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도전, 고추모종 키우기(1)

거실 중간에 턱 하니 자리잡은 육묘트레이, 싹을 틔워주렴....

by 선심화

야외 농사를 짓는 농사꾼은 대부분 지금이 농한기다. 사실 우리 부부는 농사꾼이라고 하기엔 아직 민망한 초보 농사꾼이다. 이제 2년차니 말이다. 진짜 농사를 지어보기로 한 이후 사 년을 주말텃밭에서 부지런을 떨며 농사 연습을 했다. 퇴직을 하고 고향으로 가서 농사를 짓자고 남편과 나는 약속했다. 주변에서 퇴직하고 귀향하거나 귀농을 결정할 때 부부가 서로 의견이 달라 다투는 걸 여러 번 봤다. 다행히 우리는 고향이 같아서인지 크게 의견이 다르진 않아서 1차 관문을 통과한 셈이다.


그렇게 우리는 지난해 첫 밭농사를 지었다. 주말텃밭에서 사 년 연습을 하고 갔지만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특히나 우리가 농사지으려 하는 땅은 그동안 쭉 논으로 벼농사를 짓던 땅이라, 밭농사를 지으려면 환경을 바꿔야 했다. 남편은 그 논에서 밭작물인 마늘을 심을 수 있다고 자신만만했다.


나는 믿었다. 왜냐하면 지난 사 년간 주말텃밭에서 남편이 제법 농사를 잘 짓는 걸 봤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해 이맘때쯤 논에 가서 첫 삽질을 했을 때, 그때를 나는 잊을 수 없다.

내가 알던 흙이 아니다. 갯벌, 갯벌에서 본 그런 흙이었다. 색깔도 흙 색깔이 아니다.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그 색깔을….


”아니, 여보…. 여기 진짜 농사지을 수 있어? 여기 마늘이 돼?


아무리 내가 따라다니며 지어본 주말텃밭 경험이 농사의 전부이지만 그래도 이건 아닌 것 같았다.

지금 와서 말이지만, 남편도 적잖이 당황하는 것 같았다.

여기저기 알아보니 논에서 밭농사를 지으려면 객토해야 한단다. 아니, 이건 또 뭐지? 그러니 저 논에 흙을 부어야 한다는 거다.

우리 땅 주변에서 농사를 오래지은 어르신도 오셔서

“멀쩡한 논을 왜 바꾸려고 해. 그냥 벼 심어….” 타박하신다


다시 마주 앉아 고심했다. 그러나 우리의 결심은 변함이 없다. 남편과 나는 이 땅에서 우리가 심고 싶은 밭작물을 심기로 결심했기 때문이다.


“그래 넣자. 여보…. 흙 넣자…. 근데…. 어떻게 알아봐야지? 누구한테 물어봐야 하지?”


그래도 반백 년 이상을 살아봐서 그런가, 또 길은 찾아지게 되었다. 물어물어 흙 부어줄 사람을 찾아 흙을 부었다. 흙을 일단 해결했으니 이제 농사를 지으려면 물이 있어야 하지 않나, 마침 논 옆에 농수로가 있었다. 그런데 그 농수로에서 작물에 물을 주려면 물조리개로 물을 주는 주말텃밭과는 비교가 안 되니 큰 파란색 물탱크도 필요했다. 그래서 또 파란 물탱크도 하나 들여놓고, 농수로에서 물탱크까지 물이 오려면 양수기가 있어야 하니 양수기도 설치하고…. 그걸 남편은 혼자서 했다.

유튜브 찾아보고 타박하던 어르신 찾아 물어보고 그렇게 우리는 하나하나 해결해 나갔다.


사실 다투기도 여러 번 했다. 처음엔 그냥 와서 주말텃밭처럼 농사지으면 될 줄 알았는데 하나하나 생각지도 않은 비용이 발생하고 문제가 생길 때마다 내 멘털은 흔들렸다. 그래도 시간이 약이라고, 여기서 꼭 내가 좋아하는 마늘과 고추를 심어보겠다는 결심이 바뀌지는 않았다. 지금 생각하니 참 다행이다.


농사가 쉬운 게 아니라고 다들 왜 고생을 사서 하냐고 하지만, 둘 다 시골에서 자라서 그렇기도 하지만, 흙에서 씨앗이 싹을 틔우고 열매를 맺는 게 참 신기하고 기특하고 재밌다. 그리고 우리 먹거리는 이제 우리가 길러서 먹자, 흙이 주는 기쁨을 이제 우리는 안다.

그렇게 우리의 지난 1년은 우당 탕이였지만, 나름의 성과가 있었다.


차를 타고 지나가다 보면 보이는 파란색 농사용 물탱크들…. 이젠 부럽지 않다. 우리 밭에도 하나 있으니까, 멀리 보이는 비닐하우스, 이젠 부럽지 않다. 나도 자그마하지만 나름 비닐하우스라는 게 하나 있으니까

농한기인 지금 우리는 다시 올해 고추 농사를 위해 어제부터 부지런을 떤다.


새로운 첫 도전이다.

지난해 시골 5일장에서 고추 모종 3개에 천원을 줬다. 1개는 4백 원....

남편은 고추 모종을 직접 키워보겠다고 지난해 고추 농사가 끝나고부터 노래를 불렀다. 그것도 집에서 키워보겠다고 다시 여기저기를 뒤지며 노트에 메모하더니 결국 고추씨를 십오만 원이나 주고 덜커덕 주문하는 거다.


“고추씨가 십오만 원이라고?” 화들짝 놀랐는데 걱정하지 말란다.

“고추씨로 모종을 키워보자. 저 씨가 1,200립이니까 반은 올해, 반은 내년에 해보지, 뭐….”그러더니 거실 중간에 떡 하니 고추씨를 키우기 위한 장치들을 설치했다. 장판 위에 모포를 덮고 열선을 깔고 온도계까지 준비했다.

못 말린다. 그렇지만 더 반대하지는 않는다. 남편의 도전이 즐거워 보이기 때문이다. 실패하면 어떤가, 다시 또 하면 되지...

노래가사에도 있지 않나 "우린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가는 겁니다“


나이가 든다는 건 작은 일에 쉽게 화나지 않고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숨 한번 고르고 방법을 찾을 수 있는 여유가 있어서가 아닐지 생각된다.


오늘부터 고추씨 모종 키우기가 시작됐다. 고추씨를 12시간 동안 따뜻한 물에 담가놔야 한단다. 지금 고추씨 600개는 따뜻한 물에 담궈져있다.

거실 중간에 자리 잡은 육묘 트레이에서 고추씨가 발아해 싹을 틔우기를 기다리다 보면 봄이 올거다.

KakaoTalk_20260213_213057519_01.jpg 고추씨앗(색깔이 파란것은 씨앗회사에서 병충해 예방 등 을 위해 코팅해서이다)
KakaoTalk_20260213_213057519_02.jpg 거실에 만들어놓은 고추모종 키울 육묘트레이(꼭 학교다닐때 실험실 같다)

밭에 고추 모종 심는 날을 4월 18일(토)로 이미 달력에 표시해 뒀다. 집에서 키우면 90일쯤 뒤에 밭으로 옮기면 되기 때문이다.


꼭 남편의 도전이 성공했으면 좋겠다. 남편도 나도 활짝 웃을 거다.


26.1.23. 오마이뉴스 사는이야기에 기사로 게재된 글입니다.

기사는 오마이뉴스에서 수정한 내용으로 올라갔습니다.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200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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