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요리사

- 시크릿 레시피 -

by 캄이브
♡ 딸 선물 ♡

나의 두 번째 직업은 셰프다.

행복을 요리한 지 20년 차.

나만의 시크릿 레시피를 공개한다.

밝은 해가 지고 어둠이 찾아오니, 마음이 조급해진다. 문틈 사이로 비집고 들어온 바람이 조급한 마음을 식혀준다.

나는 노을을 좋아하는 이유로 저녁이면 노을 바라기를 잊지 않는다.

오늘도 창문 너머로 기웃거리던 노을에 잠시 여유를 즐기며 저녁 메뉴는 불고기로 정해 본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선율에 맞춰 요리 시작~~~

탁탁탁 도마소리와 보글보글 냄비 속 물소리가 어우러져 경쾌한 리듬을 만들고, 쏴쏴 시원한 냉수에 샤워하고 나온 상추가 푸르름을 과시한다.

초록 옷 벗은 오이가 매끈한 몸매를 자랑하고, 상견례를 준비 중인 고기, 양파, 버섯, 당면은 수줍음에 고개 숙인다.


궁중 냄비 속으로 입장한 재료들을 위한 환영식이 시작되고, 환상의 조합으로 불고기가 익어간다.

자글자글 졸여진 요리에 모락모락 피어나는 연기, 자르르 흘러내리는 양념에 젓가락이 마중 간다.

탱글탱글 찰진 쌀밥, 혼인에 성사한 고기, 싱싱한 상추와 오이, 하객으로 참여한 쌈장과 콩나물국이 풍성함을 더 해준다.

상차림이 완성되는 사이, 인기척이 들려온다.


첫 번째 단골손님

외모에 관심을 많이 두는 탓에 다이어트 식단을 선호하는 고등학생 딸이다. 무엇이든 맛있게 먹어주고 조잘대던 유년기가 그립다.

우리 일상에 파고든 다이어트, 음식은 물론 대화에 영향을 주어 둘의 간격을 넓혀주었다.

영혼을 갈아 넣으며 버텨낸 사춘기, 인내심의 한계를 시험하고 또 시험하던 그 시간만큼 이제는 서로가 더 단단해졌다. 흘쩍 커버렸건만 내 눈엔 철부지로 보인다. 그 첫 번째 손님이 등장한다.


"딸~ 왔어. 씻고 와. 밥 먹자"

"안 먹을래. 다이어트 중이야. “

"맞다. 미안해~. 그럼 맛만 봐줄래"

"어! 뭐야? 너무 맛있잖아. 그냥 먹을래"


미안함에 히죽히죽 웃음을 흘리니 입꼬리가 올라간다.

"맛있지 많이 먹어. 고맙당~"

까다로운 첫 번째 손님을 맞이하고 나니 다른 손님이 한 번에 들어온다.

사랑이들~~

두 번째 단골손님

부서질 것 같은 팔다리를 보면 마구마구 먹이고 싶어지는 둘째 딸이다.

초등학교에 입학이 내일인데 가냘픈 몸이 걱정을 부추긴다.

양 갈래로 길게 늘어뜨린 생머리, 놀란 사슴같이 커다란 눈, 콕 집어세어둔 오뚝한 코, 앵두를 발라놓은 빨간 입술, 손바닥으로 가려지는 조그만 얼굴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모습이 토끼를 연상시킨다.


아이돌이 꿈인 딸은 채소를 선호한다. 고기를 먹는 표정은 너무 슬퍼 보이고, 국에 헤엄치는 말랑한 고기조차 혓바닥으로 걸러낸다.

새털같이 가벼운 두 번째 손님,

빠진 앞니를 피해 오이를 오드득 베어 먹고는 은젓가락처럼 가는 손가락이 상추를 향한다.


"딸~. 상추에 고기 얹어서 먹어봐"

"고기 싫어!. 상추 좋아"

"그래 우리 딸은 채소 좋아하지. 근데 고기 먹어야 피부가 이뻐지는데. 아이돌 된다며~“

"아이돌 될 거야!. 많이 먹을래."

오기가 발동한 딸은 손의 방향을 바꾼다.


"오~ 역시 최고야. 피부 좋아지겠다."

발랄한 표정으로 고기를 먹어주는 딸의 모습에 입꼬리가 휘어진다.


세 번째 단골손님

청개구리와 형제 맺은 아들, 마른 체구에 고기를 좋아하며 건강을 챙기는 여섯 살 어른이다.

종일 먹어댄 음식은 모두 변기로 흘려보내고 남은 것은 작은 키다.

왼쪽을 가리키면 오른쪽으로 달려가고, 조심조심 걸으라면 쿵쿵 티라노사우루스 흉내를 낸다. 무엇이든 물어보면 짓궂은 표정에 반대로 답을 한다.


걱정될 정도로 착하고 온순했던 아들은 마술에 걸려 청개구리로 변했다.

강력한 주문 탓에 연기처럼 사라진 아들, 때론 좀비, 때론 스파이더맨으로 나타나 바람개비처럼 날아다닌다.

밥상에선 하이에나가 되어 허겁지겁 먹고 있다.

세 번째 손님을 보니 긴 한숨이 새어 나온다.


"아들아~ 고기는 상추에 싸서 먹어야 맛있는데"

"엄마, 채소는 맛없어. 고기가 제일 좋아."

"고기가 맛있지. 근데 채소가 건강에 아주 좋단다."

"정말? 히히히 그럼 먹을 거야."


볼멘소리를 내뱉던 큰아들이 까불까불 신난 목소리를 감추지 않고 상추를 잡는다.

"그래~ 잘했어! “

건강을 챙기는 아들의 모습이 대견하여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네 번째 단골손님

존재 자체가 귀여운 우리 집 막둥이다.

미숙아로 태어난 남매들과 달리 조산임에도 4.5kg으로 세상을 맞이하였다.

우월한 골격으로 두 살 터울인 형과 옷을 함께 입는다. 애교를 장착하고 태어난 아들, 말랑한 아기 피부에 부리부리한 눈, 양 볼에 보조개, 꼬물꼬물 몸을 비틀며 반달눈의 미소를 짓는다.

순간, 그 매력에 속절없이 빠져든다.


맑은 아기 목소리로 사랑을 속삭이며 엄마 품에 안기면 세상 걱정이 눈처럼 녹아내린다.

세 살을 갓 넘긴 막내는 아직 편식이 심하다. 떼쓰기 대장인 네 번째 손님, 눈을 맞추며 상추 위에 고기와 흰밥을 얹어 내민다.


"이거 띯어! 빼! 빼!"

"어머! 우리 미니 이거 싫어요?. 이거 먹지 않으면 왕 주사 맞는데. 아프겠다."

"아니야~ 아니야~. 아~~~"

"참 잘했어요. 우리 미니 최고예요!. 최고!"

"엄마 최고! 최고! 예뻐~~~"

애교가 발사되니 몸에 전율이 흐른다.

오물오물 씹고 있는 아들 모습에 칭찬이 쏟아지고, 미소가 넘친다.


"맛있게 먹었습니다."

아이들의 씩씩한 목소리와 함께 행복한 밥상이 문을 닫는다.

날마다 크고 작은 사고가 잦은 우리 집, 매일 찾아오는 소중한 단골손님들 덕분에 일상이 즐겁다.

행복을 주는 천사들이 있기에 매일매일 관계를 요리하고 행복을 만든다.

불러온 배를 잡고 쌔근쌔근 잠이 든 아이들을 보면 뿌듯함이 가슴에 스며든다.


오늘도 나의 일상과 가족의 하루가 무사히 살았음에 감사하며,

내일은 또 어떤 기쁨이 기다리고 있을까?

기대와 걱정이 교차하는 가운데,

새로운 아침을 위해 잠자리에 든다.


보석을 뿌려놓은 하늘을 상상하며.

- 캄이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