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영화, 드라마 중 개인적으로 최애 하는 장면들을 친구에게 수다 떨듯 나눠보고자 합니다. 철저히 개인적 취향으로 선택하였으므로 명장면이라는데 동의를 할 수 없다면 과감히 넘겨도 되지만, 혹시 궁금해져서 보고 싶은 분들을 위해 해당장면의 타임라인도 기재합니다.
"너 뭐야? 누구냐고?"
"... 고스트?"
《아무도 없는 숲 속에서》 EP. 06 31:53부터 48:00까지
지난주 금요일(8월 23일) 넷플릭스에 공개된 《아무도 없는 숲 속에서》 가 화제다. 일단 평이 많이 나뉜다. 쉬지도 않고 단번에 다 본 사람들이 있는 반면, '노잼, 보지 마세요'란 평들도 꽤 많이 올라온다
노잼이란 반응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는 연출능력은 훌륭했지만 나 역시 5화까지 주인공의 행동에 "왜?"라는 질문이 계속 쏟아졌다.김윤석, 윤계상 같은 네임드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 속절없이 당하는, '누군가가 던진 돌에 우연히 맞는 개구리' 신세다. 참고 견디기 어려웠던 사람들이 당연히 많았을 것이다.
심지어 1화 보고 7,8화로 건너뛰라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이 드라마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이해하려면 세심하게 봐야 하는 중요한 부분은 바로 6화에 있다.
많은 사람들이 극찬하는 고민시의 미친 연기는 물론 인정한다. 7,8화에서 스토리도, 고민시의 연기도 절정으로 치닫고, 주연들은 물론 노윤서를 비롯한 조연급 캐릭터와 배우들의 연기도 굉장하다.
그러나 드라마의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 그리고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틈만 나면 나오던 내레이션
"아무도 없는 숲 속에서 커다란 나무가 쓰러졌다. 쿵 소리가 났겠는가 안 났겠는가"
가 의미하는 바는 6화를봐야 알 수가 있다.
6화는 20년 전 연쇄살인마 지향철의 살인현장이 되어 온 가족이 풍비박산이 난 레이크뷰 호텔 사장 구상준(윤계상)의 아들 구기호(박찬열, EXO의 그 찬열 맞다)의 복수가 내용이다.
지향철 때문에 모텔이 망했고, 어머니는 사지 절단난 시체를 본 충격으로 자살했으니기호가 복수를 계획할 이유는 충분히 되는 듯했다.
근데 그것만이 아니었다.
20년전 10대 소년이었던 기호는한 여성을 둘러업고 모텔방으로 들어가는 연쇄살인마 지향철과마주쳤었고, 공포에 질린 기호에게 지향철은
"너는 이제부터 고스트다.아무것도 못 듣고 아무것도 못 본 것이다."
는 협박을 했던 것이다.
아무도 없는 숲 속에서,
기호는커다란나무가 쿵하고 쓰러지는 소리를 들었지만,
듣고도 못 들은 척했고,
그로 인해 한 사람이 참혹하게 토막살해당하는 것도,
어머니가 그 무시무시한 살인 현장을 목격하는 것도,
부모님이 평생 고생해 모은 전재산을 쏟아부은 모텔이 망하는 것도,
모두 막지 못했던것.
그 뒤로 기호는 20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그 죄책감을 무겁게 가지고 완벽한 복수를 철저히 준비했던 것이다.
그리고 드디어 지향철을 향해 복수의 총구를 내민 기호에게 지향철이 묻는다.
"너 뭐야? 누구냐고?"
잠깐 그를 보던 기호가 덤덤히 대답한다.
"고스트"
그리고는 마지막 한 방을 지향철의 머리에 정확하게 쏘아버리는 기호.
주저함이라고는 하나 없는, 실패를 대비해 플랜 B까지 준비한 그 완벽한 기호의 복수는, 그가 얼마나 오랫동안 자신의 그 용기 없음으로인한 불행을 곱씹고 곱씹었을지짐작케 한다.
완벽한 복수를 끝내고 현장을빠져나오는 차 안에서 기호의 뺨 위로 눈물이 흘러내린다.
그리고 비슷한 처지에 처한 후 수십 년간 지옥 속에 살며 복수를 완성한 기호를 보며, 영하(김윤석)는 드디어 용기를 내어 입을 연다.
아무도 없는 숲 속에서 커다란 나무가 쿵 하고 쓰러졌다고. 내가 들었다고.
본인만 짐작했던, 아니 사실은 확신했지만 애써 모른 체 하려했던 유성하(고민시)의 잔인한 살인행각을 경찰에 알리고 온 힘을 다해 그녀와 싸우기로 결심한 것이다.
7,8화의 통쾌한 결말은 바로 6화의, 어쩌면 스핀오프처럼 갑자기 나타난 성인이 된 기호의 복수이야기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 아닐까.
오랜 만에 보는, 속이 시원한, 복수를 하는 사람이 죄책감을 갖지도, 불완전한 사법 시스템에 의해 복수의 댓가로 처벌 받지도 않는, 완벽한 복수극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