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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티 Mar 16. 2024

글 쓰는게 좋다

작가가 꿈이었던 적은 없지만.

 어렸을 적 선생님이 장래희망이 무엇인지 써오라고 했을 때, 한번도 ‘작가’ 라는 꿈을 적어 넣은 적이 없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글은 항상 나와 함께 하고 있었고, 지극히 자연스럽게 내가 하고 있던 것이었다. 소설가나 극작가처럼 신박한 스토리와 기승전결을 만들어본 적이 거의 없고, 화려하고 유려한 문장을 쓴다기보다 그저 담백하게 내 생각을 녹여낼 때가 많아서, 내가 생각하는 ‘작가’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고 여겨왔나 보다.


글을 잘 쓴다는 말을 살면서 몇 번 들었다. 글 쓰는 일은 나에게 아주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다. 평소에 그리 말이 많지 않은 나는 백지 위에 볼펜을 쥐면 그저 흐름에 맡겨 첫 문장을 뱉는다. 그리고 그 이후에는 토하듯이 나의 생각을 쏟고 글 쓰는 것에 완전히 몰두하는 나를 발견한다. 내가 미처 알아채지 못한 생각들을 글을 쓰면서 다시금 되뇌일 수 있다. 생각의 흐름대로, 글의 흐름에 내 몸을 맡기는 것이다. 글쓰기는 내 깊은 내면까지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이고, 나 자신을 잘 이해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도구라고 생각한다. 글을 쓰려면 생각을 해야 하고, 생각을 하려면 나의 내면을 들여다 봐야 하기 때문이다.


글은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다. 그리고 누구나 글쓰기를 통해서 성찰을 하고 성장을 할 수 있다. 당장 노트만 있어도, 메모장에도, 브런치 같은 플랫폼을 이용해서도 자신의 글을 적어 내려갈 수 있다. 나는 노트에 일기나 가벼운 수필을 적는 것을 좋아했고, 글을 온라인상에 공유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몇년 전이다. 아니, 글을 쓰기 시작한 것도 불과 몇년 전이다.


대학교 2학년이었던 21살, 3년 전이구나. 21살 때 글을 폭발적으로 쓰기 시작했다. 알에서 깨 나오는 것이 극도로 두려웠던 시기이자, 방황을 처음 맛보고, 처음으로 ‘나’에 대해서 돌아보게 된 시기이다. 정말, 미친듯이 썼다. 나에게 무선 스프링 노트는 아주 친숙한 것이었다. 어렸을 적 하얀 종이 위에 만화를 그리는 것을 정말 좋아했다. 그저 내가 상상하는 대로 등장인물을 만들고, 내 생각의 흐름대로 스토리를 짜고 그려내는 것에 희열을 느꼈기 때문이다. 초등학생 때 그려놓은 스프링 노트가 책장 안에 빼곡하다.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에는 오로지 공부에만 열중하다가 폭풍같은 입시를 마치고 다시 내 진짜 ‘일’을 시작해보려 했다. 초등학생 때 처럼 만화를 그리려고 무선 스프링 노트를 샀다. 어렸을 적 느껴본 ‘몰두’라는 희열을 다시금 느끼고 싶었다. 만화가가 진짜 내 일이고, 내 천직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나의 바램은 겨우 한 장을 그리고 처참하게 무너졌다. 그림도, 스토리도 종잡을 수 없는 삐뚤어진 낙서가 눈 앞에 있었다. 나 스스로에게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 어린 시절의 나는 왜 그렇게 만화 그리는걸 좋아했을까.


나는 그 후로 무선 스프링 노트에 나만의 생각, 감정이 담긴 글을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약 20년간의 삶을 되돌아보며, 나의 깊은 내면을, 나라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처음으로 진지하게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시, 수필, 일기 장르를 불문하고 그저 떠오르는 대로 나의 내면 속에 있던 것을 풀어 나갔다. 빼곡하게 글씨로 채워진 노트를 보니 거짓 없는 진정한 나 자신이 보이기 시작했고, 스스로에게도 거짓말을 하던 나는 점점 나 자신에게 솔직해졌다. 나의 두려움을 회피하지 않고 마주볼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쌓인 노트만 수 권이다. 나의 방어기제를 깨기 위한 과정 속에는 항상 글쓰기가 있었다. 글을 쓰면서 나는 나 자신과 친해질 수 있었고 스스로를 치유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나만 보는 것으로 만족하는 글을 썼던 나는 내 생각이 담긴 글을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고 블로그, 브런치 같은 플랫폼을 이용하고 있다.


앞으로도 나는 꾸준히 글을 쓸 것이다. 이 말은 즉슨 앞으로 나 자신과 꾸준히 대화하고 나를 마주볼 거란 뜻이다. 살아있기에 글을 쓴다. 그저 숨을 쉬듯 자연스럽게 쓴다. 글이 나를 쓰는 것인지, 내가 글을 쓰는 것인지도 모를만큼. 브런치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의 글들을 보니, 사람마다 생각과 느끼는 바가 다양하다는 것을 다시금 보게 되었다. 자신의 영혼을 보듬음과 동시에, 서로의 영혼이 동하게 되는 자리인 이 글쓰기 플랫폼이 좋다. 글을 쓰는 우리 모두가 작가이며, 자신의 삶을 만들어나가는 단 한 명의 설계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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