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무엇을? 어떻게?
그럼 인생에 있어서 무엇을 초기화해야 하며 어떻게 해야 할까?
인생을 얄팍하게 살아온 내가 이것에 대해 언급하는 자체가 주제넘고 교만하여 어울리지 않을 것 같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스스로의 인생을 정리해 보려는 의도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나는 지금까지 여러 책들과 SNS에서, 이와 관련된 내용들을 많이 접했다. 이러한 자료들에는 이미 지난 세대를 살아온 철학자들을 비롯한 수많은 학자들의 조언과 현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인생의 선배들의 이야기가 있다. 이들은 주로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인생의 제2막, 제2의 인생, 인생의 후반전’ 등등...
그리고 또 이전의 삶을 이렇게 설명하기도 한다. ‘각자 삶의 목표를 위해 열정적으로 뛰었던 세월, 사업의 실적을 쫓아서 살았던 세월, 돈을 좇아서 살았던 세월, 가족 부양이라는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았던 세월, 수많은 인간관계 속에서 눈치 보며 살았던 세월, 삶의 고통으로 지쳐버린 인생’
간혹 중년이 된 사람들은 ‘그동안 무엇을 위해 살아왔던가?’라는 스스로 질문을 던질지기도 한다. 우리는 자신이 인생을 어떻게 살아왔는지 스스로 객관적인 판단을 할 수 있어야 초기화 작업을 시작할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아직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중년의 나이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인생을 돌아볼 여유가 없이 살아가고 있다. 모순적인 말 일수도 있지만,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가 있다는 것 자체가 어쩌면 축복된 인생이 아닐까 생각한다. 타의에 의해서든, 자의에 의해서든 인생의 길을 잠시 멈추어 숨을 고르고, 걸어온 길과 앞으로 나아갈 길을 둘러볼 수 있는 여유와 기회가 있다는 것에 감사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초기화 작업은 인생의 전반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초기화의 의미 자체가, 익숙해진 환경 속에서 의미를 찾지 못하고 지루하고 답답한 현실을 새롭게, 신선하게 만들자는 것이다.
첫째 인간관계, 기혼자들은 부부 관계로부터 시작하여 자녀들과의 관계, 그리고 형제들과 부모와의 관계를 비롯하여 친구, 직장 동료 등 수많은 인간관계로 얽혀있다. 인생을 살다 보면 많은 부류의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나도 별난 사람들 중의 한 사람이기도 한데, 되돌아보면 인간관계에서 있어서 정말 부끄러운 일들을 많이 저질렀다. 지금도 그때의 일들을 생각하면 얼굴이 화끈거린다. 나의 성격 때문에 발생한 잘못들(실수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무지에서 발생한 잘못들, 여러 가지 상황 속에서 본의 아니게 저질러진 잘못으로 가득 차 있다. 그렇다면 인간관계를 어떻게 초기화할 수 있을까? 이혼을 하고 가족들과 인연을 끊고 다른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 나가야 하는 것인가? ‘황혼이혼’, ‘졸혼’ 등과 같이 요즘 유행어들처럼 말이다. 결코 이렇게 하자는 뜻은 아니다. 다만 서로에게 얽매여 있는 마음의 부담감을 내려놓자라고 말하고 싶다.
십수 년 동안 부부는 서로에 얽매여 각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끌어당겨왔다. 서로가 원하는 방식으로 상대를 바꾸려고 무지도 노력했다. 자식들에게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대부분 실패를 한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내가 원하는 쪽이 아니라, 상대방이 원하는 쪽으로 갈 수 있도록 자유롭게 풀어주어야 한다.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이런 원리를 결혼하기 전부터 알았더라도 더 화목한 가정이 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인간은 결코 타인이 원하는 데로 살지 않고 결국에는 자기가 원하는 방식으로 살아간다. 어쩌면 이것은 진리가 아닐까 생각한다. 인간은 고집불통이다. 젊은 시절에 잠시 자기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약간 움직이는 것 같다가도 나이가 들수록 자신이 원하는 방향을 고집하고 결코 그 고집을 꺾지 않는다. 남성들을 영국의 찰스 황태자의 역할을, 여성들은 평강공주의 역할을 자처하다가 고생을 한다. 간혹 성공하는 사례가 있긴 하지만 이것은 아주 특수한 경우이기 때문에 보편화를 시켜서는 안 된다. 일부 인기 강연자들은 특수한 상황을 보편화시켜서 대중들을 선동한다.
“이제 모든 중년의 사람들이여, 인간관계 대한 마음의 짐을 내려놓으십시오”라고 말하고 싶다.
어떻게 내려놓을 것인가? 그동안에 속해 있던 인간관계 테두리에서 잠시 떨어지는 것이다. 짧게는 몇 주, 길게는 몇 개월, 이렇게 떨어져서 가능한 한 객관적으로 돌아보며 정리를 하고 앞으로의 방향을 다시 설정하는 것이다. 여기서 방향 설정은 결코 헤어짐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더 발전적이며 긍정적인 방향을 의미한다.
만약 헤어짐의 방향으로 흘러간다면 이것은 이미 지금까지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고 문제였다고 볼 수밖에 없으며, 이미 깨어진 관계라면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할 것이다.
그래서 약간의 거리를 두고 스스로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새롭게 재정립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물론 서로 떨어져 있다고 해서 딴생각을 하거나 딴짓을 해서는 안된다는 합의하에 진행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