변하고 국민의 국가와 지자체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져서이다. 해결을 위한 절차도 복잡하고 특히나 책임소재에서 공직자는 자유로울 수 없다. 책임의 무게가 커질수록 자유를 향한 갈망도 커졌다. 그래서 선택했다.


혹자들은 명예퇴직을 하는 우리가 ’돈이 많은지, 복권이라도 된 건지….‘궁금해했다. 그들에게 안정적인 월급을 포기하는 것이 무모하게 보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선택한 건 통장에 남는 잔액보다 남은 삶을 마음껏 하고 싶은 대로 살 수 있는 기회를 얻고 싶었다. 우리의 똘똘 뭉친 열정 속에 담겼던 강직함과 성실함으로 보낸 지난 세월은 이제 자부심으로 정리됐다. 아버지가 말했던 공직자로서 해야 할 도리를 마치고 이제는 각자 자신을 돌보기 시작했다.


지난 4년간 연습한 귀농은 또 다른 시작을 위한 준비 과정이다. 해보지 않은 농사를 연습하며 다른 시작을 꿈꾼 시간이었다. 매달 입금되던 금융 치료 대신 내가 키운 고추, 오이, 토마토, 가지, 감자를 나누는 일상을 선택했다. 정직한 흙을 일구며 새싹을 키우며 엄마 아버지 곁에서 우리는 각자의’나‘를 찾아가겠다.


나는 동생을, 동생은 나를 응원하면서…. 마지막 출근을 앞 둔 동생에게 이렇게 카톡을 보냈다. ‘애썼다. 수고했다. 우리는 최선을 다했다. 이제는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자유롭게 놀자‘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2145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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