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리잡을 구했다.
돈이 필요했다. 영어 유치원에서 받는 130만 원 월급으론 부족했다.
운이 좋았다.
집 근처 스타벅스 마감 알바를 구했다. 6시 30분부터 저녁 12시 30분까지 시간도 괜찮았다. 유치원일이 끝나면 바로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스타벅스 마감을 하고 집에 오면 새벽 한 시가 훌쩍 넘어있었다. 무뚝뚝했던 난, 늦으면 늦는다는 말이 없다.
마감을 하고 가져온 빵들을 식탁 앞에 올려놓았다.
마요네즈가 짓이겨진 샌드위치는 내일 아침 출근길에 먹을까 했다. 그래 할머니 다 드시라고 하자. 운이 좋으면 오늘 또 마감 때 빵이 남을 거야. 냉장고 문을 연다. 검은색 비닐봉지로 이것저것 꽁꽁 싸맨 것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아이고 우리 할머니 욕심도 많다. 이거 다 먹지도 못할 건데"
혼잣말을 한다. 할머니 욕심이 밉지 않다. 가난해서. 그렇지 뭐. 가난하면 다 쥐고 살아야 된다. 나도 안다.
가난했던 할머니는 물건이 많았다.
가난해서 뭐라도 더 가져야 마음이 편한 걸까 죄다 쓰레기장에서 쓸만하다고 가져온 것들인데, 쓸건 하나도 없었다.
초등교육도 받지 못한 우리 할머니는 까막눈이다.
글을 못 읽는 사람, 그깟 글자도 못 읽을 만큼 사는 게 힘들었던 우리 할머니.
냉장고 문을 닫으려는데 서울우유 유통기한이 눈에 들어온다.
“아이고 할머니요. 이거 유통기한 한 달이나 지났구먼.”
이따 세수할 때 얼굴에 바르고 버려야지 할머니 있음 또 못 버리게 하니까.
양말을 벗는다. 발이 빨개. 퉁퉁 불어 터진 발에 냄새가 시큼하다. 쪼그려 앉아 샤워를 하고 유통기한이 지난 우유를 뜯는다.
연예인 누군가가 우유로 세수를 한다고 했던가? 샤워를 한다고 했던가? 그럼 피부가 좋아진다고. 우유를 뜯는다. 냄새는 괜찮은 것 같은데 마실 용기는 없다. 우유로 세수를 한다. 할머니가 어디선가 받아왔다던 돌잔치 수건으로 얼굴을 닦았다.
“아이고 되다.” 침대에 누웠다. 허벅지며 팔뚝이며 퉁퉁 부은 것이 소시지 같네. 헛웃음이 나온다.
몸 여기저기가 저리고 아프다. 돈은 벌었으니 괜찮다. 어차피 죽으면 썩어 문드러질 몸. 열심히 살기로 한 이상 자석처럼 돈에 들어붙어야 한다. 그러려면 몸을 써야 하고,
내일은 무얼 할...... 생각하기 전에 잠이 든다.
하루종일 몸을 쓰는 일을 해서 좋았던 건 밤에 잠이 바로 들었다는 것이다.
전에는 별 생각 다 들었는데 스타벅스 알바에 유치원 일에 건물청소까지 하면 하루에 많이 자 봤자 4시간 이상을 자지 못했다. 눕자마자 잠이 들었다. 그게 또 좋았다. 아무 생각 없이 잠이 들 수 있다는 게. 밤에 누워서 잠을 잘 수 있다는 게 행복한 거라는 걸 나는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