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다시 오면 안 되는 한국인

캐나다로 다시 떠나다.

by 캐나다 부자엄마

아빠와 나는 둘이서 말이 없다.


아침 해 뜰 때는 이런 모습이구나. 색이 많다. 빨강. 주황 노랑. 파란빛도 있네.


나는 한동안 아빠 용달차에 앉아 해 뜨는 걸 봤다.


“영진이는 친구네 집에 간데.”


아빠가 나지막이 말했다.


“그래.”


걔라고 다시 집에 가고 싶지 않겠지.


나는 갈 데가 없다. 5년 만이다. 한국에 온건. 더더욱 갈 데가 없다.


아빠가 핸드폰을 꺼냈다.


“어, 미희야. 아침 일찍 미안한데... 아 그래 알았다. 다시 연락할게.”


근처에 사촌언니 혼자 살고 있었다. 아빠는 내가 있을 곳을 찾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래, 다시 집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캐나다에서 이민자라고 했던가? 이방인이라고 했던가. 나는 피부색도 다르고 언어도 달랐으니까 괜찮았거든. 인종차별이든 언어차별이든 아니 어떤 차별을 받아도 괜찮았어. 돌 맞는 날도 괜찮았어. 그래, 나는 캐나다 사람이 아니니까. 그런데 한국에서 이방인 취급을 받으면 마음이 그렇더라. 나는 그럼 영영 갈 데가 없잖아.


한국에서 태어났는데 자랐는데 한국말하고 김치 먹고 자랐는데 나는 이렇게 또 뱅뱅 맴돌고 있어. 나는 한국에서도 이방인이고 이민자야. 나는 갈 데가 없다.


부담 주고 싶지 않다. 누구든지.


고시원이라고 했던가? 방을 찾아보기로 했다. 캐나다로 떠나는 날은 한 달이나 남아있었다.


한국에 와서 배우고 싶었던 것들이 있었다. 한 달이면 다 끝낼 수 있다고 했었다. 모두 내 욕심이다.


역 근처 고시원들이 한두 개 있었다.


일없는 아빠와 함께 방을 보러 다녔다.


아빠는 나를 지키고 싶었을까? 내가 다시 나를 아프게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을까?


동생을 말리지 않은 아빠가 미웠고. 또 아빠가 이해되었다.


아빠는 늙었고 다리를 절었다.


누구라도, 아니 다섯 살짜리 애라도 힘주어 밀면 아빠는 뒤로 나동그라 떨어져 나갈 사람이다.


힘없는 아빠. 목이 졸리고 팔목을 뜯고 피칠갑을 한 내 입을 보면서 아빠 무슨 생각을 했어요?


꿀꺽, 하고 싶은 말들을 삼켜 버린다. 쓰다.


역시 경찰 말이 맞았다. 나는 다시 한국에 오면 안 되는 사람이었다.


근방에서 제일 싸다는 고시원이었다.


문을 열자마자 꿉꿉한 쉰내 같은 것이 훅 퍼졌다.


창문도 없는 방들, 문이 다 열리지도 않는 곳에 침대 하나가 들어섰다.


바닥에 깔린 누런색 장판은 어느 곳은 푹 꺼졌다가 어느 곳은 동그랗게 탄 자국도 있었다.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변해버린 벽지에는 손톱자국 같은 것들이 불규칙적으로 찍혀 있었다.


“우엑"


냄새 때문이었을까? 이 방에서 일어난 일들을 제멋대로 상상해서였을까? 헛구역질이 났다.


여기서 살다가는 나는 내 동생 바람대로 마약쟁이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잠깐.


“아빠, 나 캐나다로 다시 가고 싶어.”


82만 원인가를 더 주고 비행기 티켓의 날짜를 바꿨다. 제일 빠른 날짜였다.


82만 원, 돈이 아깝지 않았다. 처음이다. 돈이 아깝지 않다고 생각이 든 건.


빨리 가자. 다시 가. 캐나다 가서 정말 다시는 돌아오지 말자. 한국에는 오지말자. 다시는.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는다. 언제 샀는지 모를 껌하나가 들어 있었다. 쓰레기통이 있길래 그걸 구겨 버렸다. 껌처럼. 나는 한국에 대한 마음도 같이 구겨 버렸다. 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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