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논리에 빠진 우리나라 언론들(주요매체 편)

2장 세상이 규정되는 원리(6) 저널리즘과 시장논리

by 승현

중립 매체라고 하면 한국일보가 대표적이다. 한겨레 중역 기자의 글에서도 볼 수 있었듯 말이다. 그러나 이들조차도 시진핑 실각설에 동참했다. 심지어 해방군보에 대한 해석 오류를 그대로 담았다. “‘해방군보’에는 시 주석의 독단적 리더십을 비판하는 매우 이례적인 보도가 실렸다. 이 역시 시 주석에 대한 군부 내 불만이 형성되고 있다는 소문을 낳았다.” 앞서 다루었듯, 해방군보는 시 주석의 기조를 그대로 담아내었지, 그를 비판한 적이 없었다. 기사 제목은 ‘사라진 중국군 실력자 허웨이둥… 시진핑 불만 세력의 역숙청?’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중립적이라고 인식해 신뢰하는 24시간 뉴스 채널 YTN과 지상파 SBS도 소극적으로 시진핑 실각설 논조에 함께했다.


‘부패와 불신 이어진 숙청… 시진핑이 마주한 중 인민해방군’이라는 제목의 YTN 보도는 “모든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라는 마오쩌둥의 발언을 인용하며 시작한다. “하지만 오늘날, 그 유산의 정점에 선 시진핑 주석은 역설적으로 자신을 지켜주는 ‘총구’, 즉 인민해방군(PLA)을 바라보며 두려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는 인민해방군의 총구가 시 주석을 겨냥하고 있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그리고 보도의 대부분은 시 주석과 군 사이의 딜레마, 즉 권력의 원천이자 불안의 근원으로서의 인민해방군에 대한 내용이다. 독자는 자연스레 시진핑의 군 통제력이 불안정하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그 와중에 “이러한 숙청의 배경이 부패 때문인지, 아니면 이념적 충돌이나 다른 정치적 이유인지에 대해서는 단정할 수 없습니다.”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이미 시진핑 실각설을 간접적으로 지지해 놓고서는 중립적인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나는 이런 보도가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보다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표면적으로는 중립을 내세우는 것이 여론 주도 효과가 훨씬 크기 때문이다.


SBS는 ‘중국군 ‘넘버3’ 숙청설… 49일째 공개석상서 사라져’라는 보도에서 “일각에서는 실각한 인사들이 모두 시 주석 측근이란 점에서 시 주석의 군부 장악력이 약화되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양회 폐막식에서 군 서열 2위 장유샤 부주석이 시 주석에게 등을 돌리고 시선을 회피한 장면이 포착되며 중국 군내 권력 투쟁 의혹도 커지고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이는 마지막 두 문단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즉, 글의 대부분이 허 부주석의 유고가 심상치 않다는 내용으로 전개되다가 마지막에 짧은 해석을 은근하게 실은 구조라는 것이다.


진보 매체로 대표되는 JTBC도 시진핑 실각설에 조심스레 힘을 실었다. ‘서열 3위는 50일 넘게 ‘실종’, 서열 5위는 ‘실각‘… 중국군은 왜?’라는 제목의 보도에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최측근으로 분류된 인사들도 사라지면서 시 주석의 군부 장악력에 대한 갖가지 추측도 나오고 있습니다.”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이 기사도 SBS의 보도처럼 글의 마지막에 해석을 짧게 삽입한 구조이다. 이런 방식은 독자가 주장과 사실을 확실히 구분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여론 주도 효과를 높인다. 또한 추가 설명이나 정확한 검증이 없으므로 무책임하다고 지적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언론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중립적이라는 인식 덕분에 신뢰 받는 ‘한국일보’와 ‘YTN’, 지상파 3사 중 하나인 ‘SBS’, 진보 언론사로 알려진 ‘JTBC’ 모두 거짓 정보를 실었다. 검증이 부족했고 경솔했다. 심지어 이들의 규모를 고려했을 때, 역량을 의심하기보다 시장 논리에 따라 움직였다고 보는 편이 합리적일지도 모른다. 이것이 바로 우리나라의 언론 ‘전반’이 시장 논리에 종속되어 있다고 판단한 대목이다.


혹자는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우리나라 일이 아니면 검증에서 실수할 수도 있는 거 아닌가? 너무 야박하다.” 이에 대해 일본의 요미우리, 아사히, 마이니치와 미국의 뉴욕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은 시 주석의 실각설과 관련하여 단 한 건의 기사도 작성하지 않았다고 설명하고 싶다. 이는 우리보다 중국의 권력 변화에 더 민감한 두 국가에서 발행 부수 기준 가장 규모가 큰 세 개의 종합일간지를 조 교수가 조사한 결과이다. 이들은 시진핑 실각설이 거짓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적어도 보도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미국과 일본의 주요 매체들의 저널리즘은 살아있었다. 아무리 보수적인 월 스트리트 저널조차도 말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나라’의 언론 ‘전반’이 시장 논리에 종속되어 있다고 판단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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