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기가 꼭 나같았거든.
운이 좋다.
스타벅스 마감 덕분에 매달 60만 원 정도를 더 벌 수 있었다. 캐나다 가려면 돈이 더 필요했다. 때마침 유치원 청소 사모님 무릎이 좋지 않아 유치원 청소를 이번달까지 하신다고 했다. 기회였다.
새벽 4시 30분부터 7시 30까지 일을 하면 또 50만 원을 벌 수 있다. 이번 일도 놓치고 싶지 않다.
“나 여기 청소 아르바이트 하려고.”
영어 유치원에서 친한 동료에게 감자칩을 먹으며 말했다.
“언니 일을 또 하게? 안 힘들어? 그러다가 쓰러져 언니”
“괜찮아 죽을 때 쉬면 되지. 딱 일 년만 하게, 그럼 돈 모아서 캐나다 갈 수 있잖아.”
“뭐 죽기야 하겠어. 근데 그러려면 원장한테 또 물어봐야 돼. 너 거지냐고, 또 돈 없냐고 할 텐데. 아 짜증.”
감자칩이 쓰다.
원장실 들어가기 싫다.
스타벅스 알바도 안된다고 했다. 선생님의 품위가 떨어진다나 뭐라나. 아니 130만 원짜리한 테 뭐 그런 게 있어요?
진짜 들어가기 싫다. 원장의 허락이 있어야 이 건물에서 청소를 할 수 있다. 에라이.
똑똑, 원장실 문을 두드린다.
“저기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아이고 또 이선생이네, 이번엔 뭔데?”
“제가 유치원 청소일을 하고 싶어서요.”
“하하하 뭐라고? “청소? 이 선생이 청소를 한다고 여기 건물을?”
“네, 제가 건물 청소한 경력도 있고 해서 깨끗하게 청소할 수 있습니다."
영어 유치원이라고는 하지만 낡고 오래된 건물이다. 화장실이며 교실이며 청소할 곳이 많았다.
아이들이 물고 빨고 하는 볼풀공은 하루에 한 번씩은 꼭 닦아야 했다. 사람 손이 많이 가는 것뿐만 아니라 일도 힘들었다. 사람 무시하는 원장 덕에 한 달이 멀다 하고 청소하시는 분이 바뀌었다.
“그래 이선생이 우리 건물 청소해.”
선심 쓰듯 원장이 말했다. 고맙다고 말을 건네려는 찰나 원장이 말한다.
“그 대신 한 달에 40만 원 받는 걸로 하자, 원래 선생이 청소하면 안 되는데 이 선생이니까 그렇게 해주는 거야.”
“아.... 네 고맙습니다.”
뭐가 고맙다는 걸까 바보 같은 년.
여기에서 일하는 유치원 선생이라는 이유로 앉은자리에서 10만 원이 깎였다. 이해가 안 가. 나는 아무 말 못 했다. 혹시라도 원장 마음이 바뀌어 청소일을 하지 못할까 무서웠다.
나는 그런 애다. 가난해서 맨날 지는 싸움만 하는 애. 그게 나다. 한번 물어나 볼걸. 왜 나는 10만 원을 적게 받는지.
월요일부터 유치원 청소를 했다. 집에서 새벽 3시 50분에 나와 유치원까지 걸어가면 4시 30분.
집에서 유치원까지 가는 마을버스가 있었다. 버스비를 아끼려 걷기로 했다.
계단을 쓸고 닦았다. 쪼그려 앉아 노란 오줌 방울로 얼룩진 흰색 변기도 닦았다. 변기를 다 닦아 놓으니 변기 주제에 반짝거렸다. 나는 그게 나 같았다.
언젠가는 나도 저렇게 빛을 내는 순간이 있겠지.
열심히 변기를 닦았다. 비록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나만 알아볼 수 있는 반짝거리는 변기가 좋았다.
청소가 끝날 때쯤 창밖으로 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믹스커피 한잔을 타서 계단에 앉았다. 문틈 사이로 들어오는 빛을 보는 게 좋았다.
이렇게 열심히 살았던 적이 있을까?
살기로 했다. 잘.
살기로 했다. 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