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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명

- 맑은 인연 -

by 캄이브

죽은 나뭇가지 끝에서 꽃이 피고
부지깽이만 꽂아도 꽃이 핀다 하였지.
절망도, 시간을 품으면
언젠가 향기가 된다.


청명의 날,

하늘은 조용히 문을 열고
바람은 속삭이듯 볼을 스친다.

긴 겨울을 견뎌낸 대지 위로
햇살이 연한 숨처럼 내려앉는다.


정갈히 다듬어진 땅에는
말 없는 위로처럼 빛이 스며들고,
시린 계절을 지나온 자리에
봄의 맥박이 느릿하게 뛰기 시작한다.


묵은 근심은 바람에 실려 흩어지고
가만히 내려앉은 마음의 씨앗 하나
속 깊은 곳에 뿌리를 내리더니
새싹처럼 고요히 꿈을 틔운다.


맑은 물 위로 달빛이 비치듯,
비워낸 마음엔 스스로 빛이 머문다.


청명한 하늘,
숨결 같은 봄날~
참 맑은 인연을 닮았다.


그리고 이 순간,

내 감정도 이 계절처럼

한 줄 시로 맑게 피어났다.


- 캄이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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