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공짜는 없다’ 댓가로 치른 나의 6시간

‘무료’라는 단어의 무게를 다시 한번 돌아본 하루다.

by 선심화

퇴직을 하고 바깥출입이 거의 줄어들었다. 오랜만에 외출준비를 해본다(26.1.22./오늘이 최근 가장 추운날이란다..하필) 무료 강연이지만 내가 신청한 것이니, 그것은 약속이다…. 추워도 가야지…. 그리고 이번 강연은 요즘 대세인 소통 분야 특급 강사다.


우연히 SNS를 검색하다 TV에 나오는 연예인급 강사의 무료 강연을 찾았다. 퇴직하고 시간도 여유가 있으니, 대면으로 한번 들어보고 싶어 바로 신청했다. 2번의 문자 안내와 2번의 카톡 안내를 받은 터라 춥지만 가야 한다는 책임감도 한몫했다.


처음 가보는 무료 강연인데, 왜 무료인가 찾아보니 후원사가 업체 상품 홍보와 유명 강사 강연의 콜라보같은거다. 강의장을 찾는 대상을 여성으로 한정한 강연이였다. 그 이유는 오늘 현장에서 충분히 확인되었다. 일반인들에게는 유명 강사의 무료 강연 기회를, 업체에서는 상품 홍보를 통한 고객 모집이 오늘 후원사의 목적이다.

260122 카톡(무료강연).jpg 강연안내 알림톡 26.1.22.


무료 강연 장소를 찾아가면서 오늘 다녀오고 나서 나는 어떤 느낌이 들까, 혼자 생각해 봤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했는데….‘ 그렇게 입장 시간 전에 도착해보니 역시 강사의 인지도가 전달된다. 역시 스타 강사가 맞구나 싶었다. 이미 100여 명이 도착해서 자리 잡고 있다.


후원사는 오늘 참여 인원을 500여 명으로 예상했다고 했는데 날씨가 추워서인지 400여 명 되어 보였다. 인원수가 예상보다 작아서였을까 후원사 임원의 단상에서의 상품 홍보가 매우 공격적이다. 홍보하는 상품에 가입하지 않으면 마치 내가 뭔가 큰 것을 눈앞에 두고도 놓친 후회를 할 것 같은 뉘앙스의 수위 발언이 1시간 40분 동안 이어졌다.

계속되는 상품 홍보를 들으며 이런 생각을 했다.

‘그래, 여기도 치열한 전쟁터구나!‘

아직 내가 퇴직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오늘 단상에서 생수 한 통을 마셔가며 열변을 토하는 기업 임원이 안쓰럽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애초 약속된 진행 순서상 시간을 넘긴 기업홍보의 피로감에 이미 강사의 강연에 대한 기대감마저 무너지기 시작했다.


도착해 레크리에이션, 기업 상품 홍보로 2시간이 훌쩍 지나버렸으니 그 시간이 아까워서라도 강사의 강연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강사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며 그 잠시의 짬에도 상품 홍보는 계속되었다.

강사의 도착 신호를 스텝들이 서로 주고받고 이제 강연이 시작된다.

TV나 유튜브에서 보던 강사는 모습 그대로다. 오늘 참석 대상이 여성인 이유가 상품 홍보에 적합한 성별, 나이였다는 것과 강사의 강의 주제도 여기에 맞춰진 거다. 구체적으로 쓰고 싶지만 조금만 써도 스타강사가 누군지는 바로 짐작할 수 있어 여기까지만 쓰겠다.


고액의 강사료가 책정돼 있을 스타강사가 기업 상품 홍보 미끼가 되는 걸까, 모르는 걸까 아니면 본인이 스스로 마케팅 도구가 되어주는 건지 의문이 들었다. 강사 본인이 단상에 오르기 전, 1시간 40분 동안 상품 홍보가 있었다는 걸 모를 리 없을 텐데, 강사는 본인이 TV에 나와서 보여준 뛰어난 공감 능력과 부부간 관계 소통에 대한 진정성 있는 얘기로 우리에게 전달되었다고 평가할지 오히려 질문을 던져보고 싶다.


강연이 끝나고 돌아오는 지하철안에서 나의 오늘 시간을 계산해 보니 대략 6시간이다. 무료 강연에 내가 대가를 치른 시간이다.


내가 신청하고 결정했으니 치른 대가와 감정 소모에 대한 피로도는 당연히 나의 몫이다. 그렇지만 애초 무료 강연에 앞선 안내문자에 쓰여진 상품 홍보 시간을 후원사는 지키지 않았다.


개선이 필요하다. 후원사는 애초 약속했던 기업홍보나 상품 홍보 시간을 정확히 지키고 강사 또한 기업에서 받는 강의료보다 청중이 본인의 강의를 위해 참여한다는 책임감을 반영한 기업과의 강연 조건 검토가 있었으면 한다.


’세상에 공짜 없다‘는 걸 쉰일곱에 다시 체험한 소중한 기회였다. 무료 강연에 혹해 다녀오면서 내 시간도 정당한 대가가 있어야만 한다는 걸 스스로 체험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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