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년차 결혼기념일

by 선심화

지난 2월 12일 아침, 남편이 카톡을 보내왔다.

(귀농준비과정으로 지금은 떨어져 살고있다.)


‘오늘이 결혼기념일이그만....당신 덕분에 모든게 편안함’


멋없이 단촐하게 보내온 남편의 카톡이다.


그러고 보니 31년째 이 사람과 지지고 볶고 살고 있다.

우리뒷모습.jpg 양평 주말농장에서 둘이...세상 재밌게 살았다...저때는...아마..23년인가??

최근 2년간 우리는 큰 회오리를 지나왔다. 여러일들로 퇴직도 미루고 정신적 피로감을 가지고 아닌 척 그렇게 한참을 둘다 힘들었다. 애초에 귀농을 하기로 결정한 게 있고 또 서울에서 56세, 퇴직 6년차의 재취업은 진짜 하늘의 별따기 보다 더 어렵다는 걸 아니 울진으로 남편은 가서 재취업에 도전, 성공했다. 주5일은 직장을 다니고 이틀은 밭을 일구고 가꾸는데 신경을 쓰느라 몸이 고단해도 마음이 편안하기를 그렇게 한 1년을 보냈다.


남편이 직장에서 자리를 잡고 나도 정년을 4년 남기고 퇴직을 했다. 이후 남편은 울진에서 나는 울진을 오가며 생활하고 있다. 이렇게 떨어져 살거라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퇴직을 결정하면서 여러 고민들이 있어 사주를 한번 봤는데 ‘주말부부로 살아도 좋겠는데...’ 그게 이렇게 맞다니..참 사는게 신기하고 묘하다.


그러나 중요한 건 남편과 나 둘 다 지난 2년 혹독한 고비의 시간을 잘 넘겼다는 거다. 그렇게 고단했어도 지금 다시 편안하다. 나도 남편도 마음이 안녕하다. 그거면 됬다. 그렇게 우리는 또 살아간다.


남편에게 건강보험료가 많이 나올거니 국민연금 나올때까지만 다니라고 했지만, 그러기엔 우리에게 남은 인생은 지금까지의 인생보다 짧다. 그래서 2~3년 더 퇴직시기를 당길까 한다. 남편과 여기저기 다니고 싶어서다. 누구보다 성실히 잘 살아온 남편과 나 둘이 같이,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곳을 걸으며, 새로운 곳에서 지난 날들을 두런두런 나눌 수 있기를 오늘도 바래본다.


남편의 카톡에 오늘은 종일 기분이 좋다.


26.2.12. 아침 남편은 카톡을 받고 잠깐 긁적긁적...기분좋은 글쓰기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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