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살면 다 마약 하는 건 아닌데요.

한국에서도 나는 이방인이었다.

by 캐나다 부자엄마

찰나였다. 동생이 내 목을 조른 건. 숨이 막혔다. 난 엄마와 말다툼 중이었고,


“왜 왜 또.” 남동생 방문이 벌컥 열렸다.


키가 185가 넘는 동생은 요즘 유행하는 크로스핏을 하고 있었다.


동생 팔목이 내 뒤에서 목을 졸랐다.


“카아아아.” 쇳소리가 나왔다. 콧물이며 침이며 눈물 같은 게. 내 머리카락은 헝클어져 있다.


나는 발버둥 쳤다. 살려달라고 이리저리 구르고 굴렀다. 소란에 엄마가 아끼던 화분 두 개가 땅으로 떨어졌다.


박살이 났다.


아빠는 무기력하게 나를 보고 있었다. 엄마는 하지 말라고 했던가.'


살아야 했다. 캐나다로 다시 돌아가야 돼. 여기서 이렇게 죽을 순 없어.


동생 팔목을 물어뜯었다.


“아악 씨팔.” 동생이 고함을 지르며 나동그라졌다. 걔 팔목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씨팔, 미친년.”


목이 풀린 나는 헉헉 거리며 숨을 몰아 쉬었다. 비릿한 피맛이 났다.


그때였다. 나이 오십은 족히 넘어 보이는 경찰 두 명이 집에 들어섰다. 신고는 동생이 했다.


내가 내려친 화분은 어쩌지도 못하고 그대로 흙을 토해내고 있었다.


집이 엉망이다.


엉클어진 머리카락 사이로 나는 쉑쉑거리며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쟤가 그랬어요. 쟤 캐나다에서 마약 했어요.”


동생 손가락이 덫에 걸린 쥐처럼 웅크러있는 나에게 향했다.


“경찰서로 가시죠.” 경찰 하나가 말했다.


나는 아무런 저항 없이 순순히 일어났다. 어지러웠다. 비틀거렸고,


경찰차 뒷자리에 앉아 숨을 골랐다.


“한국에는 왜 온 거예요? 분란 일으키려고 왔습니까? 거기서 그냥 살지.”


나는 뒷좌석에 앉아 그들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대꾸할 힘도 없었다. 아니 어떤 말이라도 하고 싶지 않아.


그러게요. 한국에는 왜 왔을까요? 내가 태어난 나라고 똑같은 말을 쓰는 곳인데 나는 여기서도 이방인이네요.

속으로 생각했다.


“다 왔습니다. 내리시죠.”


새벽이었다. 경찰서에 도착했을 때는 사방이 어두웠다.


영화에서 본 적이 있다. 싸구려 접이식 의자에 흉악하게 생긴 아저씨들이 취조를 받는 모습. 그 의자였다.


나는 몸이 구겨지듯 의자에 앉았다. 헝클어진 머리카락 사이, 앞에 앉아있는 경찰 아저씨 책상만 바라보았다.


“소매 걷어보세요.”

“쟤, 캐나다에서 마약하고 와서 지랄하는 거예요.”


동생이 와있었다. 화난 숨을 몰아쉬며 걔가 말했다.


경찰서에, 동생 옆에는 아빠도 보였다. 금방이라도 툭 치면 스르르 녹아버릴 것 같은 모습으로.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소매를 걷었다. 주사자국 같은 것을 찾는 모양이었다.


경찰서 안에 있는 사람들 눈길이 내 팔목으로 향하는 것이 느껴졌다. 마약이라니. 어이가 없다.


캐나다 살면 다 마약 하는 건가요? 아니 여기는 뭐 인권도 없어요? 하긴. 나는 이방인이다. 이곳에는 내편이 없어. 우리 아빠도 내 편이 아니다. 아까 전 동생이 내 목을 조를 때 무기력하게 앉아있던 아빠가 떠올랐다.


“마약 안 했어요.”

내 마음에서 소리 하나가 삐져나왔다.

“마… 약 안 해요.”


“자산은 얼마나 있습니까? 캐나다예요?.”


머리카락이 한올도 남아있지 않은 나이가 지긋한 경찰이었다.


“자산이요? 집이 있어요.”


내가 얼마만큼 돈이 있어야 나를 증명할 수 있단 말인가? 웃음이 썼다.


“그 집이 얼마입니까?”


“네?”


예상하지 못한 질문이었다. 환율 계산해야 하나. 망설였다.


“그 집 가격이 얼마냐고요. 한국말 못 알아 들어요?”


“8억... 정도...”


8억이었던가? 7억 중반이었던가? 남편이랑 둘이서만 돈을 모아 캐나다에 산 집 가격말이다.


아. 은행빚도 있다.


“그럼 괜찮게 사는 편이네, 왜 왔어요? 뭘 바라고 온 건 아니죠? 캐나다로 다시 가세요. 여기서 난리 치지 말고.”


“쟤 마약 했다니까요?”


젊음이 좋다. 힘이 남아 있는 동생은 억울했다. 악다구니를 빽 지른다.


“누나한테 말버릇이 그게 뭐야. 안 했다는데, 내가 보기엔 동생이 더 이상해 보이는 거 알아요?.”

나에게 뭘 바라고 한국에 왔냐고 묻던 경찰이 동생에게 쓴소리를 했다.




경찰서를 나올 때쯤 날이 밝아 있었다. 한국에는 갈 데가 없다. 아빠랑 둘이서, 아빠 용달차에 앉아 있었다.


아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