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의 나라' 에티오피아에서 커피보다 더 유명한 것

아프리칸블루스: 에티오피아편

by 이상엽

'아프리칸 블루스'

지정학적 시각에서 아프리카의 삶과 애환을 들여다봅니다



AdobeStock_625159593.jpeg 전 세계인들과 만나는 에티오피아 커피 ⓒ Adobestock

에티오피아.

커피로 유명한 나라입니다. 베트남, 브라질, 콜롬비아와 함께 세계 5위 안에 드는 커피 생산국이죠. 원두를 대표하는 아라비카(arabica)의 주산지여서 '커피의 고향'이라고도 불립니다.


Ⅰ. 인류의 고향

에티오피아에 가면 '루시(Lucy)'를 만날 수 있습니다. 300만 년도 넘은 원시 인류 화석이죠.

키는 1미터에 몸무게는 30kg 정도로 밝혀졌는데, 고고학적으로는 두 가지 측면에서 아주 의미 있게 평가받습니다.


① 루시가 직립보행을 했다는 점

② 화석의 보존 상태가 40% 이상이라는 점


루시가 발견되면서 현재의 인류가 아프리카에서 왔다는 '아프리카 인류기원설'이 힘을 받기도 했습니다.


여담으로, 루시는 비틀즈와 관계가 깊습니다.

1970년대 당시 발굴 당시, 연구팀 캠프에는 <LUCY IN THE SKY WITH DIAMONDS>라는 비틀즈 노래가 틀어져 있었고, 거기서 화석의 이름을 따왔습니다.

Courtesy of Wikimedia Commons ARDI.jpg 루시(Lucy)

사실, 에티오피아엔 루시보다 더 오래된 친구도 있습니다. '아르디(Ardi)'인데요.

1994년에 에티오피아 중부, 아와시강 유역에서 발견됐습니다. 연구팀은 440만 년 전에 살았을 것으로 분석했죠. 루시처럼 직립보행을 했고, 나무 위 생활도 잘했던 것으로 분석돼서 이목을 끌었습니다.


'Land of Origins'

에티오피아는 '기원의 땅'을 관광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에티오피아를 커피의 고향이라고 하는데 알고 보면 기원의 땅, 인류의 고향이 더 맞는 듯합니다.

AdobeStock_347149495.jpeg '동아프리카의 거인'으로 불리는 에티오피아 ⓒ Adobestock


Ⅱ. 아프리칸 크리스천

에티오피아만큼 오래된 기독교 국가도 없습니다. 이 나라는 4세기 초에 기독교를 국교로 선포했습니다.

튀르키예랑 조지아 사이에 있는 아르메니아, 그 아르메니아와 함께 기독교 국가의 시조새 격이죠. 현재 에티오피아 인구의 절반 정도는 에티오피아 정교회 신자입니다.


세바의 여왕, 솔로몬을 만나다

에티오피아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솔로몬(Solomon)'이야기가 나옵니다.

이 나라의 초대 왕이 솔로몬의 후손이라는 건데요. 구약성경을 보면 예루살렘의 솔로몬 왕이 세바(Sheba) 왕국의 여왕을 만나는 장면이 나오는데 에티오피아 역사적, 신화적 배경이 바로 여기서 시작됩니다.


세바 여왕이 솔로몬의 명성을 듣고 와서 어려운 문제로 그를 시험하고자 하여 예루살렘에 이르니
수행하는 자가 많고, 향품과 심히 많은 금과 보석을 낙타에 실었더라...(열왕기상 10:1-2)
the visit of the queen of sheba to king solomon_sir edward john poynter.jpg The Visit of the Queen of Sheba to King Solomon ⓒ Edward John Poynter


당시 세바 왕국은 아라비아반도, 지금의 예멘 지역을 중심으로

홍해 건너 동아프리카 쪽에서 번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역에서 잘 나가는 나라였는데, 이스라엘에 솔로몬이라는 아주 지혜로운 왕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궁금해서 선물들 한 보따리 해서 찾아온 거죠.


솔로몬이 그가 묻는 말에 다 대답하였으니 대답하지 못한 것이 하나도 없었더라...(열왕기상 10:3)


그렇게 만나 보니까 솔로몬한테 완전히 빠진 겁니다 여왕이.

그의 지혜가 대단할 뿐만 아니라 성전도 으리으리하게 지었고 거기에 신앙까지 좋았던 거죠. 성경에서는 스바 여왕이 솔로몬을 보고 크게 감동했다고 말합니다. 상상해 보면 뭐 이런 찬사들을 했지 않나 싶은데요.


"아니, 내가 사실 당신에 대한 소문들을 믿지 않았는데 실제로 보니까 내가 들은 건 반도 못될 정도로 당신의 지혜와 부가 엄청나다. 당신 신하들 진짜 좋겠다. 부럽다. 여호와 하나님이라는 분이 당신을 진짜 사랑하나 보다"

AdobeStock_80029057.jpeg 유구한 기독교 역사를 지닌 에티오피아 정교회 ⓒ Adobestock

에티오피아 역사로 돌아오면, 그렇게 솔로몬과 세바의 여왕이 만나서 메넬리크 1세가 나왔다고 합니다.

그 메넬리크가 에티오피아에 첫 번째 왕조를 세우면서 나라가 쭉 흘러왔다는 이야기죠. 이 솔로몬 왕조의 역사는 BC 10세기부터 1974년까지 영원할 것처럼 이어집니다.


최근에는 에티오피아 내의 무슬림 인구도 전체의 절반 가까이로 상당히 늘었다고 하는데요.

에티오피아라는 국가의 정통성이 기독교적 배경에 근거한다는 사실. 그게 이 나라의 시작이자, 본질이다 이렇게 봐도 틀리지 않겠습니다.

alireza-khoddam-Cv33sXyJ64M-unsplash.jpg 에티오피아의 국력을 지탱하는 수자원 ⓒ unsplash - alireza khoddam


Ⅲ. 아프리카의 급수탑

에티오피아의 힘은 물에서 나옵니다.

흔히 아홉 개의 큰 강, 열두 개의 호수가 있는 나라라고도 하는데 핵심은 '나일강'입니다. 아프리카는 나일강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죠. 나일강은 대륙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의존하고 있는 젖줄이자 문명의 상징인데요.

White Nile
Blue Nile

이 나일강은 두 개의 줄기, 백나일과 청나일. 화이트나일, 블루나일로 구분됩니다.

그중에 청나일이 나일강 수량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바로 그 청나일 물줄기가 에티오피아에서 시작되죠.

나일강의 경로 ⓒ Nicolás Pérez


에티오피아 북서부 고원지대에 위치한 타나호수에서 내려간 물은

서북쪽으로 굽이쳐서 → 수단으로 흐르고, 수단의 수도 카르툼(Khartoum)이라는 곳에서 백나일 강이랑 만납니다. 그렇게 둘이 하나 된 완전체 나일강은 북쪽 이집트로 쭉 내려가 지중해까지 닿죠.


이런 지정학적 환경은 에티오피아에겐 축복이자 권력입니다.

나일 하류에 있는 수단이나 이집트로서는 에티오피아가 위에서 물을 컨트롤해 버리면 당장 타격이 오기 때문에 물에 예민할 수밖에 없죠.


동아프리카의 급수탑
Water tower


실제로, 얼마 전에 에티오피아가 댐을 지으면서 이집트와의 갈등이 불거지고 있습니다.

'GERD', 그랜드 에티오피안 르네상스라는 엄청나게 큰 댐인데요. 에티오피아는 ▲인프라 개발 ▲경제발전 ▲에너지 확보 이런 측면들을 말하는데, 이집트한테는 이게 상당히 민감한 안보적인 측면이거든요. "너희 때문에 우리 쓸 물 없어지면 다 같이 죽는다"라는 겁니다.

presidency.eg_EGYPT DAM 1.jpg 에티오피아-이집트 정상 회담 ⓒ presidency.eg


사실, 이집트는 인구 절반이 농업에 종사하고 수출도 농업에 의한, 면화 수출이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나일강 수량이 왔다 갔다 하면 타격이 클 수밖에 없죠. 당장 농경지에 타격이 오겠고 그에 따른 실업자 증가, 환경오염 문제 같은 것도 고려해야 합니다.


두 나라뿐만 아니라 이 나일강 수자원 문제는 동아프리카의 최대 화두입니다. 에티오피아는 거기서 급수탑의 관리자인 셈이죠. 물을 가진 자에게 힘이 쏠립니다.


Ⅳ. 에티오피아 참전용사 기념관

에티오피아는 우리나라와도 관계가 꽤 깊습니다.

625 때 유엔군에 동참한 아프리카 유일 국가거든요. 1951년 첫 파병 이후로, 에티오피아 장병 3천여 명이 우리와 함께했습니다. 혹시 춘천에 간다면 에티오피아 참전 용사 기념관을 들러봐도 좋을 듯합니다.


이렇게 보다 보니까, 저기 아프리카 동쪽 끝에 있는 낯선 나라가 좀 가깝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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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디오로 만나기: https://youtu.be/ireu3ZqEGNc


글 = 이상엽 ⓒ 3POINTSNEWS.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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