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YTN이 가장 무난하겠지?

by 승현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싶은데 어디 뉴스 보면 될까? MBC, JTBC, 한겨레, 경향신문, 오마이뉴스는 진보 매체라고 하고,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MBN, 채널A는 보수 매체라고 하던데? 각각 하나씩 골라 볼까? 한국일보는 중도라며? 이거 하나만 볼까? 아니면… 공공기관이든 어디든 웬만하면 YTN 틀어놓던데… 아무래도 YTN이 가장 무난하겠지?


이처럼 민주주의의 한 시민이 되고자 하는 이들에게 매체 선정은 아주 중요한 문제다. 이는 분명 사안을 치우치지 않고 합리적으로 판단하려면 다양한 목소리를 들어봐야 한다는 의식에서 시작된 고민일 것이다. 바람직한 자세다.


그러나 이를 무작정 받아들이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통상적인 분류는 그저 피상적이기 때문이다. 겉핥기라는 것이다. 오늘날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는 오히려 상황을 정확히 판단하려는 목적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더 정확한 판단을 위해서는 이보다 더욱 근본적인 의식이 필요하다. 이는 다음과 같다.


언론사는 대체로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 언론사도 결국은 기업이기 때문이다. 진보 매체도 기업이라는 점에서 예외가 될 순 없으므로, 여건에 따라 보수화되기 마련이다. 적어도 현재 우리나라는 그러하다.


*본격적으로 글을 시작하기 전에 당부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예상했겠지만 이 글은 언론사들이 보수주의로 쉽게 흐를 수밖에 없다는 내용이 전부다. 하지만 이는 의도치 않게 보수주의가 나쁘다는 인상도 함께 줄 수 있다. 그러나 이 글은 보수주의를 비판하는 것이 아님을 꼭 기억해줬으면 좋겠다. 보수주의를 비판하는 글이 아니라 언론 생태계가 한 진영으로 편향되어 버리기 쉽다는 사실을 지적하는 글이다.


1️⃣ 보수주의로 흐를 수밖에 없는 언론사의 수익 구조


2025년 12월 31일에 공개된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5 신문산업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종이 신문과 인터넷 신문의 총매출액은 5조 3,050억 원이었다. 이 중에서 광고 수입의 비중이 64.6%로 가장 컸다. 18.4%를 차지하고 있는 기타 수입이 뒤를 이었고, 구독 수입이 11.4%로 3위에 올랐다.


우리는 광고 수입이 전체 매출액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 수익 구조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언론사도 결국 기업이므로 생존하려면 돈이 필요한데, 이때 이 목숨줄과도 같은 돈줄을 잡고 있는 이들이 광고주라는 사실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여기서 큰 문제가 발생한다. 그렇다면 언론사는 과연 광고주에게 비판적인 기사를 쓸 수 있을까? 다른 대상과 동일한 잣대로? 당연히 어려울 것이다. 나아가 광고주와 관련된 기사라면 우호적인 태도를 취할 가능성이 더 크지 않을까?


쉽게 와닿지 않는다면 나를 지원해주는 사람이 있다고 상상해보자. 그리고 나는 그분이 없으면 생계를 유지하는 것조차 어려워진다. 벌써부터 너무나도 감사하지 않은가? 만에 하나 그분이 무언가 바르지 않은 행동을 했다고 하더라도 남들을 대하듯 자유롭게 비판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대부분은 감싸려고 들지 않을까? 그분이 나를 감싸줬듯이 말이다. 광고주와 언론사의 관계는 이와 비슷할 수밖에 없다.


조금만 더 들어가보자. 아무래도 이 광고 수입은 대기업이 나머지 기업에 비해서 훨씬 큰 몫을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면 아무리 옳은 비판이어도 대기업에 불리한 기사를 보도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우리나라 산업 전반은 ‘이중 구조’라고 불릴 만큼 대기업 편중 현상이 심각하다. 대기업 한 곳에서만 반도체, 건설, 식품, 휴대폰, 중공업, 심지어 금융 등 다양한 영역을 담당하는 문어발식 경영 문제. 신생 기업의 기술을 탈취하고서 고급 법률 서비스로 눌러버리는 문제. 이는 한강의 기적에 대한 대가이기도 하지만 더욱 발전적인 미래를 위해서라면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중대한 문제이다. 언론은 이와 같은 의제를 설정하고 다양한 포럼 또는 시상식을 개최하는 등 더 나은 미래에 대해 큰 그림을 그릴 책임이 있다. 그러나 과연 대기업 문제에 대해서, 즉 우리나라 산업의 미래에 대해서 이 책임을 다하고 있는가?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실장


나아가 대기업에 친화적인 기사를 작성하는 경향도 생길 것이다. 경향이라고 소박하게 표현하긴 했지만, 사실 현실에서 이는 결국 대기업의 예쁨을 받으려는 치열한 경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2018년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실장과 수많은 주요 언론사들의 사장 사이에 주고받은 청탁 문자 내역이 드러났다. 그 거대한 조선일보부터 그 진보적인 경향신문까지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삼성 앞에 줄을 섰던 것이다. 대부분의 주요 언론사들이 청탁뿐만 아니라 보도 무마나 사업 지원 등 삼성에 적극적으로 협력했다는 정황이 쏟아졌다. 이들은 삼성과 대기업에 비판적이기 어렵다. 오히려 대기업과 관련된 문제라면 최대한 우호적으로 쓰기 쉽다.


이렇게 대기업에 친화적인 태도는 부자에 친화적인 태도, 기득권에 친화적인 태도, 기회주의적인 태도, 시장주의적 태도, 신자유주의적 저널리즘 등 수많은 보수주의적 맥락과 맞닿아 있다. 광고 수입에 의존적인 언론의 수익 구조는 보수주의로 흐르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2️⃣ 보수주의로 흐를 수밖에 없는 언론사의 지분 구조


2-1. 조중동 일가와 보수주의


우리는 앞서 언론사의 생존권을 쥐고 있는 외부의 존재에 집중하며 언론 생태계의 보수주의적 구조를 알아봤다. 사실 이는 언론사 외부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언론사의 내부에도 존재한다. 이때 언론사의 내부란 지분 구조 또는 사주(회사의 주인)를 이른다.


출처 슬로우뉴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언론사라고 하면 단연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이다. 이 유서 깊은 세 언론사는 우리나라의 다른 대기업과 마찬가지로 가족이 대를 이어 경영한다. 그러므로 이들의 경영 철학 또는 저널리즘의 방향성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오너 일가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우선, 중앙일보의 홍가(家)는 재벌과 관련이 깊다. 중앙일보를 창간한 홍진기 전 장관부터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사돈이다. 이외에도 중앙일보 가문은 유안타증권, CU로 대표되는 BGF 리테일, GS 리테일 등 다양한 기업과 엮여 있다. 동아일보의 김가(家)도 JB금융지주, DB그룹, 삼성 등 재벌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 조선일보 가문 또한 아모레퍼시픽으로 대표되는 태평양그룹, 영풍그룹 등 대기업과 관련이 깊다. 게다가 박정희 정권부터 전두환 정권으로 이어지는 군부와의 결탁도 두드러진다. 전두환 신군부에 부역한 조선일보는 이때 동아일보를 누르고 매출액 기준 1위를 달성했다는 사실은 이를 잘 보여준다.1) 이 시기 조선일보의 매출액 증가율 규모는 6배로 알려져 있다.2)


재벌, 정치권, 과거의 경우 군부와 긴밀히 연결된 이들이 과연 기득권 세력의 부당한 행동을 신랄하게 비판할 수 있을까? 차라리 아들에게 우호적일 것이라고 믿는 편이 상식적이지 않은가? 이들이 이처럼 다양한 이해에서 결코 자유롭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러한 맥락은 다시 말하지만 보수주의로 흐르기 마련이다. 나아가 우리나라의 신문사를 주도하는 이 세 언론사가 보수주의로 가면 언론계의 전체적 분위기도 보수주의로 향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물론 사주와 임원진에 대한 문제일 뿐, 소속 기자 전원을 부정적으로 봐선 안 된다. 해당 언론에는 규모가 규모인 만큼 훌륭한 기자분들도 당연히 많다. 또한 사주와 임원진의 방향이 철저히 지켜지는 것도 아니다. 단지, 이런 보수주의적 기반과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사주와 임원진의 행동에 분명 문제가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2-2. 정의와 경영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지는 언론사


한편, 기업 경영의 궁극적인 목적은 바로 이윤 극대화이다. 그러나 언론사는 정의를 실현하는 데 궁극적인 목적이 있다.3) 하지만 언론사는 언론사이기 이전에 기업이기도 하다. 사주는 정의와 이윤 극대화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보통은 아무래도 정의보다 사익을 선택하기 쉽다. 언론사는 언론사 이전에 기업이니까.


예컨대 지상파 3사 중 유일하게 사기업인 SBS는 태영건설이라는 건설사가 사주이다. 그렇다면 SBS의 보도는 아무래도 부동산 문제에 강경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오히려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서는 사측에 유리한 방식으로 보도하진 않을까? 실제로 건설사가 사주인 언론사들이 현재 우리나라에서 아주 심각한 문제 ‘부동산 거품론’을 부추겼다고 비판하는 이들도 있다. 이는 황당한 지적이 아니다. 운강건설의 영남일보, 부영건설의 한라일보와 인천일보, 중흥건설의 남도일보, SM건설의 울산방송, 호반건설의 광주방송 등 이처럼 건설사가 사주인 많은 언론사들이 여론을 한 방향으로 이끌었고, 보수주의적 이해로 얽힌 언론사들도 이에 동참하며 부동산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올랐다는 것이다. 금융은 사실보다 기대나 신뢰에 의존하는 측면이 존재한다는 점에서도 이 의심은 상당히 합리적이다.


이외에도 언론사의 사주는 다양하다. 개인이든 가족이든 기업이든 말이다. 그러나 이들 모두 정의와 이윤 극대화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한다는 점, 그리고 아무래도 전자보다 후자를 택하기 쉽다는 사실은 동일하다. 이것이 보수주의로 쉽게 흐르기 마련이라는 말은 더 이상 반복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지분 구조를 논하며 언급한 언론사들이 하나도 빠지지 않고 보수주의적 색채가 뚜렷하다는 사실은 이를 잘 뒷받침한다.


우리는 이제 이를 바탕으로 언론 정책도 평가할 수 있다. 이명박 정부는 TV조선, 채널A, MBN, JTBC 등 종편 채널의 향연을 탄생시켰다. 언론사이기 이전에 정의와 사익 사이에서 먼저 갈등해야 하는 기업을 황금 번호에 대거 유입시킨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YTN의 민영화를 시도했다. 국민의 돈으로 운영되는 만큼 이윤 극대화의 유혹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었던 언론사를 딜레마의 구렁텅이로 내몰려고 했던 것이다. 이 두 정책은 진보와 보수 진영 둘 중에서 어디에 유리할까? 두 정부 모두 보수 정당에서 배출되었다는 점을 떠올려 보자.


일단 이 두 정책은 언론사가 딜레마 속에서 정의를 선택하기 어렵게 만든다는 점에서 합목적적이지 않다. 그럼에도 추진해야 했다면 본인 또는 본인이 소속된 정당에 유리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나는 이에 동의한다. 그리고 이는 언론사가 언론사이기 이전에 기업이라는 근본성이 보수주의적 본성을 얼마나 쉽게 자극하는지 반증한다.



어디가 진보 매체이고 어디가 보수 매체이며 어디가 중립인지 언론 지형을 파악하는 일도 분명 중요하다. 그러나 언론사도 언론이기 이전에 기업이라는 그 단순하면서도 알기 힘든 사실을 이해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 수익 구조와 지분 구조를 기반으로 언론의 정파성을 따져보는 일은 더욱 근본적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언론 지형은 언제든 변화할 수 있지만, 우리가 지금까지 이야기한 내용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를 먼저 알고 언론 지형을 살펴본다면 훨씬 날카로운 시각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1) KBS뉴스, <[저리톡] 조선·동아 100년… 그들이 감춘 흑역사>, 2020.


2) 한겨레, <조·동 100년, 욕망은 펜보다 강하다>, 2020.


3) 누군가에게는 힘의 논리가 정의로운 것일 수 있지 않냐고 주장할 수 있다. 그렇다. 그러나 이때 정의란 통념적인 정의의 의미에 제한한다. 부당한 것은 이에 응당한 대가를 치러야 마땅하고, 이로운 것은 이에 합당한 혜택을 받아야 마땅하다는 그 보편 윤리에 입각한 상식적 의미로서의 정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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