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전부터 준비한 귀농준비, 즐겁고 행복했다. 이제는 ’덕홍농장‘으로..
오랜만에 양평에 있는 동생 소유의 주말 텃밭을 다녀왔다. 양평군 서종면 고래산(543m) 중턱에 있는 이 텃밭은 동생들과 함께 지난 4년간 주말마다 농사짓는 연습을 하던 곳이다. 울진이 고향인 우리 세자매는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며 가정을 꾸리고 생활했지만, 근처에 옹기종기 모여 살면서 의지하고 챙겨주는 서로의 버팀목이었다. 맏이인 내가 퇴직 계획을 세우기 시작한 5년 전, 동생의 제안으로 양평에 있는 주말 텃밭에서 제대로 된 농사 연습을 시작했다. 고향을 떠나 서울에 각자 둥지를 틀었고 퇴직하고 하나, 둘 다시 부모님이 계신 고향으로 귀농하기 위한 준비 과정이었다.
우리가 과연 고향으로 돌아가 농사 짓고 살 수 있을지, 함께 노년을 보낼 수 있을지 확인하자고 시작한 4년의 세월은 헛되지 않았다. 계절이 4번 바뀌고 그러기를 4번 하면서 고향으로 가는 결정을 확고히 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나는 지난해 연말 퇴직을 했고, 동생도 올해 퇴직을 앞두고 있다.
터울이 긴 우리가 공통으로 기억하는 고향의 추억은 각자 다르지만, 부모님이 살아 계실 때 고향으로 가 두 분의 남은 삶을 같이하자, 나이 순서대로 퇴직하고 귀농해 부모님과 추억을 쌓고 기억하자는 데는 뜻이 같았다. ‘야, 우리가 연어냐? 고향으로 다시 가게….‘ 그렇게 우리는 신나고 즐겁게 4년간 농사 연습을 마치고 나부터 귀농은 현재 진행 중이다.
지난 연말, 퇴직 후 서울과 울진을 번갈아 다니며 틈이 없어 이번 겨울에 한 번도 다녀오지 못했는데 어제(3월 1일) 동생들과 겨울내 텃밭이 잘 있는지 확인도 할 겸 다녀왔다. (참고: 땅을 내놨는데 아직 팔리지 않아 관리를 해야 한다.) 예전만큼 찾아 주지 못한 땅이 못내 서운해할까 미안한 마음까지 들었다. 그만큼 내겐 귀농이라는 결실을 보게 해준, 어슬픈 손길이여도 정성껏 가꾸고 가족들과 4년의 추억이 깃든 귀하고 고마운 땅이다.
땅은 변함없이 지난겨울을 잘 지났고 봄이 오는 흔적들이 보였다. 지난해 이 곳에서 귀농해 울진 밭에서 키울 마늘씨를 키우는 데 주력했다. 마늘은 육쪽마늘을 까 마늘씨를 하는데 우리는 마늘종을 뽑지 않고 천연씨마늘을 키워 울진으로 가져가기로 했다. 마늘종을 뽑는 가장 큰 이유는 땅속 마늘을 굵게 하기 위해서다. 마늘종이 올라오면 마늘은 종자를 번식하기 위해 영양분을 마늘종으로 보내기 때문에 뽑아줘야 한다. 그런데 마늘종을 뽑지 않고 두면 돌돌 말리다가 어느 날 곧게 서면서 끝부분이 불룩해지고 천연씨마늘인 주아(珠芽: 구슬처럼 생긴 싹, 마늘 꽃대 끝에 달린 아주 작은 마늘알)가 자란다. 우리는 마늘꽃이라 불렀다.
주아는 사실 마늘의 0단계 씨앗이라고 봐야 한다. 주아를 씨앗으로 심는다고 다음 해 바로 마늘이 되는 게 아니다. 다음 해 주아는 도아(稻芽: 벼의 싹, 종자용 싹, 외통 마늘)로 자라게 되고 그다음 해에 우리가 아는 육쪽마늘로 수확하게 된다.
이렇게 주아(1년차)-도아(2년차)-마늘(3년차)을 하는 이유는, 다음 해 마늘 농사를 지으려면 올해 수확한 마늘 일부를 다시 땅에 심어야 하는데 수확해 마늘씨로 쓰기엔 아깝다. 마늘이 조금 덜 굵어도 마늘종으로 주아를 키우고 이듬해 도아로, 이렇게 순환하면 내년, 그 이듬해 계속해 심을 종자를 공짜로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씨 마늘값이 생각보다 비싸다.
그리고 더 중요한 이유는 마늘을 씨앗이 아닌 쪽(육쪽마늘 중 1개)으로 매년 심으면 토양 바이러스가 누적돼 병에 걸리기가 쉽다. 주아는 마늘종에서 공중에 매달려 자라기 때문에 토양 바이러스로부터 훨씬 깨끗하게 재배된다. 그래서 농가에서는 도아로 재배한 마늘이 일반 마늘보다 수확량도 좋고 품질이 낫다고 한다.
지난해는 주아를 키웠고, 그 전해(2024년) 심은 주아(24년도에 주아는 돈을 주고 사서 심음)를 도아로 키워 수확했다. 그런데 지난해 일부 수확하지 못한 도아가 겨울 밭에서 자라 오늘 가보니 마늘 싹으로 올라와 있었다. 게으른 농부들을 비웃는 듯 초록초록하게 올라온 마늘 싹 앞에서 우리는 한참을 웃었다.
’언니, 여기 마늘 싹 났어. 우리가 수확 못 했던 도아가 나왔어. 올해도 마늘이 나오겠는데….‘
’땅이 팔리면, 이 마늘도 같이 주자. 우리 선물이라고 하지 뭐‘
어제도 우리는 땅이 주는 경이로움을 배우고 느꼈다. 긴 겨울을 살펴보지 않아도 자연은 순리를 어기지 않고 생명을 틔우고 있었다. 올해 땅이 다른 사람에게 팔릴 수도 있다. 동생에게 말했다.
’이 땅이 팔리면 그 사람에게 지난 4년, 우리가 여기서 얼마나 즐겁고 행복했는지, 꼭 전해줘‘
우리의 놀이터였던 양평에서의 주말텃밭을 고향인 울진으로 크게 장소를 넓히고, 부모님 이름을 한글자씩 따 ’덕홍농장‘으로 이름 지었다. 자식들은 도시로 나갈때쯤의 엄마, 아버지 나이보다 훨씬 더 나이를 먹고 다시 하나, 둘 부모님 곁으로 돌아가는 준비를 하고 있다. 처음 농사를 시작하던 때부터 경험한 양평에서의 우당탕 농사 연습기를 가지고 팔순이 넘은 부모님과 다시 또 우당탕 울진 ’덕홍농장‘ 농사꾼으로 살아보겠다.(남편은 귀농해 정착했고, 나는 아직 서울과 울진을 오가며 지낸다.)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2110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