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소바람 -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매서운 바람이 잠자던 낙엽을 요란스럽게 몰고 다닌다.
눈 없는 겨울왕국에 오들오들 떨고 있는 아이들~
소복하게 쌓일 눈을 기대하며 추위를 즐기고 있다.
동심과 달리 공원에 맴돌던 찬바람이 내 마음에 부딪쳐와 서러운 추억을 세차게 흔들어준다.
나는 덜덜덜 떨리는 손가락을 호호 불어가며 바람에 떨어진 추억과 현재를 하나하나 기록해 본다.
기습적인 한파에 어제부터 천장의 에어컨은 작동에 오류가 생겼다.
툭툭 부서지는듯한 이상한 소리, 온기 없는 송풍으로 작은 몸을 움츠리게 만든다.
어제 점심부터 시작된 건물의 단수는 지금에야 원상으로 복구 중에 있다.
단수동안은 울부짖으며 달려드는 골바람과 마주하며 도시철도 공용화장실을 찾아야 한다.
물 한 목음으로 텁텁한 입안을 달래 가며 생리현상을 조절한다.
뒤편 창문틈새를 비집고 솔솔 들어오는 싸늘한 공기가 등을 차갑게 만든다.
덕분에 겨울잠을 자던 전기방석과 온열패드, 손난로가 개봉식을 가졌다.
어쩌다 찾아온 추위인데 유난을 떨다니...
영하 십도 이상이 일상이었던 윗동네(북한)에서 어떻게 살았을까?
겨울왕국을 동경하는 우리 아이들을 보면서 엄마가 살았던 동네 이야기를 해준다.
윗동네(북한) 겨울왕국에는 난방시설이 없다.
단전이 일상으로 쥐꼬리만 한 난방시설조차 무용지물인 동네이다.
겨울 동안 대지를 덮은 흰 눈은 가로등이 되어 어둠을 밝혀준다.
따스한 햇살에 잠시 녹다가도 다시 빙판으로 변하고 소복이 쌓인 눈을 뽀드득뽀드득 밟으며 걷는다.
내가 살았던 동네는 땅집(연립주택)이 대부분이다.
그나마 도로변에는 3층에서 5층 되는 아파트가 있었고, 그중 고층 아파트는 7층짜리 하나가 전부였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동네라 모든 물동량을 사람의 힘으로 옮겨야 하기에 저층이 인기가 높다.
고층을 선호하는 아랫동네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우리 집은 1980년쯤에 지어진 땅집(단층집)이었다.
목재로 짜 맞춘 창틀과 창문에 쪼가리 난 유리창 사이로 바람이 왕왕 들어온다.
세월에 흔적으로 나무는 늙어갔고 창틀과 창문은 닳거나 뒤틀어져 틈새가 많았기에
문풍지로 유리창의 틈새를 꼼꼼히 메우고, 투명한 비닐로 창문 전체를 덮는다.
그럼에도 냉정한 바람은 바늘구멍조차 비집고 들어와 황소로 변한다.
학교 교실의 창문도 빨락 종이(셀로판종이)를 곱게 잘라 밀가루 풀로 문풍지를 했다.
난방시설이 없었던 학교 교실,
라제이터는 단전과 단수로 녹슬어가고, 추가로 설치한 벽난로는 학생들이 당번으로 불을 지폈다.
당번인 날에는 등교 전 집에서 들고 온 땔감으로 교실의 온기를 유지시켜야 했다.
늘 땔감이 부족한 탓에 겨울이면 집단으로 교실 땔감(나무, 솔방울)을 장만하러 허다한 날 산을 헤매고 다녔다. 허리춤에 벤또(도시락)를 묶고 손수레를 끌고 말이다.
지금도 추위에 떨며 눈길을 헤집고 땔감을 해결하던 서러운 추억에 마음이 시리다.
땔감 걱정이 없는 아랫동네(한국)는 신기한 게 많다.
부슬부슬 내리는 겨울비는 대지를 촉촉이 적셔주고
통유리창에 반짝이는 창문새시, 완벽한 외풍차단으로 문풍지가 필요 없다.
자동문 혹은 회전문으로 손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외출 시 무장했던 털모자, 목도리, 장갑, 동복, 솜바지, 왈렝끼(부츠)는 안녕이다.
모포(담요)로 온기를 나누고 석탄불로 온돌을 덮일 필요가 없다.
끊기지 않는 전기, 좌우로 조절가능한 온수,
시스템 난방으로 천장에서 따뜻한 바람까지 나오니 지상천국에서 살고 있다.
검지손가락 하나로 터치터치하며 생활하는 일상에 익숙해진다.
어쩌다 하루동안 단수가 되었을 뿐인데 불편함을 토로하다니...
날세운 추위에 도도히 맞서며 겨울을 보낼 고향생각에
편안하게 보내는 따뜻한 겨울에 다시금 감사함이 스며든다.
기록적인 한파로 추위를 맞이한 윗동네, 아랫동네 모두가 따뜻하게 보내길 소망한다.
윗동네 남은 우리 식구들 겨울왕국에서 무사하기를 바라며...
- 캄이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