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카드 한 장, 그리고 초록빛 한 장면

by devyn

아이슬란드는 관광으로 살아가는 나라라는 말을 실감했다.

여행 내내 현금이 필요한 순간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식당, 주유소, 주차장, 심지어 공공화장실까지 —
모두 신용카드 한 장으로 해결됐다.
결제 단말기에는 여러 언어가 준비되어 있었고,
관광지는 구글맵 CarPlay로 쉽게 길을 찾을 수 있었다.
관광 인프라의 완벽함이,
이 나라가 여행자와 얼마나 오래 함께해왔는지를 보여주는 듯했다.


하지만 아이슬란드의 진짜 매력은
편리함이 아니라, 그 불편함 속에 숨어 있었다.
갑자기 변하는 날씨,
영화속 한 장면처럼 끝이 보이지 않는 도로,
그리고 바람이 그려내는 검은 언덕의 곡선들.
그 낯선 모든 것이
여행 내내 엄마와 나를 영화속에 사는 느낌을 주었다.


네번째 숙소에서 맞이한 밤,
드넓은 하늘에 초록빛 오로라가 피어올랐다.
엄마와 나는 말없이 하늘을 바라보았다.
우리는 서로 감탄사로 대화를 했고,
초록빛 아름다움에 빠져 피곤함도 잊었다.


아이슬란드는 정말 ‘불과 얼음의 땅’이었다.
뜨거움과 차가움, 고요함과 생동이 공존하는 곳.
그리고 그 안에서,
우리 모자는 오래 기억될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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