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대통령의 글쓰기> 40가지 글쓰기 비법
지난해 12월 31일, 길었던 공직 생활을 마쳤다. 35년간 행정직공무원으로 일하며 글과 관련된 교육을 여러 차례 받았다. 대표적인 교육으로는 ‘공문서 작성법’‘홍보 역량 강화 교육’‘보고서 작성법’이 있다. 모두 글과 관련된 교육이다. 공무원이 생산하는 모든 글과 관련한 문서는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약칭: 기록물 관리법)」에 의해 중요도에 따라 보관년수(1년, 3년, 5년, 10년, 30년, 준영구, 영구)를 정하고 그 기간 보존한다. 혹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잘잘못을 가리기 위한 유일한 증거가 바로 당시 생산된 문서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신입 공무원 때부터 글과 관련된 교육을 통해 기록으로 남는 공문서의 중요성을 상기시키고 주기적으로 반복 교육을 한다.
퇴직하고 글을 쓰겠다고 목표를 세웠지만 직장 생활을 통해 알게 된 글의 무게에 부담감이 컸다. 지금껏 나는 글 대부분을 공문서 작성으로만 썼다. 앞으로 쓰고 싶은 글은 삶과 귀농 준비 과정, 가족에 대해 쓰고 싶은데 습관처럼 몸에 밴 간결하고 함축된 제한된 글자에 막막함이 들었다.
글쓰기는 누가 가르쳐주는 것도 아니고, 준비 과정으로 안내서가 필요해 오랜만에 잠실 교보문고를 찾았다. 서점 입구 문을 여는 순간 입이 떡하니 벌어졌다. 이 많은 책을 쓴 저자들 앞에서, 내가 글쓰기를 한다는 게 가능할까? 글쓰기 안내서를 찾으러 온 나는 꽂힌 수많은 책에 압도당했다. 큰 숨 한 번 들이키고 글쓰기 책이 꽂힌 서가를 찾으니, 서가 그득 책들이 꽂혀있다. 처음 시작하는 초보자들에게 초고, 필사, 습관(매일 글쓰기), 퇴고, 얼개 짜기 등 조언하는 안내서들이다.
그 가운데서 눈에 띈 책이 <대통령의 글쓰기>였다. 이 책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한 건 ‘10주년 기념 에디션’이라는 것과 첫 장과 마지막 장에 김대중, 노무현 두 대통령의 첨삭 기록과 메모가 그대로 실려있었다.
그에 더해 글쓰기 전수 비법을 40가지 구분했는데 두 대통령과의 연설문 뒷이야기 실화를 배경하여 에세이 형식으로 쓰여 있었다. 평소 우리가 듣지 못하는 청와대 직장 생활 뒷이야기를 덤으로 들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저자는 두 대통령 밑에서 8년간 연설 비서관을 맡아 대통령의 생각을 글로 담는 업무를 했다. 저자에게 글쓰기를 권유한 분이 노무현 대통령이라고 했다.344p
특히 공직자들의 글쓰기 훈련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전한다. 대통령 신분으로 연설 비서관에게 받는 글쓰기 서비스를 많은 사람들이 누릴 수 있었으면 하는 대통령의 배려다. 책을 읽으면서 이 책이 왜 글쓰기 안내서인지 궁금증이 들었다. 저자가 두 대통령을 측근으로 모시면서 작성한 관찰기 같은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책의 중반기를 들어서면서 이 책은 저자가 두 대통령의 생각을 글로 옮기는 연설 비서관 업무를 했지만 저자 자신도 두 대통령으로부터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글쓰기 비법과 글에 대한 진심을 전수받았고 그 비법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는 걸 알았다. 결국 이 책은 노무현 대통령의 글쓰기 권유에 대한 저자의 결과물인 셈이다.
나는 글을 써보겠다고 결심하고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수 있을까로부터 출발해 해답을 얻고 싶었다.
‘글을 잘 쓰려고 하기보다는 자기만의 글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사람이 글을 잘 쓸 수는 없다. 하지만 자기만의 스타일과 콘텐츠로 쓰면 되고, 이런 점에서 우리 모두는 성공적인 글쓰기를 할 수 있다’ 291p
‘글쓰기는 자신만의 경험과 생각을 보여주는 것이다. 경험한 것과 생각한 것, 이것이 콘텐츠다.’ 236p
40가지 글쓰기 비법 중 26번째, 33번째 ‘자기만의 콘텐츠를 만들어라’‘자기만의 글을 쓰자’의 내용이다. 그렇다. 내가 겪은 나의 삶을 누구보다 잘 쓸수 있는 사람은 바로 ‘나’, 이게 글쓰기를 시작하는 나에게 큰 자산이라고 저자는 알려주었다.
저자는 글쓰기 분야에서 두 대통령이 최고이며 대한민국 최고의 문필가라고 했다. 텔레비전을 통해, 언론을 통해 근엄하게만 보이던 대통령이 연설문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연설 비서관들과 청와대 회의실에서 주고받은 회의 과정, 대화, 첨삭들이 생생하게 이 책에 적혀있다. 글이 글로 끝나지 않고 실천으로 이어지는 것이 가능했던 두 대통령…. 대통령의 글쓰기라고 거창하고 별다른 것이 아니라, 자기 생각과 논리를 중심에 두고 작성한 글이어야 내가 주인인 글이 된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내가 왜 글을 쓰고 싶어 하는지에 대한 의문은 지금도 나에게는 진행형이다. 저자는 글쓰기는 치유의 과정이라고 했다.
‘글을 쓰는 일은 그 자체로 많은 것을 준다. 생각이 정리되고 공부가 된다. 위로와 평안을 준다. 용기를 얻는다. 무엇보다 나를 들여다보게 된다. 스스로 성찰하게 된다.’334p 김대중 대통령이 글을 쓰는 이유다.
어쩌면 지루할 수 있는 글쓰기 안내서가 두 대통령의 글쓰기에 대한 진심과 생각을 글로 옮기는 과정을 에세이로 풀어준 이 책을 통해 거부감을 많이 덜어냈다.
노무현 대통령이 연설 비서관에게 요구한 ‘자네 글이 아닌 내 글을 써주게’ 26p
대통령이기 전에 한 사람으로 자신의 삶과 태도를 글에 담은 두 대통령의 글쓰기에 관한 생각이 잊히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저자의 마음을 담은 글쓰기 비법 전수 안내서다. 책을 덮으며 두 대통령에 대한 관찰기가 아닌지 들었던 의문은 사라지고 지금은 계시지 않는 두 분의 글에 대한 태도 앞에 먹먹함만이 남았다.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208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