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식과 불안 사이에서
<나사의 회전> 헨리 제임스
"그 이야기는 난롯가에 둘러앉은 우리들의 숨을 죽이기에 충분했다."
언젠가 생상스의 아쿠아리움을 들었던 경험이 있다. 피아노와 글로켄슈필을 통해 물 흐르듯 변주되는 신비로운 멜로디는 유리를 사이에 둔 채 무언가를 관찰하는 듯한 몽환적인 인상을 남겼다. 나사의 회전 속에서 반복적으로 묘사한 알 수 없는 불안과의 유사성은 읽는 동안 자연스럽게 생상스의 아쿠아리움을 떠올리게 만들 만큼, 작품 속 공기는 음악과 사뭇 닮아 있다.
19세기에서 20세기로 이행하던 과도기는 산업혁명이 일정한 안정 국면에 접어드는 한편, 제국주의적 세계관이 본격적으로 확장되던 시기였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양상의 갈등과 구조적 모순이 드러났고 기존의 리얼리즘적 서술 방식으로는 예측 불가능한 세상을 설명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불확실성으로 인한 인간 내면의 심리적 불안에 대한 서술이 주목받기 시작한다. 나사의 회전은 이러한 시대적 문제의식을 반영하여 화자의 주관적인 의식의 흐름에 따라 서술된 작품으로, 작가는 이를 통해 인간의 의식을 어디까지 신뢰할 수 있는지 끊임없이 시험한다. 작가는 근대화로 인한 시대적 불안 속에서 세상을 인식하는 인간의 의식이 얼마나 불안정한지를 공포라는 서사적 수단을 통해 드러낸다.
밤중에 난로가에 모여 나누는 긴장감 어린 이야기, 교외에 자리한 오래된 대저택과 천사를 연상시키는 아이, 신비로운 환영, 화려한 촛대와 하늘로 치솟은 탑은 고딕 문학을 연상시키는 전형적인 장치이다. 나사의 회전은 이러한 요소들을 전반부에 배치하며, 액자식 구성을 차용해 독자에게 복선을 제시한다. 그 결과 작품은 서사 전개를 위한 긴장감을 조성하고 다음 이야기에 독자를 끌어들이는 흡인력을 확보한다. 독자는 1인칭 화자의 시점을 통해 독점적으로 제공되는 정보에 의존해 불안의 실체를 추적하게 된다. 그러나 스토리가 흘러갈수록 독자는 전적으로 의존하던 화자의 의식이 사실인지 불안에서 기인한 망상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의심하게 되고 그 신뢰성에 균열이 일어난다. 이렇게 서서히 회전하며 조여드는 나사처럼 긴장감은 고조되어 화자가 마일스와 단둘이서 대면하게 되는 순간 극에 달한다.
화자인 가정교사의 이름이 끝까지 나오지 않는 것은 인물자체의 모호성을 부각시켜 서술자의 신뢰성에 균열을 만들고, 초자연적 현상과 화자의 주관적 인식 사이에서 다층적으로 사고할 수 있게 만드는 장치로 기능하기 위함에 있다. 작품이 여성의 강렬한 감정과 두려움은 쉽게 히스테리라고 규정되던 19세기에 쓰여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작가는 진실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것보다 불확실하고 무엇도 확정할 수 없는 긴장 상태 자체를 독자에게 제시하며 독자가 판단 주체가 되도록 의도하였을 것이다.
마치 아쿠아리움 유리를 통해 현실을 인지하는 듯한 모호함과 불확실함이 그 어느 때보다 극대화된 현대 사회에서 뚜렷한 정답을 알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이 작품은 왠지 모를 찜찜함을 남겨둔다. 그러나 헨리 제임스의 시대에도,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세상을 일률적으로 인식할 수 없다’는 불안은 동일하게 존재해 왔다. 결론을 유예한 이 상태 자체가 100여 년 전에도 문제의식이 향하는 곳이었다는 점에서 나사의 회전은 초자연적 현상의 진위를 묻는 공포 소설이라기보다는 근대적 인식의 붕괴를 공포로 형상화한 작품으로 읽힌다.
— 함께 들을 곡
카미유 생상스(Camille Saint-Saëns) 동물의 사육제 中 제7곡 '아쿠아리움(Aquari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