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가 있다. 아침에 나 대신 딸을 유치원에 데려다주는 남편덕에.
커피숍으로 간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을 주문하고 기다린다.
"아몬드 라테 나왔습니다." 바리스타가 말했다.
"아몬드 라테에 샷 몇 개가 들어가나요?" 관광객으로 보이는 중년여자가 물었다.
"투샷" 바리스타가 짧게 대답했다.
"나는 샷하나만 시켰는데."
"모든 커피엔 투샷이 들어가요. " 바리스타 목소리가 높아졌다.
"투샷은 못 먹는데."
"담에 주문할 땐 미리 말하세요." 쾅. 바리스타가 우유스팀통을 내려친다. 슬쩍 돌아보니 그녀 표정이 어둡다.
그래 내가 저 맘 알지. 스타벅스에서 일했을 때 음료 주문은 밀려있지. 어떤 손님은 아메리카노에 커피샷이 들어가냐고 물었어. 장난하나. 그땐 여유도 없고 모든 게 짜증 나서 나도 으르렁거렸거든.
손님이고 뭐고 혼자 있고 싶고 그랬지. 근데 화를 내면 사람들 많은 데서 바지를 벗는 것과 같데 그러니까 다시 말하면 나만 이상한 사람이 되는 거야. 화를 내면 안 돼, 근데 난 저 바리스타를 이해해. 바빠서 그래. 해야 할 건 많고 바쁘지. 짜증 나지. 그래서 그러는 거야.
20분이 걸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받았다. "Thank you, Take care." 고맙다고 바리스타에게 눈 맞추며 인사를 했다. 그녀 하루 끝엔 라테 한잔 하며 마음에도 여유를 찾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