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세상이 규정되는 원리(6) 저널리즘과 시장논리
우리나라 언론에 실망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언론이 이러했던 것은 아니다. 다행히도 말이다. 이번 편에서는 시진핑 실각설을 올바르게 다룬 언론의 사례를 볼 것이다. 먼저 연합뉴스다.
연합뉴스는 25년 1월 8일에 ‘시진핑 군부장악 이상설에…軍기관지, '군사위 주석책임제' 강조’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기억력이 좋은 독자라면 1월 8일에 기시감이 들 수 있다. 앞서 중앙일보와 세계일보를 다루면서 보았듯, 1월 8일은 해방군보가 사설을 게재한 날이었다. 해당 기사는 바로 이 사설을 다루었다. 그리고 기자는 내용을 크게 두 가지로 구성했다. 이번 1월자 해방군보 사설이 주석책임제를 재차 강조했다는 내용과 지난 12월 사설에 대한 세간의 오류를 지적하는 내용으로 말이다.
최근 대만 등 해외 매체들을 중심으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군부 장악력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 가운데, 중국군 기관지가 시 주석의 '군사위원회 주석 책임제'(軍委主席負責制)를 다시 강조하고 나서 눈길을 끈다.
이는 단순히 1월자 해방군보를 요약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다시’라는 표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12월도 1월과 마찬가지로 동일하게 ‘주석책임제’를 강조했다는 의미를 가지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우리나라 언론들이 저질렀던 오류를 정확히 꼬집은 것이다. 아래에서는 더욱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시진핑 1인 집중' 성격의 주석 책임제가 중국군 운용 방식으로 확립된 상황에서 마오쩌둥·덩샤오핑 등 과거 지도자의 언급을 근거로 집단지도체제를 옹호한 논평이 군 기관지에 나오자 군부 안에서 시 주석의 의견을 따르지 않는 세력이 있는 것 아니냐는 추정이 나왔다. 대만 연합보나 미국의소리(VOA) 등은 '주석 책임제에 대한 도전'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다만 쉬전 홍콩중문대 미래도시연구소 부소장은 대만 매체 인터뷰에서 "해방군보의 논평은 주로 군 내 반부패에 관한 것이고, 글이 비판하는 대상은 시진핑이 아니라 군 시스템에 존재하는 사조직화 분위기"라며 집단지도체제 강조가 주석 책임제와 모순되는 것은 아니라는 해석을 내놓은 바 있다.
따라서 연합뉴스의 기사는 진실에 아주 가까이 다가섰다고 할 수 있다. 저널리즘이 살아있었다. 다른 언론사와 비교해도 출중하다. KBS, MBC, 동아일보는 시진핑 실각설을 기사감으로 채택하지 않는 수준으로 저널리즘을 행했다. 이것도 훌륭하다. 하지만 연합뉴스처럼 오류를 짚고 진실을 밝히려는 노력은 분명 더 대단하다. 반면, 이로부터 3개월 지난 시점에서 실각설에 힘을 쏟은 중앙일보나 4개월 지난 시점에서도 실각설 기사를 쏟아낸 조선일보는 정말 반성해야 한다.
연합뉴스는 1월 8일자 사설을 소개하면서 음모론을 일축하는 수준에 그쳤다면, 한겨레는 반부패 투쟁이 오히려 시 주석의 권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한 발자국 더 나아갔다. 제목부터 그러했다. ‘시자쥔’ 잇단 실각…시진핑 군 통제력 약화? 도리어 “강화 신호”. 내용을 따로 소개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제목으로 압축되기 때문이다. 현시점에서 보면 한겨레의 시각이 진실에 가장 부합했다. 이들은 정말 훌륭한 저널리즘을 실천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연합뉴스와 한겨레가 언제나 진실에 가장 가깝다는 것은 아니다. 이들도 당연히 오류를 저지를 때가 있다. 때로는 다른 언론사들의 기사가 진실에 더 부합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다양한 언론사들이 시진핑 실각설, 즉 명백한 거짓을 어떻게 다루었는지 살펴보는 것이 의미 없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충분하다. 각 언론사가 어떤 방식으로 저널리즘을 실천하고 있는지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우리는 자기 저널리즘을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좋은 언론’을 가늠할 수 있었다.
만약 우리나라의 수많은 언론들이 정말로 시장 논리에 끌려다닌 것이라면, 이들은 언론사라고 불릴 자격이 없다. 진실보다 돈을 추구하는 언론이 어떻게 언론일 수 있을까? 누군가는 이렇게 반문할 수 있다. “그들은 시장주의 또는 신자유주의적 저널리즘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언론은 적어도 진실에 대한 노력 위에서 정치적 자유를 가져야 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의 사례가 이를 훌륭하게 뒷받침한다. 이들은 친시장적 저널리즘을 실천하면서도 시진핑 실각설을 보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시 주석의 실각론이 저널리즘의 경계를 규정하고 언론 지형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