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떠난다. 사과 덕분에
와그작.
빨갛게 잘 익은 사과하나를 한 입 크게 베어 문다.
그래, 이렇게 살면 안 되겠어. 캐나다로 떠나야지.
집 근처 이마트에서 사과를 샀다. 맛있어 보이는 사과를 골랐다. 빨갛고 윤기가 나는 놈으로. 그러다 문득 나는 왜 인생을 사과처럼 고르지 못하고 사는가. 천 원짜리 사과하나를 고를 때도 이렇게 정성을 쏟는데 내 인생은 한번 뽑아 쓰고 버리는 갑 티슈처럼 막 쓰고 있는가.
사과는 달았다. 새콤한 게 맛있었다. 사과 덕분이었다. 떠나야겠다고 결정을 내렸다.
내가 그렇다. 별것 아닌 것들 때문에 쉽게 포기하고 별것 아닌 것들 덕분에 인생의 판을 뒤엎어 버린다. 사과 덕분이었다. 스물아홉 가을. 사과가 맛있게 익을 무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