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화 야학팀을 구성하다
그리하여 한국인이 운영하는 태권도체육관의 현지인 대학생 7명과 한국인 3명으로 구성된 야학팀이 구성되었다. 현지인 대학생들은 현지 국어, 수학을, 한국인들은 영어, 음악, 미술, 체육을 담당하기로 결정하였고 구체적인 교육 방법과 시간, 학생 선별 등을 의논하였다. 그리고 한 달 후 따뜻한 봄을 알리는 계절, 첫 번째 토요일에 첫 수업을 하기로 했다. 야학팀이 의논하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것은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었다. 그 마을에 초등학교가 2개 있고 학생의 숫자가 수백 명이나 되는데, 그들 중 야학에 참여시킬 학생들의 숫자는 얼마나? 어떻게 선발할 것인가? 무엇을 기준으로 선발할 것인가? 이것이 가장 큰 이슈 중의 하나였다. 참고로 당시 현지 초등학교의 학제는 5년제였다. 장시간 열띤 토론을 거쳐서 이런 결정을 내렸다. ‘참여 학생 수는 교사 한 명당 2~3명, 1.2학년 담당교사 3명, 3.4학년 담당교사 3명, 5학년 담당교사 1명, 전체 체육교사 1명, 전체 음악교사 1명, 행정교사(미술겸임) 1명, 학생 총 수 20~30명, 선발 기준은 학교 성적 최하위에서부터 선발한다. 프로젝트 명은 유목민 토요학교, 수업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5시간, 점심시간 제외’
이렇게 하여 모든 준비를 마치고 3월 첫 주 토요일 봉사자들은 아침 8시 버스를 타고 그 시골에 갔다. 봉사자들이 도착하자 이미 마을 이장으로부터 소식을 들은 수십 명의 많은 학생들이 마을 회관으로 모여들었다. 학생들이 손에는 지난 학기 성적표가 들려져 있었고, 약간은 긴장되고, 흥분된 모습들이었다. 마을 회관은 주택들이 모여있는 한가운데 위치하여 모든 마을 사람들이 볼 수 있었기 때문에 회관 주변에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담너머로 어른까지 호기심 있게 지켜보았다. 봉사자들은 회관에 들어가 각자의 위치를 배정받고 학생들 맞을 준비를 하였고, 회관 마당에서는 행정담당 교사가 학생들이 제출한 성적표를 모아 가장 성적이 떨어진 순서대로 따로 모았다. 참가 신청한 학생들의 숫자는 약 200여 명 정도 되었는데, 약 6대 1일의 경쟁력을 보였다. 좀 더 홍보가 되었다면 적어도 10대 1은 넘었을 것이다. 마을 이장은 너무 많은 학생들이 모일까 봐 주변에서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에게만 알렸다고 했다.
첫 주는 학생들을 배치하고 선생님들과 소개하는 시간을 갖고, 또한 앞으로 토요학교의 취지와 원칙 그리고 교육 과정 대해 설명을 하였다. 뿐만 아니라, 참여하는 학생들 마음의 자세를 잡기 위해 몇 가지 조건도 말하였다. '사전 연락 없이 한번 결석하면 경고, 두 번 결석하면 퇴학된다’ 토요학교에 참가하고 싶어 하는 수많은 학생들이 대기하고 있기 때문에 학생들 입장에서는 경각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어떤 학생은 토요학교에 참여하고 싶어서 성적표를 조작했다가 들통나기도 했다. 성적표 조작을 고발한 학생은 바로 같은 반 옆짝이었다. 고발한 옆짝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이 친구는 우리 반에서 40명 중에 10등 해요. 근데 40등 한다고 고쳤어요” 성적표를 조작한 학생은 공부 잘한다는 이유로 부끄러워하며 퇴출당해야 했다.
3월부터 시작된 토요학교는 모든 학생들과 학부형들의 관심 속에서 성황리에 진행되었고, 교육의 효과도 처음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좋았다. 당시 그 시골 공립학교의 교육 상황은 상당히 좋지 않았다. 학교마다 교과 담당 교사가 많이 없었는데, 예를 들면 음악, 미술, 영어, 체육교사는 아예 없었고, 과학교사는 학교 당 한 명 있을 정도, 국어와 수학은 담임교사가 겨우 겨우 가르치는 수준이었다. 물론 학생들의 참여도도 40여 명 되는 한 반에서 10명 정도만 참여하고 나머지는 그냥 시간을 보내는 정도로 아주 저조하였다.
그런데 이러한 교육 환경이었던 시골이 토요학교가 진행되면서 점차 분위기가 바뀌어져 가고, 이 영향이 공립학교에까지 미치기 시작하였다. 토요학교를 시작한 지 약 2개월이 지나가고 있을 무렵 공립학교에서 이런 말들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도대체 이 마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지? 아이들의 학습 태도가 달라지고 있고 학습 참여도가 확연히 달라지고 있어, 아이들이 질문을 하기 시작했고 눈빛이 달라지고 있어, 아이들이 달라지니 교사들이 힘들어지네, 수업을 대충 할 수가 없어, 점점 준비할 것이 많아져서 골치가 아파”
토요학교에 참여하는 학생들과 그렇지 못한 학생들 간에 시기 질투와 경쟁이 발생했다. 주민들 간에도 어떻게 하면 자신의 아이를 토요학교에 참여시킬 수 있을지 마을 이장에게 계속 압력을 가했고, 학생들의 숫자를 늘려달라고 간청도 하여 조금 늘렸지만 마을 회관의 수용 규모와 봉사자들의 학생 관리 능력의 한계로 인하여 주민들이 원하는 만큼 충분하게 할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