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 -
입춘이
봄을 세우는 절기라면
우수는
그 마디를 넘기는 종기.
눈이 제 몸을 풀어
물이라는 이름으로 돌아가고
얼음은 속으로
작은 균열을 키운다.
“우수·경칩에 대동강 풀린다”는 말처럼
먼 강물도 끝내는
제 결을 따라 흐름을 되찾고,
“우수 뒤에 얼음같이”라 했듯
한 번 더 스미는 찬 기운은
봄을 쉽게 내어주지 않는다.
그래서 우수는
단번에 녹는 날이 아니라
풀렸다 다시 얼기를
조용히 반복하는 시간.
마음 또한 그렇다.
굳은 생각 하나 내려놓으면
또 다른 망설임이 얇게 얼지만
결국은
물 쪽으로 기울고 만다.
우수는
강이 풀리는 날이 아니라
흐르려는 방향으로
몸을 두는 날.
오늘,
나는 아직 남은 차가움을 안고서도
조금 더 낮은 곳을 향해
조용히
물의 편에 선다.
- 캄이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