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귀.

맞아서 고막이 터졌다.

by 캐나다 부자엄마

1995년. 봄.


"엄마, 학교 다녀왔습니다."


사람이 있는 것 같은데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았다. 혹시 방안에 있나?


엄마가 방구석에 있다. 눈을 감고 누워있다. 엄마 오른쪽 귀에. 붕대가 감겨 있다.


반고흐를 좋아한다. 별이 빛나는 밤이었던가 밤에였던가. 그 그림이 좋았다.


봄이었다. 이름 모를 꽃나무들이 앞다투어 하나씩 꽃을 피웠다.


나는 그중에서 아카시아 나무를 좋아했다. 주렁주렁 달린 꽃봉오리에 코를 대고 향을 맡는 게 좋았다.


그날도 아카시아 향을 맡고 집에 갔던 날이었다. 엄마는 한쪽귀에 붕대를 감고 있었다.


반고흐처럼. 엄마가 그랬다. 엄마는 맞아서 고막이 터졌다고 했다.


내 발 밑에 터져버린 아카시아 꽃 생각이 났다.


나는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랐다. 그냥 엄마 귀를 보면서 내 귀만 만질 뿐이었다.


고막이 터지거나 살림살이가 터져 나가거나. 우리 집 말이다. 내가 사는 우리 집.


내 두발은 땅에 붙어 있는데 마음은 널을 뛴다. 누군가가 부른 노래에서 내가 쉴 곳은 나의 집이라고 했는데 나는 아니다. 불안했다. 불안하다는 게 엄마를 엄마로 느끼지 못하고 아빠를 아빠로 느끼지 못했다.


내가 공부를 잘해서 뭐가 된다던가, 열심히 살아서 엄마를 구해줘야겠다는 생각은 못했다. 그냥. 고막이 터질 정도로 때리고 맞으면 얼마나 잘못한 일이고 얼마나 아팠을까 그런 생각만 했다.


엄마를 때리는 아빠는 몰랐을 거다. 그게 얼마나 나쁜 건지. 고막이 터져 붕대를 감고 누워있는 엄마를 나랑 내 동생 둘이서 위에서 아래로 내려보았다. 혹시라도 죽을까 봐 엄마가 자는 건지 죽은 건지 잘 모르니까 얼굴을 엄마 얼굴 가까이에 대보기도 했다.


끊어질 듯 말 듯 엄마는 숨을 쉬고 있었다. 가까이서 본 엄마 얼굴은 눈물자국도 있었던 거 같아. 사랑했을 텐데. 그래서 결혼도 하고 나도 낳고 동생들도 낳았을 텐데.


어린 날의 기억들. 괜찮다가도 한두 번씩 내 발목을 잡고 깊이를 알 수 없는 강물 속으로 곤두박질친다. 기억에 비틀거린다.


엄마는 아빠는 나에게 그런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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