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충주시 홍보를 담당하던 충주맨이 사직한다는 뉴스를 봤다.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한 사람의 퇴직이 이렇게 논쟁거리가 되나 싶으면서도 블라인드에 올려진 작성자의 글과 정치적 해석을 같이 하는 여러 기사를 보면서 씁쓸함을 감출 수가 없다.
“충주맨 김선태의 사직 소식에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김 주무관이 공직 사회에서 눈엣가시였다'라는 글들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13일 한 공무원은 '충주맨은 공직 사회의 암적인 존재였다'는 글을 올리고 "남들은 20년 근속해야 올라가는 6급 팀장을 딸깍하고 받았고, 유튜브 홍보 활동한다고 순환근무도 안 하고 얼마나 내부에서 싫어했겠냐"라고 적었습니다.” 관련기사: http://v.daum.net/v/20260214155246983
나도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으로 근무하다 퇴직한 지 채 두 달이 되지 않는다. 35년 자치구 공무원으로 근무하는 동안 조직의 구성원으로 단소리, 쓴소리하면서 직장 생활을 했다. 내가 충주맨을 처음 알게 된 건 2021년이다. 퇴근 후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다 MBC <아무튼 출근> 에 나온 지자체 홍보 담당 공무원을 우연히 보고 ‘신박하네….’하고 유튜브를 찾아보게 되었다.
사실 지방자치단체의 홍보 수단은 대부분 비슷하고 정형화 되어있다. 가구별로 배부하는 1달에 1회 제작하는 지면 소식지, 보도자료, 기관 홈페이지, 현수막, 포스터, SNS(인스타, 블로거, 카카오 채널 등) 대동소이하다. 수요자 중심이 아닌 공급자 중심의 홍보 방법을 탈피하기 위해 무진장 애를 쓰지만, 쉽지 않다. 쉽지 않은 이유 중 조직의 수직 문화도 한몫한다. 어떤 홍보라도 기획 단계에서 담당->팀장->과장->국장까지의 검토 과정을 거친다. 이미 그 검토 과정에서 처음 기획하던 담당의 아이디어는 이리저리 수정될 수밖에 없다.
‘이게 뭐냐, 공공기관이 이런 문구를 써도 되겠냐?’‘이건 공무원답지 않다’‘이건 너무 과한 표현이다’‘이 문구 대신 다른 문구를 넣어라’….충주시 홍보 영상을 보면서 이게 과연 가능했을까? 지역만 다를 뿐, 하는 업무는 같고, 조직의 성격과 분위기도 비슷할 텐데 영상 게시 결재가 가능했다고? 의문이 들었다. 우리 조직에서 결재라인의 승인 없이 영상게시가 절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유튜브에 구독자 97만 명이 몰린 이유는 분명 있다. 공무원의 고충을 가감 없이 그대로 보여주고, 뭔가 어설퍼 보이는데 촌스럽고 그럼에도 재미있고, 인간미가 전달되는 정보전달을 한 것이다. 다른 지자체와 완전하게 차별성을 둔 것은 철저한 시청자 중심의 기획이었다는 거다. 그렇게 하기 위해 ‘무결재시스템’(상사의 결재 없이 유튜브를 바로 게시했다고 함)이였다고 한다. 내부 결재 과정에서 기획된 콘텐츠의 재미와 시의성을 해친다고 판단해서 내린 결정이었다고 한다. 공무원 조직에서 찾아보기 힘든 천지개벽할 일이다. 그렇게 충주맨은 충주시뿐 아니라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홍보 패러다임을 바꾸었다.
충주시는 한 행정직공무원의 독특한 콘텐츠로 충주시 홍보라는 묵직한 숙제를 해결했다. 그러면서 또 한편으로는 그 직원의 사직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직장 블라인드에 올라온 글이 논란의 시작인 것 같다. 블라인드는 내부 메일로 인증을 해야만 가입이 된다. 그리고 철저한 익명이 보장되는 구조다. 직장인들의 대나무숲 같은 역할을 하지만 순기능과 역기능이 있는 동전의 양면 같다.
직장 내부 부조리를 익명으로 고발해 변화를 끌어내는 조직의 숨은 감시자 역할을 하는가 하면 보장되는 익명으로 허위 사실을 올리거나 ~~~카더라 루머확산으로 조직 내 불신을 야기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이번 충주맨 사직과 관련된 뉴스를 보면서 직장인들이 블라인드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다시 한번 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블라인드는 조직원들이 만든 공간으로 결국 그 조직 구성원에 대한 비난이 난무하는 곳이다. 외부 플랫폼 공간에 조직의 정보를 쏟아내고 동료의 등을 떠미는 그런 곳이어서는 안 된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그 동료는 결국 내일의 ‘나’일수도 있다. 동전의 양면인 블라인드 익명을 빌어 서로를 보호하고 건강한 조직문화를 만들어 가는 데는 구성원들의 성숙함이 필요하다.
이번 충주맨 사직과 관련된 블라인드 글로 전국이 떠들썩하다. 충주시 소속 공무원 간에도 수많은 소문과 편 가르기가 있을 법하다. 그러나 결국 조직을 지키고 본연의 업무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공무원으로서의 본분이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충주맨과 함께 하는 동료들 그리고 관계자들 이번 논란 속에서 어느 누구도 다치지 않고 빠르게 안정화되길 바란다. 이번 일을 계기로 충주시가 한층 더 성장하길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