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3월 10일 유튜브 시사 방송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한 장인수 기자는 공소취소 거래 의혹을 제기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고위 검사 다수에게 이재명 대통령 관련 공소를 취소하도록 지시했고, 검찰 개혁 논의가 한창인 시점에서 검찰 측은 이를 당연히 거래로 받아들였을 것이라고 말이다.
내용이 심각했던 만큼 관련 보도가 쏟아졌다. 민주당 지지층 내부 여론도 악화되었다. 청와대는 즉각 반발했고, 고위 검사들도 그런 메시지를 받은 적 없다면서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일명 ‘공소취소 거래설’이 거짓으로 드러난 것이다. 그렇게 기성 매체의 초점은 자연스레 김어준 씨를 향했다. 이 거대한 거짓 의혹이 터져 나온 곳으로 말이다.
언론의 반응은 공격적이었다. 우선, 우리나라의 3대 언론사인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는 마치 입을 맞춘 듯 비슷한 내용의 사설을 내놓았다. 조선일보의 정우상 논설위원, 중앙일보의 진중권 교수, 동아일보의 이진영 논설위원은 이 사건을 음모론으로 규정했다.1) 음모론으로 몸집을 키워온 김어준 씨가 지금까지 외부로 향하던 시선을 단지 진보 진영 내부로 돌렸을 뿐이라는 것이다.2) 물론 표현 방식은 달랐다. 조선일보는 냄새 쫓던 김 씨가 상왕 지위 공고화에 실패했다고, 중앙일보는 교주의 영빨이 떨어졌다고, 동아일보는 칼에 베여 피가 나듯 신빨이 다했다고 표현했다.3)
다른 언론사들도 음모론에 무게를 두었으므로 아주 다를 건 없었다. 중도를 표방하는 한국일보의 김희원 실장은 ‘김 씨의 장기는 분방한 패러디와 음모론적 논평이었다’고 언급하며 해당 보도가 방송 규모에 비해 무책임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파적 이익보다 사실을 중시하고, ‘통쾌한 논평’보다 ‘지루한 검증’을 감당할 줄 알며, ‘우리 편’도 비판할 수 있기를 주문했다.4)
한국기자협회 또한 김희원 기자의 칼럼을 인용하며 김 씨가 저널리즘에 더 진지해질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동시에 그와 손석희 앵커를 비교했다. 세월호 사고 당일 부적절한 질문으로 논란이 된 후배 앵커에 대해 다음 날 책임지고 사과했던 손석희 앵커의 태도와 사과 없이 무고죄로 대응하겠다고 발언한 김 씨를 비교한 것이다.5)
이처럼 조선, 중앙, 동아, 한국, 기자협회 모두 이번 공소취소 거래설 사태에서 공통적으로 음모론에 주목했다. 물론 기자협회의 글에는 음모론이라는 표현이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다. 같이 묶여 억울할 수 있다. 그러나 음모론을 비판의 중점에 두었던 김희원 기자의 사설을 인용했다는 점, 그러면서도 어떤 부분에서 사과를 해야 하는지 명확히 밝히지 않은 채 그저 무책임하다고 비판한 점으로 미루어 보면, 음모론에 주목하던 언론계의 주류 입장에 편승했다고 충분히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의 본질은 음모론이 아니다. 유감스럽게도 기성 매체의 내로라하는 논객들이 핵심을 잘못짚었다는 것이다. 이들의 말대로 이 일이 음모론에 해당했다면, 김 씨가 정치적 목적이나 개인의 이익을 위해 사실이라고 납득하기 어려운 수준의 가설을 제기한 것이어야 한다. 하지만 이는 세 지점에서 반박된다.
첫 번째, 김 씨가 정치적 목적이나 개인의 이익을 위해 해당 보도를 했다고 볼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 김 씨는 윤석열 정부 시절부터 이재명 당시 대표를 꾸준히 지원해왔으며, 후보 시절에도 역시 그가 대통령이 될 수 있도록 가능한 역량을 총동원했다. 이랬던 김 씨가 특별한 계기도 없는 이 시점에, 게다가 이재명 정부 지지율이 거의 1년이 다되어가지만 오히려 꾸준히 상승하여 60-70%를 달성하고 있는 이 꿈만 같은 상황에서 굳이 청와대와 멀어져야 할 유인이 없는 것이다. 김 씨의 이익과 청와대의 이익은 여전히 일치한다.
두 번째, 공소취소 거래설이 음모론에 해당할 정도로 비상식적이진 않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거치면서 진보 진영은 검찰 개혁에 대한 필요성을 통렬히 실감했다. 게다가 이들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검찰의 무차별적인 포화를 견디고, 검찰 출신 대통령의 통치를 버티며, 비로소 최고 권력에 자리하는 과정을 지켜봤다. 검찰 개혁에 대한 기대가 그 누구보다도 높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대통령 본인은 더 하면 더 했을 것이다. 그러므로 지지자들은 당연히 이재명 정부가 검찰 권력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축소하리라 믿었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이재명 정부는 검찰 개혁에 미온적이라는 비판을 마주했다. 기존의 검찰 개혁 찬성 여론과는 달리 정부는 보완 수사권을 유지하려 했고, 검찰의 수사권 분리와 직결되는 형사소송법 개정을 늦췄다.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는 듯했으며, 국무총리, 법무부 장관, 행안부 장관 등 검찰 개혁을 주도하는 핵심 인물들은 나서서 설명하고 노력하는 태도도 보이지도 않았다. 이 정부가 검찰 개혁이 아닌 일들을 처리할 때 보인 철저함과는 너무나도 달랐던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행정 감각이라면 검찰의 반발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그러니까 이전의 검찰 개혁 실패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이번만큼은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 소극적 태도와 극적 합의를 의도적으로 연출한 것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대통령 아래의 책임자들이 무척이나 소극적이었던 부분은 여전히 소명되지 않는다. 충분히 비상식적이라고 할 만했다. 이처럼 비상식적인 상황에는 비상식적인 이유를 대입해보는 편이 상식적이므로, 정부가 개혁하는 시늉만 할 뿐 명목상의 검찰 개혁으로 퉁치려 한다는 의심까지 돌았던 것이다.
그리고 민주당 국회의원 일부는 입법권을 사용하여 적법하게 처리하면 될 문제를 굳이 소란스럽게 공소취소를 위한 모임까지 조직했는데, 이들은 일부 지지자들로부터 자기 정치를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었다. 공소 취소로 어수선하던 바로 그때 김 씨의 방송에서 공소취소 거래설이 제기된 것이다. 충분히 검토해 볼 만한 가치가 있는 가설이지 않은가? 이를 두고 음모론 딱지를 붙이는 것은 다소 과하다고 생각한다.
세 번째, 애초에 공소취소 거래설은 김 씨가 직접 제기한 것이 아니다. 김 씨는 장인수 기자와 사전에 해당 내용을 조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 정도 취재 상태였다면 본인 방송에서 보도하라고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기성 매체의 칼럼들을 읽다 보면 김 씨와 장 기자가 합심하여 정청래 대표에 힘을 실어주거나 자기 권위를 지키려 한 것처럼 읽힌다. 완전히 잘못짚은 것이다.
엄밀하게 따지자면 김 씨에게는 그 폭로의 공간을 제공한 책임이 있다고 봐야 한다. 즉, 보도할 정보를 철저히 관리하지 못한 잘못, 일명 게이트키핑(gate keeping) 실패에 책임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폭로의 파급력을 높이기 위해 사전에 조율되지 않은 내용을 보도하기로 결심한 출연자를 막지 못한 상황이 거대한 기성 매체들이 단체로 달려들 정도로 심각한 것인지 쉽게 이해하기는 어렵다.
이를 폭로한 장인수 기자가 그렇다고 해서 이상한 사람이었는가? 나는 오히려 해당 영상 원본을 시청하며 훌륭한 기자라고 생각했다. 해당 발언이 나오기 전까지 그는 검찰 개혁 정부안에 대해 논의하면서 수사 개시권이 없어도 고발 사주 방식으로 충분히 직권을 남용할 수 있다는 구멍을 찾아냈고, 공수처에 대한 수사는 물론 여전히 별건 수사가 가능할 정도로 권력이 집중되어 있는 중대본부수사청에 대해 경고도 하는 등 당시 출연한 네 명의 패널 중에서 가장 예리한 시각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처럼 능력이 출중한 기자의 갑작스러운 폭로를 막지 못했다는 이유로 조중동 주도의 큰 비판을 받는 상황이 과연 정상적인지 잘 모르겠다.
그리고 김 씨는 당시 그 자리에서 이를 마냥 지켜보지 않았다. 장 기자는 공고취소 거래설에 대한 취재 내용을 사실과 의견 두 영역으로 구분하여 폭로했는데, 이때 김 씨는 장 기자가 사실이라고 분류한 내용을 왜 사실이라고 확신하는지 끈질기게 따져 물었다. 이어 그는 요즘 대통령의 뜻을 파는 사람들도 워낙 많다고 말하며 해당 취재를 의심했다. 해당 내용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응하기도 했고, 대통령은 그럴 사람이 아니라고 발언하며 반대 의견을 던지기도 했다. 해당 방송을 본 사람이라면, 적어도 김 씨의 반응을 본 사람이라면, 장 기자의 취재가 아직 덜 준비되었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다.
이 정도면 김 씨가 충분히 잘 대처한 것 아닌가? 훌륭한 기자가 보도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제작진과 사전에 조율하지 않고 폭로해버리는 상황은 진행자가 어찌할 수 없다. 막을 수 없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에 대해 고민하는 편이 바람직할 텐데, 의심을 거두지 않고 치밀하게 질문했던 김 씨의 대응은 이미 충분했다. 감히 최선이었다.
이처럼 김 씨는 사실이 아닌 다른 목적을 추구할 이유가 없었고, 폭로 내용은 음모론이라고 보기도 어려웠으며, 이 사건의 본질인 게이트키핑 실패 책임에서도 그의 역량은 충분했다. 이를 두고 하나 같이 음모론이라고 비평했던 기성 언론의 모습을 나는 오히려 이해하기 더 어렵다.
물론 모든 매체가 이러했던 것은 아니다. 기성 언론 중에서는 유일하게 한겨레 성한용 기자의 사설이 이 사안의 핵심을 짚어냈다. 그는 두 가지 이유로 김 씨에 대한 비판론을 일축했다. 첫 번째, 진행자도 아닌 출연자의 발언이 이 정도의 파문을 일으키는 상황이 이상하다는 것. 두 번째, 영상 전체를 보면 장 기자의 발언은 공소취소 거래를 폭로한다기보다 검찰을 더욱 철저히 개혁해야 한다는 데 초점이 있었다는 것. 그러면서 이 칼럼은 공소취소 거래설 자체에 집중하기보다 검찰 개혁의 역사를 다루며 이번 사건이 왜 이렇게까지 커졌는지를 살피는 데 힘을 썼다. 큰 진실을 추구하는 한겨레의 저널리즘대로 이들은 큰 판을 읽을 줄 알았고, 작은 사실에 매몰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가슴이 답답해진다. 도대체 왜 한겨레를 제외한 주요 언론사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본질을 찾지 못한 것일까? 한겨레 소속 기자가 다른 매체의 소속 기자보다 더 훌륭하기 때문이었을까? 또는 이들의 능력이 본질을 꿰뚫지 못할 만큼 부족했던 것일까? 상식적으로 그건 아닐 것이다. 이들이 한겨레 소속 기자보다 수준이 특별히 더 낮을 이유가 없다. 그리고 조중동은 물론 다른 매체에도 뛰어난 기자분들은 충분히 많다.
그러나 이처럼 기자분들의 역량을 존중하면 결론은 오히려 찝찝한 곳으로 향하게 된다. 능력 부족이나 실수가 원인이 아니었다면, 의도적으로 사안을 왜곡했다는 결론에 이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집단적으로 말이다. 그렇다면 질문은 다음과 같아야 한다.
기성 언론은 대체 왜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했는가?
1) 조선일보, <[정우상 칼럼] 다시 김어준 유튜브에 농락당하고 싶지 않다면>, 2026.03.18.
2) 중앙일보, <[진중권 칼럼] 김어준을 청산할 수 있을까>, 2026.03.19.
3) 동아일보, <[이진영 칼럼]‘신빨’ 떨어진 정치 무당 김어준>, 2026.03.17.
4) 한국일보, <[김희원 칼럼] 김어준, 책임지지 않는 힘>, 2026.03.17.
5) 기자협회보, <손석희에겐 있고 김어준에겐 없는 것>, 2026.03.19.