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르게 받다

제6화 주홍글씨

by 로진

그러자 마을 주민들 안에서 방해꾼들이 나타났다. 이 방해꾼들은 토요학교에 참여하지 못한 주민들을 찾아다니며 험담을 하고 선동하기 시작했다. 이 지역 사람들을 선동하기에 아주 쉬운 한 마디가 있다. “선교사들이다. 선교활동한다”이다. 왜냐하면 이슬람 지역에서는 ‘선교사, 혹은 선교’이란 단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팽배하다. ‘기독교, 기독교인’보다 유독 ‘선교’라는 단어에 아주 민감하다. 이것은 중세 시대를 지나면서 서구 세계와 이슬람 세계의 갈등으로 인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어떤 좋은 일을 해도 ‘선교’라는 단어가 언급되는 순간 모든 것이 없어진다. 한마디로 ‘선교’는 이슬람 세계에서 ‘주홍글씨’라 할 수 있다. 기독교를 비롯한 여러 종교에 대해서 서로 대화하며 자연스럽게 토론도 할 수 있지만, ‘선교’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 완전히 다른 차원의 분위기가 되어버린다. 마치 어떤 한 사람이 한국의 한 카페에서 자연스럽게 사람들과 대화를 하다가 자신이 친일파의 후손이며 아직도 친일파로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밝히는 것과 같다. 만약 자신이 이렇다고 밝힌다면 주변의 한국 사람들의 반응은 어떨지 상상을 해보라! 아마도 일부 사람들은 슬그머니 자리를 뜨거나, 어떤 이들은 격하게 반응하여 어떻게 그럴 수 있냐며 욕설을 뱉을 것이며, 또 어떤 이들은 달려들며 죽이려 할 것이다.


방해꾼들은 주민들의 심리를 너무도 잘 알고 있었고 이것을 이용하여 토요학교를 방해하기 시작한 것이다. 토요 학교가 시작되고 약 3개월이 지나가고 있을 무렵 어느 토요일 아침이었다. 그날은 아주 특별한 마을 분위기였는데, 지난 3개월 동안 느끼지 못한 싸늘하고 냉랭한 것이었다.

토요학교가 시작되고 지난 3개월 동안 매주 토요일은 그 마을의 축제였다고 할 수 있다. 그 마을 입구 버스 정류장에는 매주 학생들이 자신의 토요학교 선생님을 맞이하기 위해 들꽃을 꺾어 꽃다발을 만들어 손에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꽃다발을 한 아름 가슴에 안은 수십 명의 아이들이 매주 버스 정류장을 꽃 축제의 현장으로 만들고 있었다.


버스 정류장은 들국화, 야생 양귀비 등 수십 종의 들꽃으로 가득 찬 정원과도 같았다. 바벨론의 네부카드네자르 2세(Nebukadnessar II) 왕이 만든 공중정원도 이보다 더 예쁠 수 있을까? 네부카드네자르 2세는 고향을 그리워하여 향수병에 시달리는 자신의 아내를 위해 만들었지만, 이 시골의 아이들은 자신을 가르치는 선생님을 그리워하며 매주 정류장의 넓은 광장을 꽃으로 가득 찬 정원으로 만들었는데, 어찌 네부카드네자르 2세의 공중정원과 비교할 수 있을까? 공교롭게도 역사를 보면 네부카드네자르 2세의 아내 ‘아미티스(Amytis)’는 메소포타미아 북쪽의 페르시아계 종족인 메디아(메대, 현 쿠르드족) 왕국의 공주였는데, 이 시골 사람들의 먼 조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