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만 하던가, 불행만 하던가.
가난만 하던가, 불행만 하던가.
마음속, 머릿속에 손을 넣어 헤집는다.
행복한 기억. 좋은 기억을 애써 찾는다.
우리 집은 가난했고 불행했다. 부모님이 싸우는 날이 싸우지 않은 날보다 많았다.
어린 날의 기억.
이마트 5층에 서점이 하나 있었다. 2005년.
집에 늦게 가는 걸. 좋아했다. 우리 집은 싸우거나 아무도 없거나 둘 중 하나였다.
예전, 집에 있을 때 근처 공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 한 명이 들어온 적이 있었다.
돈이 될만한 것들을 거실에서 휘잡고 있었고 나는 방에서 혼자 그걸 다 보고 있었다.
싸우는 집도 무섭고 아무도 없는 집도 무섭다. 아니 집이 무서웠다. 내가 사는 곳.
이마트 5층엔 작은 서점 하나가 있었다. 구석에는 앉을 수 있는 의자 네댓 개도 있었다. 서점에서 일하는 사람은 대학생으로 보이는 남자부터 아주머니까지 다양했다. 나는 일이 끝나는 날에도 일을 하지 않는 날에도 서점에서 시간을 때웠다.
나에게는 서점이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시간을 때울 수 있는 고마운 곳이었다. 흐르는 강처럼 서점은 고요했다. 죽이네 마네. 사네 마네. 엄마 비명소리, 아빠 욕지거리, 동생 우는 소리. 나는 소리들을 피해 서점에 도망쳤다. 읽고 싶은 책을 두세 권 올려놓고 시간도 확인하지 않고 책을 읽었다. 서점이 나에게는 안식처였고 숨통이었다.
이마트 마감시간이 다 될 때쯤, 해피해피 이마트란 노래가 흘러나올 때쯤. 읽었던 책을 제자리에 놓고 앉았던 의자를 밀어 넣었다. 이마트 건너편에 있는 버스 정류장에서 막차인 12시 35분 버스를 탔다.
동화책도 읽고 시집도 읽고 소설도 읽었다. 어떤 책은 표지 디자인이 예뻐 읽었다. 책을 읽다가 마음에 드는 구절은 연습장을 펴놓고 필사도 했다. 그러면 집 생각이 안 났다. 그래서 좋았어.
앉아서 책을 읽을 수 곳은 계산대를 등지고 있었다. 한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너무 오래 앉아 있는 게 아닐까? 눈치 보였던 날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아무도 나에게 뭐라고 하는 사람은 없었다. 고마운 마음에 책을 사야 할 때가 오면 나는 이마트 5층 서점에서 샀다. 십 년이 지나 한국 갔을 때 이마트에 들렸다. 서점이 있던 자리에 사진 찍는 기계들이 들어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