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공무원이 되어 이른 퇴직 하는 후배들을 보면

‘나는 공무원이다’하고 외쳐라

by 선심화

며칠 전, ‘월300만원 줘도 ”공무원은 싫어요“...Z세대 82% ‘의향없다’‘ 라는 기사를 접했다. 내용은 Z세대가 공무원을 기피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낮은연봉, 성향차이, 준비기간에 대한 부담을 들고 있었고, 실제 최근 현장을 떠나는 젊은 공무원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였다. 2024년 기준 12,263명이 임용 후 5년 이내 퇴직을 했다는 것이다. 이유로는 경직된 문화와 과중한 업무, 낮은 보수가 청년들의 퇴직원인으로 분석된다는 내용이였다. 관련기사 http://v.daum.net/v/20260130150924007


기사를 읽고 한참을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나는 1990년 임용되어 2025년 12월 말까지 35년간 공직에 몸담았다. 퇴직 전에도 유사한 기사 보도가 간혹 보도되곤 했다. 그럴 때면 같이 근무하는 한참 후배 직원들을 다시 한번 보게 되고 슬쩍 가서 ‘요즘 잘돼가나? 힘든 건 없나?’ 싱거운 농담을 걸곤 했다. 퇴직하고 기사를 접하니 현장에 있으면서 느꼈던 현실, 지금도 근무하고 있는 후배들 생각, 기사 내용이 겹치면서 더 착잡하다.

1990년 12월 나의 첫 임용 당시 기억을 더듬어 보면, ‘국가에 충성하고 국민에게 봉사한다, 그리고 성실, 근면, 친절, 공정하게 업무를 수행한다’라는 내용의 무엇인가를 낭독했었다. 아마 공무원 윤리 헌장쯤 되지 않았을까 싶다. 선서를 낭독할 때가 20대 초반이었는데 ‘국가에 충성하고 국민에게 봉사한다’라는 문구에 내가 어떤 의미를 담았었는지는 기억조차 없다. 그러나 오른손을 들고 낭독하면서 뭔가 울컥했던 감정은 지금도 남아있다. 해외여행을 가면 태극기만 봐도 반갑고, 축구 경기 시작 전 운동장에 퍼지는 애국가를 들을 때 울컥한 그런 기분과 흡사하다.

930714 8급승진임용장(2).jpg 93.7.14 행정9급에서 8급으로 승진한 날인가보다..오랜 사진을 꺼냈다.

그럼에도 직업이 뭐냐고 물었을 때 선뜻 공무원이라고 말하지 못한 때도 있었다. 국가 정책이 잘못됐다는 여론, 지자체 직원들의 수당 부정 지급, 뇌물 관련, 불공정한 인허가 처리 등등 공무원과 관련된 부정 보도로 뭇매를 맞을 때는 나는 아무 잘못도 없는데도 내가 뭘 잘못한 것 마냥 스스로 쪼그라들었다. 거기에 더해 국민이 공무원을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각에 대한 부담도 있어서였다.


그러나 대부분은 공무원이라는 자부심이 있었다. 내가 하는 일이 가치가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참으로 다양한 일들을 했다. 눈 예보가 있을 때는 눈이 오기도 전에 사무실에 출근해 하늘을 쳐다본다. 눈이 언제 오나? 하고, 비 예보가 있으면 또 출근한다. 눈비로 주민들의 생활이 불편하지 않도록 제설 작업을 하고 침수 가구가 발생하지 않도록 배수 작업도 한다. 주말과 상관없이 날씨로 출근하는 일은 예사였다.


복지 수혜를 위해 가구 방문, 상담, 이른 아침 동네 청소, 혼자 사는 1인 어르신 댁에 쌀, 김치, 반찬 배달, 동네 경로당 안전 확인, 주말 텃밭 관리…. 대부분의 일들은 나와 이웃들의 삶과 직결된 것들이다. 실제 지역 주민들에게 ‘아니 공무원들이 이런 것도 하느냐…?’라는 소리를 자주 듣곤 했다.


실제 이러한 외부 업무는 내부 업무를 기본적으로 하고 추가되는 업무가 대부분이다. 낮은 연차에서 선임까지 일선 행정기관 창구는 주민들의 눈높이에 맞춰 그렇게 돌아간다. 일을 하다 보면 매번 순조롭게 업무가 추진되지는 않는다. 때론 아무 이유 없이 ‘내가 낸 세금으로 봉급 받는 주제에….’라는 불편한 소리도 듣고, 업무 처리를 잘못해 사과를 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러나 필요로 방문하는 주민들에게 제대로 된 업무 서비스를 하고 받은 감사 인사는 불편한 마음을 넘어서는 자부심으로 채워졌다. 그렇게 쌓인 업무의 노하우가 긴 공직 생활을 버틸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이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왜 힘들게 공부하고 합격이라는 관문을 통해 임용된 젊은 직원들이 이 조직을 떠나는 걸까? 경직된 조직 문화와 과중한 업무, 낮은 보수가 퇴직 원인이라는 기사 내용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연차가 낮은 젊은 친구들의 퇴직은 퇴직을 결정한 그 직원에게도, 조직의 입장에서도 손실임을 선배들은 분명 알고 있다. 그런데도 이 조직을 떠나는 사회 초년생 직원들을 바라보는 선배의 마음은 아팠다. 개인마다 각자의 사정은 다르지만, 조직에 먼저 들어와 그들에게는 선배인 내가 그들의 퇴직에 영향을 미친 건 없나? 돌아본 적도 많다.


한번은 같이 근무하던 직원이 상담을 신청했다. 그만두겠다는 거다. 이유를 물어보니 승진도 안 되고, 일도 너무 힘들고 하고 싶었던 일은 이게 아니라는 거다.

”음…. 지금 너와 내가 하고 있는 일은 누군가에게 너무나 필요하고 중요한 일이야. 일을 하면서 보람이 있지 않니? 물론 일을 하는 보람도 있고 승진도 하면 좋겠지만, 보람과 승진의 우선순위를 두도록 하자. 승진이 되지 않는 건 조금 천천히 가는 거라고 생각하면 어떨까?“


”하고 싶은 일을 해,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퇴근할 때 일을 책상에 두고 가는 연습을 해, 그건 내가 대신해 줄 수가 없어…. 연습해 봐, 그리고 퇴근하고, 주말엔 네가 하고 싶은 글을 써. 그렇게 좀 지내보면 어떻겠니? “후배는 소설을 쓰고 싶다고 했다. 그렇게 한참을 얘기하고 우리는 대화를 마쳤고, 그 후배는 지금 잘 근무하면서 본인이 쓰고 싶은 소설을 쓰고 있다.


누구보다 이 조직에서 35년 보낸 나로서는 사회 초년생 신입 공무원들이 조직을 떠나지 않고 잘 근무해 주길 바란다. 물론 구조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부분들은 복합적인 원인이 있어 이 자리에서 언급은 적절하지 않다.


다만, 공무원이라는 직업으로 오래도록 이 조직에서 근무해 주길 바라는 선배의 마음을 어떻게 전달하면 좋을까?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일선 행정은 필요한 한 개인에게 목숨줄과 같을 수도 있다. 우리의 작은 배려가 한 사람에게 희망을 심어줄 수도 있다. 멋있고 화려한 직업은 아니라도, 신념을 가지고 자리를 지켜줬으면 한다. 그렇게 나도 지역 주민들과 함께 성숙해진다 그게 일선 행정기관에 근무하는 공무원이라는 직업의 매력이다.’


돈과 비교할 수 없는 가치, 내가 하는 일에 대한 자부심을 직접 경험하며 소신 있고 당당하게 어디서나 ‘나는 공무원이다’라고 외쳐주길 진심으로 응원한다.


26.2.3. 오마이뉴스 사는이야기에 기사로 게재된 글입니다.

기사는 오마이뉴스에서 수정한 내용으로 올라갔습니다.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203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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