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

-무대

by 캄이브

무겁게 내려앉은 구름이
도시의 조명을 눌러 앉히고,
회색 빛 하늘 아래
도로는 길게 펼쳐진 무대가 된다.


빛을 머금은 빗방울이
조용히 막을 올리면,
차창마다 작은 서사가 흐르고,

엑스트라가 된 가로수

조용히 응원을 보낸다.


밀리고, 멈추고,
다시 흘러가는 들의 행렬

그 안에 오늘의 각본이 있다.


잔잔히 흘러나온 선율에
마음도 촉촉이 적시며,
비에 젖은 풍경 속에서
나는 잠시 관객이 된다.


그러다 문득,

와이퍼 박자에 리듬을 맞추면

나도
이 무대의 주인공이 되었음을 안다.


가을비에 스며든 하루,
이 조용한 무대 위에서
우리는 우리의 역할을 찾는다.


- 캄이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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