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들
다시 인천공항이다.
괜찮다는 말에도 아빠는 기어코 나를 따라왔다.
아빠를 안아줄까 했다. 잠깐동안.
말라버린 영지버섯 같은 두툼한 아빠 손만 힘주어 꽉 잡았다.
미안해. 아빠 미안해. 고맙고 잘 살아. 아빠. 말은 못 했다.
손잡고 그런 생각만 했다. 우리 아빠라서 말하지 않아도 내 마음을 읽었으면 했다.
인사하고 일부러 돌아보지는 않았다.
아빠는 내 뒷모습을 보고 있을까?
만약, 만에 하나 내가 뒤돌았는데 아빠가 먼저 가 버렸으면, 나는 다시 상처받기 싫었다. 이기적이기로 했다.
아빠는 거기 서서 캐리어를 끌고 멀어져 가는 내가 작은 점이 되어 사라질 때까지 나를 볼 거라고 믿었다.
나는 그래서 뒤를 돌아보지는 않았다.
털썩.
입국심사를 마치고 공항 의자에 앉았다.
꿈이었던가 싶다. 경찰서에 갔던 것. 엄마가 악을 쓰고 울던 것. 동생이 내 목을 졸랐던 일. 마약검사를 받았던 일.
“미친.”
머리를 세차게 턴다. 한국에서의 기억이 떨어져 나가게. 꿈이었으면.
비행기 창문으로 한국을 내려본다. 장난감 같은 자동차며 건물이 보인다. 점점 작아진다. 저기 저 작은 곳에서 나는 무엇을 위해 그랬을까?
의미 없다.
한동안 창문에 이마를 기대고 한국을 내려본다.
저 자리에 그것들을 놔두기로 했다.
멀리서 보면 아무것도 안 보이니까
멀리서 보면 아무것도 아닌 게 되니까
나는 그것들을 그곳에 남겨두기로 했다.
안녕. 한국
안녕. 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