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목

- 향기 -

by 캄이브

- 어머니

쏴~ 쏴~ 시원한 바람이 분다.

나뭇가지에 살포시 내려앉아 존재감을 알리며 지저귀는 새들,

나뭇가지 하나 차지하려 티격태격 자리다툼으로 날갯짓이 분주하다.

쏟아지는 태양을 온몸으로 받아주며 아름다운 향기를 풍기는 나무 한 그루,

그 아름드리나무,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나는 ‘어머니’라 불러 본다.


고목이 풍기는 진한 향기는 새들에게 생명력을 불어넣어

건강하게 자라 더 높이 창공을 날게끔 도와준다.

그 나무에서 날갯짓이 분주했던 나, 이제는 한 그루 나무가 되었다.


- 가지 많은 나무

새벽부터 촘촘했던 일정으로 고단했던 일상의 연장선,

나는 나른해진 몸을 운전석에 구겨 넣고 퇴근길에 올랐다. 아니, 다시 출근길에 오른다.

나의 퇴근길은 설렘으로 가득한 또 다른 출근길이다.


품속에 안기는 아이들의 함성은 나에게 에너지로 전달된다.

각자의 목소리로 지저귀는 새들의 합주는 매일매일 새로운 장르를 연주한다.


둘째: "엄마! 엄마! 내 말 들어봐~"

첫째: "내가 엄마하고 먼저 이야기하고 있잖아~"

셋째: "힝~ 나도 엄마랑 이야기하고 싶은데…."

넷째: "엄마! 엄마!, 옹알옹알~"


외동으로 성장한 고등학생 첫째가 대화의 주도권을 잡는다.

돌을 넘긴 젖먹이 막내는 엄마의 가슴을 파고들고,

6살 둘째는 옆에서 기회를 엿보며 대화의 틈새를 노린다.

토라진 5살 셋째, 등 뒤에서 목을 잡고 몸으로 대화한다.

조잘대는 아이들의 모습은 날갯짓하며 자리다툼 하는 새들과 같다.


"애들아, 엄마 입이 4개, 손이 8개면 얼마나 좋을까?"

둘째: "꺅~~~ 그건 괴물이잖아~"

"맞아! 그러니까 조금만 기다려 줄래?"

익숙한 우리 집 그림이다.


- 고목의 향기

바람 잘 날 없는 나무 한 그루,

가지 많은 나무이기에 약한 바람에도 자주 흔들린다.

가끔 센 바람이 휩쓸고 간 나무 아래 낙엽이 수북하다.

나는 그루터기에 기대앉아 고목이 풍기는 향기로 숨 고르기를 한다.

정돈된 마음으로 쌓여있는 낙엽을 치우고 새들과 시간을 보낸다.


사람 냄새 그리운 도심 속 생활,

가족의 그리움이 전염병처럼 일상 구석구석에 자리 잡을 때

엄마의 향기는 집 곳곳에 살며시 스며들어 나를 보듬어 준다.

토닥토닥 자장가 불러주던 안방, 모락모락 음식 냄새 가득하던 주방, 살림의 지혜를 가르치던 다정한 목소리, 때론 엄하게 예의를 타이르던 손길, 희미한 등잔불 아래 뜨개질로 밤을 새우던 시간, 온돌 위에 새우잠으로 휴식을 취하던 모습, 늘 자식들 걱정으로 깊은 골짜기가 생긴 미간 등 엄마의 이미지와 제스처를 눈으로 배우고 피부로 받아들이며 어른의 공백을 채웠다.

이런 엄마의 진한 향기가 지금 우리 집에 머물러 있다.


- 아낌없이 주는 나무

워킹맘으로 사 남매를 돌보는 나!

데칼코마니가 되어 사십 년 전 엄마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짙게 배인 엄마의 향기, 고목의 향기가 함께하니 광풍에도 잘 견딜만하다.


때론 그리움에 서글플 때 엄마와 함께했던 소중한 추억 한 조각을 입에 넣어 본다.

엄마의 향기가 온몸에 퍼져 마음의 평화가 찾아온다.

그럴 때면 잠재울 수 없는 그리움이 소복이 쌓인다.


엄마의 향기는 탁해진 내 마음을 환기시키고,

엄마의 향기에 취하면 근심이 녹아내린다.

엄마의 향기가 내 마음에 전달되면 즐거움이 배가되고,

엄마의 향기를 음미하면 행복한 미래를 상상하게 된다.


정녕 달랠 수 없는 엄마의 그리움이

이제는 엄마의 향수가 되어 설렘으로 자리 잡았다


영원히 잠들지 않을 엄마의 따스한 기억,

엄마는 나에게 아낌없이 주는 나무이다.


엄마의 삶을 살아가는 나!

내 아이들에게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되고 있다.


-캄이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