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멍하니 앉아 있어도 괜찮다는 사실...
일어나 우선 고지혈증 약을 챙겨 먹고(약 먹는걸로 어떤 분들은 스트레스라는데 나는 그렇치 않다. 건강한 나의 삶을 위해 꼬박 꼬박 챙겨먹는다. 영양제라고 생각한다.), 조용한 음악으로 거실을 가득 채운다.
드립커피를 천천히 한잔 내린다. 거실 창 너머 들어오려는 햇살을 한참 쳐다본다. 사방은 조용하고 음악이 있어 내가 일어나 움직인다는 게 확인된다. 그리고 노트북을 키고 타닥타작 자판을 두드린다.
(나는 드립커피가 좋다. 한잔을 내리는 그 짧은 시간이지만 하루를 시작하는 마음이 차분해 진다)
오늘 아침은 집이 꽉찬 편안함이 더하다. 며칠 런던으로 출장간 딸이 없어 허전했는데, 지지고 볶고 살아도 닫혀있는 딸 방문을 보니 이 또한 편안하다. 혼자 있으니 빈방이 허전했다.
오늘은 무얼 써볼까, 늘 직장에 쫒겨 글이라고는 문서, 민원답글, 상사에게 보고하는 보고서외엔 해보지 않다가 그냥 목적없이 마구 두드리는 자판...이건 편안함이다. 오늘 기분은 어떻다...어제 이런 일이 있었지..근데 왜 그랬을까...생각나는 대로 마음이 가는대로 긁적이는..이건 진짜 편안함이다.
아침시간은 손이 빨리 움직인다. 내가 자는 동안 뇌에 남아있던 쓰레기가 싹 정리되서인가보다. 퇴직하고나니 남아있는 찌꺼기가 더더구나 없다. 그래서 너무 편안하고 좋다. 오늘 아침은 문득 가까운 지인이 생각난다. 며칠 전 몹시 일이 힘들다고 하소연 했는데....지금 그 친구의 머릿속이 복잡할텐데....
그래..그래도 버텨라. 퇴직하는 날까지...마구마구 자판을 두드리는 이 아침이 고맙다. 오늘따라 커피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