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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진 May 31. 2024

죄 없는 자는 돌로 치라

지도자의 자리란?

나는 예전에 몇 번 '죄 없는 자는 돌을 던지라(요한복음 8장 1~11절)'에 관한 설교를 들은 적이 있다. 그런데 설교 내용들은 대부분 지도자들을 옹호하려는 의도에서 사용되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래서 나는 다시 한번 그 의미를 알아보고 싶었다. 


먼저 이 구절의 배경 설명을 하겠다.

유대인 율법학자들과 바리새파 사람들이 간음한 여자를 예수께로 데려온 이유는 예수를 함정에 빠뜨리려는 나쁜 의도에서였다. 요한복음 7장에서 이미 유대인들은 예수를 죽이려 했다고 한다. 그래서 예수를 죽이려는 목적으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함정을 파고 있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한 여자가 간음을 하다가 현장에서 잡혔고 그녀를 예수께로 데려와 미끼로 사용했던 것이다. 그러나 예수는 이 상황을 아주 지혜롭게 빠져나왔을 뿐만 아니라, 유대인 지도자들을 논리적으로 꼼짝 못 하게 무장해제시켜 돌려보냈으며 한 여자의 생명도 구해주었다. 


죄 없는 자는 돌을 던져라’라는 뜻은 예수께서 힘없는 자들에게 한 말이 아니라, 힘 있는 자들과 권력자들에게 한 말이다. 권력자들이 힘없는 자들의 허물을 찾아 비난하거나 곤란한 상황에 빠뜨리고자 할 때 사용되는 성경 말씀이다. 한마디로 ‘갑’이 ‘을’의 약점을 들추어 곤경에 빠뜨리는 상황에서 ‘을’을 보호하기 위해 이 말씀을 활용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면 어느 부류의 사람들이 ‘갑’이며 ‘을’일까? ‘갑’은 정치/종교/사회/경제적 권력자들, 즉 어떤 분야에서 주도권이나 권한을 갖고 있는 자들, 혹은 각계각층의 지도자들, 엘리트 그룹이라 할 수 있겠다. ‘을’은 그와 반대로 권력/권한/주도권이 없는 자들이다. 


최근 들어서 개신교계 안에 많은 지도자들이 다양한 문제로 인하여 비난을 받고 있는데, 비난을 받고 있는 지도자들을 옹호하려는 측에서 ‘털어서 먼지 안나는 사람 어디 있냐? 이 사람도 인간이다, 당신들은 죄가 없냐? 죄 없는 사람은 비난하라!’등의 발언을 한다. 

이 얼마나 무지하고 어리석은 변호인가! 차라리 입 다물고 가만히 있으면 좋으련만…


지도자란 비난/비판을 받는 것이 당연하고, 냉정한 평가를 받아야 하며 자격이 없을 때는 그 자리를 떠나야 하는 것이다. 지도자가 가장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비난/비판, 평가이다. 그래서 예수께서도 야고보서 3장에 ‘많은 사람이 선생이 되려 하면 안 된다’고 했다. 선생이 되면 비판과 평가를 피할 수 없고 더 큰 비판과 평가가 기다리고 있다. 비판과 평가를 두려워하는 자는 지도자가 되면 안 된다. 더욱이 지도자가 죄를 지었다면 이것은 다른 어떤 변명으로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지도자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돌을 맞아야 하는 자리인 반면 어느 누구에게도 돌을 던질 수 없는 자리이다. 만약 지도자가 명백히 증명할 수 있는 죄를 지었을 경우 지도자 직을 떠나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죄를 깊이 뉘우치고 회개를 했다 하더라도 다시 지도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다만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남아있을 수는 있다. 회개를 하지 않을 경우는 공동체의 일원으로서조차 남을 수 있는 자격이 없다. 그만큼 지도자의 죄는 엄중하게 다루어진다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들은 지도자가 되길 원한다. 왜냐하면 지도자로서 누리는 혜택만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지도자로서의 책임감과 해야 할 일들에 대해서는 깊이 있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어쩌다 보니 자격이 안 되는 사람이 얼떨결에 지도자 자리에 앉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이런 상황에 놓인 공동체는 그 내부에 수많은 문제들이 발생하고 오래가지 않아 분해되어 사라진다. 


마태복음 7장 1절 '비판을 받지 아니하려거든 비판하지 말라' 이 구절은 지도자들을 향한 비판보다는 공동체 구성원의 일원으로서 동등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끼리 서로를 존중하라는 뜻이다. 공동체를 시끄럽게 하고 어지럽히려는 의도로 서로를 비난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일반적으로 세상적인 삶의 원리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데, 주변의 사람들 중에 스스로 잘 났다고 떠들며 다른 사람들을 스스럼없이 비판하는 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사람들은 그 비판이 부메랑이 되어 자신에게로 돌아오기도 한다. 그래서 그리스도인으로 공동체 안에서 형제를 비판할 때는 아주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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