얇은 외투 하나 걸치고
계절의 숨을 기다리는 날.
문틈 사이
실금처럼 번지는 기척,
얼음 밑을 흐르던 물소리 하나
이제야 귀에 닿는다.
2026. 2. 4.
(음 12. 16.)
나는 입춘인 줄도 모른 채
한파의 장막 아래
하루를 접어 넣고 또 접으며
겨울 속으로 밀려가고 있었다.
달력은 이미
봄의 문고리를 잡고 있었지만
내 시간은
눈보라의 안쪽에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었다.
아마도 그때의 나는
계절보다 깊은 저온,
빛이 쉽게 스며들지 않는
한 철의 그늘이었으리라.
응급실의 하루는
심장처럼 빠르게 뛰었고,
병실의 밤은
숨을 고르는 긴 동굴이었다.
겹겹이 껴입은 마음은
벗지 못한 외투처럼
체온 대신 무게를 품고 있었다.
입춘.
그것은
지면 위에 적히는 날짜가 아니라
얼어붙은 내면이
가장 먼저 금 가는 순간.
긴 겨울을 건너온 우리는
겉으론 달라 보이지 않아도
보이지 않는 뿌리에서
이미 방향을 틀고 있다.
이제야 안다.
입춘은
계절이 오는 일이 아니라
내 안의 눈이
조용히 녹는 일이라는 걸.
오늘,
나는 늦게 새싹처럼
조심스레 흙을 밀어 올린다.
진정한 입춘이
내 안에서 시작된다.
- 캄이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