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록 – 아이슬란드에서 운전하기

by devyn


아이슬란드에서 운전하려면, 대한민국 운전면허증만으로는 부족하다.
국제운전면허증을 반드시 지참해야 한다.
여행 전에 온라인으로 발급할 수도 있지만,
매일 발급 수량이 제한되어 있어 오전 일찍 신청해야 하고,
등기우편으로 받기까지 약 2주가 걸린다.
그래서 나는 운전면허시험장에 직접 방문해 현장에서 발급받았다.
그 편이 훨씬 빠르고 확실했다.


케플라비크 국제공항 주변에는 여러 렌터카 회사가 모여 있다.
후기를 보면 평이 제각각인데,
공항에서 차로 10분쯤 떨어진 Lotus 렌터카는 비교적 일관된 긍정적인 평가가 있었다.
공항까지 셔틀을 운행하기 때문에 이동도 편리하다.
차량을 빌릴 때는 ‘Get Fully Protected’(또는 Insurance excess 0 ISK) 옵션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이 보험을 들면 반납 시 차량 검사를 생략할 때가 많다.
아이슬란드의 도로는 대부분 포장되어 있지만,
일부 관광지 진입로는 비포장이라 자갈이 튀어 흠집이 생기기도 한다.
마음 편히 여행하고 싶다면 ‘풀 커버리지 보험’은 일종의 평화 조약 같은 것이다.

아이슬란드의 대지는 약 7천만 년 전 화산 활동으로 태어났다.
그래서 어디를 가든 발밑은 현무암이다.
세월이 흘러 어떤 곳은 초록빛 이끼가 현무암을 덮었고,
멀리서 보면 끝없는 초원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초록 아래에는 여전히 검은 돌이 숨 쉬고 있다.


그 길을 달린다는 건,
검은 현무암 위의 아스팔트를 달리다가
이끼로 덮인 초록빛 대지를 가로지르고,
병풍처럼 늘어선 주상절리 옆을 지나
푸른 바다를 따라 나아가는 일이다.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면 차는 거의 없다.
끝없는 직선 도로와 변덕스러운 하늘이 이어지고,
졸릴 틈조차 없다 — 그저 풍경이 계속 변할 뿐이다.

아이슬란드의 대표 도로는 1번 국도,
이 길의 다른 이름은 링로드(Ring Road)다.
이 도로를 한 바퀴 돌면 약 1,320km.
서부에 위치한 수도 레이캬비크(Raykjavik)에서 출발해 남부의 비크(Vik), 동부의 희폰(Hofn), 북부의 아퀴레이리(Akureyri)를 지나
섬을 한 바퀴 도는 여정이 된다.


아이슬란드는 도심 근처를 제외하면 신호등은 거의 없고,
대부분의 교차로는 로터리(회전교차로) 형태다.


속도 제한은 단순하다.
시내는 시속 50km, 교외 포장도로는 90km.
길가에는 과속 감시 카메라가 곳곳에 설치되어 있고,
벌금은 결코 가볍지 않다.
나도 50km 구간에서 62km로 달렸다가
귀국 후 며칠 뒤 이메일로 범칙금 고지서를 받았다.
금액은 10,650 ISK(약 10만 원).
다행히 30일 이내 납부하면 25% 할인이 적용되어
8,150 ISK로 끝낼 수 있었다.
벌금을 내지 않는다고 해서 아이슬란드 재입국이 제한되지는 않지만,
렌트카 결제에 사용한 카드로
렌터카 회사가 자동 대납 처리를 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결국 언젠가는 지불하게 된다는 뜻이다.

아이슬란드에서의 운전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다.
그 자체가 하나의 여행이다.
도로 위를 따라 이어지는 풍경은
마치 지구의 연대기를 넘나드는 듯하다.
검은 용암과 초록 이끼, 회색 하늘과 푸른 바다 —
그 모든 색이 끊임없이 변하며,
운전석에 앉은 나조차 그 풍경 속 일부가 된다.
아이슬란드의 길 위에서는
운전이 아니라, 자연과 함께 호흡하는 법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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