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거니까.
신세계 백화점 지하에는 알록달록한 케이크들이 있었다. 퇴근할 때 출근할 때 매일 지나다니던 푸드코트에 먹음직스러운 케이크들 말이다. 눈으로만 봐도 어찌나 폭신해 보이는지 이가 안 좋은 우리 할머니도 맛있게 드실 수 있겠다 했던 그 노란 치즈케이크. 나중에. 언젠가. 월급을 받으면 사가지고 가야지. 그렇게 한 달, 일 년. 나는 그깟 치즈케이크 하나를 못 사줬다.
가난했다는 게 먹고 싶은 것을 먹지 못한다는 것. 아니 그깟 몇만 원 케이크를 살만한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는 걸.
나는 할머니를 하늘로 보내고 후회했어. 사줄걸. 먹을걸. 시간 좀 같이 보내줄걸. 가난은 내 맘까지 집어삼켰다.
가난이라는 게 돈이라는 게 목숨이 붙어있는 사람을 얼마만큼 작아지고 초라하게 만드는지 나는 국민학교 가기 전에 온몸으로 배웠거든.
돌아올 수 없는 할머니를 마음에 품고 산다. 어떤 날은 걷다가도 울컥하고 뭔가 마음에서 차오른다. 차마 걸음을 떼지도 못하고 눈을 감는다.
할머니, 그때 나는 너무 어렸고 너무 어리석었어요. 할머니 그깟 돈 때문에 우리는 너무 힘들었잖아. 부자가 되고 싶었거든. 할머니 나는 할머니처럼 궁상맞게 살고 싶지 않았거든요.
어느 정도 삶이 나아지고 통장잔고가 늘어나도 나는 여전히 케이크 앞에서 망설인다. 가격 때문에 기억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