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또 시작, 올해 농사는 작년과는 달라
귀농 2년 차 초보 농사꾼 부부는 연휴를 앞두고 마음이 몹시 분주하다.
지난 9일, 드디어 밭에 흙을 넣고 이제 올해 농사 시작할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난 몇 년간 퇴직과 귀농을 같이 준비했다. 퇴직 시기를 예상하고 고향에 있는 땅(논)을 밭으로 바꾸어 밭농사를 짓자고 약속했다. 농사를 지어본 적 없는 나와 어릴 때 부모님 따라 농사일을 도운 게 전부인 남편은 머리를 맞대고 사전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차근차근 계획을 세웠다. 둘 다 고향을 떠나 서울에서 30년 이상을 살아 다시 고향으로 귀농하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여보, 일단 우리가 귀농해도 될지 테스트를 해보자’
그렇게 우리는 동생 땅을 빌려 주말 텃밭에서 4년간 농사 연습을 했다. 다행히 농사가 재밌고, 적성에 맞았다. 귀농하고 적성에 맞지 않아 역귀농하는 분들을 주변에서 종종 볼 수 있어 사전 준비가 철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농사 연습을 하던 주말 텃밭이야 땅이 작으니 농기계 없이도 가능하지만, 870평 땅은 농기계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남편은 짬을 내어 ‘건설기계 조종사 면허(3톤 미만 지게차, 3톤 미만 굴착기)’도 땄다.
농기계임대사업소에서 자격증이 있어야 농기계 임차가 가능하다는 걸 준비하는 과정에서 알아서다. 그렇게 준비를 하고 25년 2월 남편이 먼저 귀농을 해 농사를 시작했다.
그동안 계속 논으로 사용하던 땅을 밭으로 쓰기 위해 작년에 1차 성토 작업(물 빠짐이 나쁜 논바닥에 흙을 부어 배수가 잘되도록 땅을 높이는 작업)을 했다. 그러나 워낙 오랫동안 논으로 사용하던 땅은 성토 작업을 해도 밭농사가 쉽지 않았다.(성토작업에 비용이 많이 들어 흙을 조금밖에 붓지 못했다) 그래서 지난 2월 9일 다시 2차 성토 작업을 해 땅을 40cm 높였다.
지난해 농사를 지은 땅이였어도 새 흙을 부었으니 다시 밭 일구는 작업을 해야 한다.
‘여보, 이번 연휴 기간에 밭에 퇴비를 뿌리고 농사 준비하자’
지난해 2월 흙을 붓고, 돌멩이를 골라내고(성토 작업을 할 때 흙에 돌이 많이 섞여 있어 바로 농사를 짓기 어려워 돌을 골라내느라 고생했다) 퇴비를 뿌리고, 비가 오면 밭에 물이 고여 물길을 이리저리 내보고, 농수로 물을 밭으로 끌어 오기 위해 양수기를 돌리고, 작물에 물주기 위해 물호수를 깔고, 초보인 우리는 밭을 일구고 가꾸느라 한해를 어떻게 보냈는지 모른다.
간혹 툭닥거리긴 해도 그래도 즐거웠다. 올해 2차 성토 작업을 결정하고 지난해 했던 고된 작업이 생각나 한참을 둘이 웃었다.
‘뭐야, 우리 또 해야 해? 그래, 할 수 있다. 해봤으니 이제 좀 쉬울 거야’
처음 밭농사를 짓기 시작할 무렵, 논으로 사용하던 땅이니 배수가 안 될까 봐 땅속에 배수관을 묻어보자 의기투합해 땅속에 배수관을 사서 묻었다. 그때 지나가던 옆집 어르신이 우리를 보고 어이없어 하셨다.
‘아니, 비가 오면 물이 땅으로 스며들지 그게 배수관으로 들어가? 물길을 내야지…. 쯧쯧’
지난해 농사를 지으면서 대체 배수관을 왜 묻은 건지 우리는 서로를 탓하며 한참을 웃었다. 지금도 밭 땅 밑에는 배수관이 역할을 하지 못하고 우리가 묻어둔 대로 그대로 있다.
오늘(14일) 우리는 흙을 넣고 첫 작업으로 밭에 퇴비를 뿌리느라 녹초가 됐다. 40cm 높아진 땅에 퇴비 225포대와 가축분퇴비 6포대를 뿌렸다. 작물도 영양분이 충분한 땅에 뿌리를 내려야 튼실하게 잘 자랄 수 있다. 어쩌면 농사도 사람 인생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다. 정성을 들이고 마음을 다해 가꾸어야 수확이라는 선물을 주기 때문이다.
‘여보, 이제 제대로 농사지을 수 있겠다.’ 마치 오랜 농부처럼 말한다.
연휴 기간에 비 예보가 있어 비가 오길 기다린다. 비가 와야 퇴비의 영양분이 빗물에 녹아 흙 속으로 스며들기 때문이다.
'자주식퇴비살포기'로 밭에 퇴비 뿌리고 있는 남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